• 아니라고 말한 사람들
    [책소개] 『야누시 코르차크』(이자벨 콜롱바/ 북콘)
        2014년 06월 01일 01: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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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Actes sud 출판사에서 지난 6년 동안 총 31권이 출간된 ‘아니라고 말한 사람들’시리즈의 생명력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평범한 시리즈가 아니라 수많은 가지들이 모여 만든 공동 작업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우선 시리즈가 다룬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양심이 거부하는 것에 과감히 맞서 아니라고 말할 줄 알았다. 인본주의의 가치와 인권 및 민주주의의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위인들. 넬슨 만델라에서 에밀 졸라, 쇼피 숄에서 빅토르 위고, 로자 팍스에서 간디까지.

    그리고 그들의 투쟁이 있다. 지금까지도 현안으로 남아 있는 대의들은 여전히 우리가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할 가치다. 고문, 독재, 동성애혐오, 인종차별, 사형제도, 강간, 가난 등이 그것이다.

    공동 작업에 참여한 작가들도 있다. 작가들은 그들이 맡은 인물과 인물의 투쟁을 대변하고 있다. 작가들은 다양한 배경을 가졌다. 이미 재능을 인정 받은 기성 작가와 신진 작가가 함께 참여 했고, 청소년 문학은 전문으로 하는 작가와 처음 청소년 독자를 만나는 작가가 한 힘을 이룬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를 빼놓을 수 없다. 독자들은 우리가 던진 질문 “당신이라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에 대답해 주었다. 작가들이 마련한 독서 모임이 프랑스 전역에서 수십 차례 열렸고, 시리즈에 대한 인터넷 사이트도 운영 중 이다.

    4가지 장점 

    1)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전기도 아니다. 문학성, 서술 방식, 문체가 잘 조화되어 있는 문학 작품이다. 이는 다양한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

    2) 긍정적이며 의지 있는 인물과 희망을 주는 투쟁의 역사가 ‘No’ 뒤에 숨어 있는 ‘Yes’를 위하여 저항을 계속해야할 이유를 준다.

    3) 분량은 짧지만 밀도 높은 내용으로 모든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다. 책을 읽기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

    4) 과거의 투쟁이 여전히 울림이 있음을 강조하여 저항의 지속성과 시민 참여 의식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5) 소설 뒤에 이어지는 2부 ‘더 생각해 보기’에서 주제에 대한 정확하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아니라고 말한 사람들’을 말한다

    사람들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외면하는 데 익숙하다. 마음속으로는 분노를 삭이고 억누르면서도 원래 그랬다는 이유로, 자신의 능력 밖이라는 이유로 불의와 불평등을 보고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미 오래 전부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에 “아니오!”라고 외치며 저항해 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결코 수퍼 히어로 같은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들 역시 처음에는 지극히 평범했고,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하던 보통 사람이었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을 위한 투쟁에 참여한 그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지녔다. 그것은 바로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 감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지녔다는 것이다. 바로 그 힘을 바탕으로 자유와 정의, 그리고 인류애가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노예 제도와 인종 차별이 사라졌다. 그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기도 했고, 나치에 저항하기도 했다.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 이 평범한 사람들은 지금까지 수많은 승리를 거두었다. 설사 이기지 못했다 해도 또 다른 사람들이 일어나 그 싸움을 이어 받았다.

    ‘아니라고 말한 사람들’ 시리즈는 이렇듯 불의에 저항해 온 여러 인물들에 관한 사실을 이야기의 형태로 들려주는 새로운 형태의 청소년 인문교양서이다. 작가들은 역사 속 인물의 일대기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 혹은 그들의 주변 사람이 되어 생생하게 사건을 재현하고,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나에 대한 생각은 많으면서 나를 둘러싼 환경에는 무관심한 청소년들이 자신이 가진 신념을 끝까지 굽히지 않는 용기를 보여준 사람들을 통해 진정한 사회 참여의 정신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소설로 읽는 인물의 역사, 저항의 기록

    오늘날의 청소년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을 갖고, 세상에 맞서고 싶어 하지 않는다. 청소년의 이런 태도는 “아무리 바꾸려 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아! 원래 세상은 그런 거야!”라고 외치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학습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늘 “아니오!”라고 당당하게 외친 사람들 덕분에 변해 왔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평등과 자유,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지금 당장은 손해를 보고 상처 입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용기가, 진실이 승리를 했다. 그런데 우리 청소년들은 세상은 변할 수 있고, 우리가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자유와 저항 정신을 일깨우는 전기물이다. 그들 위인들의 행동을 되새기고 그들의 사회 참여가 갖는 정치적, 역사적 의미를 통해 우리도 그 뒤를 따르고 사회에 참여할 이유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코르자크

    마지막까지 어린이의 손을 놓지 않은 야누시 코르차크

    의사이자 동화작가였던 야누시 코르차크는 어른들이 어린이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며 부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의사로서 충분히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삶을 버리고, 바르샤바에 어린이가 주인이 되는 고아들의 집 ‘돔 시에로트’를 세웠다.

    그곳은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받아주는 곳이었지만 아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던 다른 고아원과는 달랐다. 어린이 스스로 규율을 세우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어린이공화국이었다. 돔 시에로트에 들어간 아이들은 자신들이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축복받았다 생각했고, 야누시 코르차크와 그의 조력자 스테파 양은 진정한 아이들의 친구였다.

    1940년 가을, 독일 나치는 바르샤바의 유대인들을 게토에 가두었다. 그곳은 혼잡하고 식량, 위생, 공간 중 어떤 것도 풍족한 것이 없는 곳이었다. 야누시 코르차크가 운영하던 돔 시에로트의 아이들도 게토로 강제로 이송되었다. 그곳에서 야누시의 목표는 하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 사람들이 기준을 잃고 흔들리는 게토에서는 그것마저도 엄청난 과제였다.

    그러나, 그런 야누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942년, 야누시 코르차크는 스테파 양, 고아원 교사들, 그리고 돔 시에로트의 200명의 아이들과 함께 트레블링카 죽음의 수용소로 강제 이송되고, 죽음을 맞이했다.

    야누시 코르차크는 나치의 잔혹한 학대에 사라졌지만 어린이를 어른과 같이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걱정해 주던 그의 정신은 UN아동권리협약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책은 돔 시에로트에서 몇 년간 살았던 96세의 할머니의 기억을 빌어 야누시 코르차크의 위대함을 일깨워준다. 또한 여전히 학대받고 불법 노동에 시달리는 어린이가 존재하는 오늘날, 이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밤에 아픈 아이를 버리지 않듯이, 지금처럼 힘든 시기에 아이들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_야누시 코르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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