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의 우상은 돈과 풍요
    [책소개] 『욕망과 환상』(이철/ 시대의 창)
        2014년 06월 01일 01: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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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교회와 사회, 문화사회학을 만나다

    최근 한 교회는 2,0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지하 8층, 지상 14층 규모의 예배당을 지었다. 그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리고 정부와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교회의 신자들은 분열되었다. 사랑을 나누어 주는 장소여야 할 교회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2008년 국민들은 100만 명이 결집한 촛불집회를 통해 대중의 힘을 자각했으나 지금 한국에서는 그 힘을 찾아볼 수 없다. 왜 어떤 사건은 폭발적인 힘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되는데, 어떤 사건은 그렇지 못한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하나의 방편으로, 이 책은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을 문화사회학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분석했다.

    문화사회학은 문화를 경제나 정치 구조의 종속물로 간주하지 않고 문화가 정치나 경제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는 학문으로, 이 책은 문화사회학이라는 새로운 분석 방법론을 선택함으로써 기존에 찾아내지 못했던 개인의 내적 동기와 무의식의 작용을 드러내 보여준다.

    교회에 스며든 물신주의,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오늘날 기독교인들에게 우상은 타 종교의 신이 아니라 물질, 경제, 풍요이다. 많은 교인들이 교회에서 남편의 승진, 아들의 대학 합격, 아파트 값 상승을 빌며, 다른 교인이 큰돈을 벌면 ‘신앙이 깊기 때문에 축복받은 것’이라며 부러워하고 그 행운이 자신에게 오지 않았음에 실망한다.

    최근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교회가 돈을 우상으로 섬기고 있다. 성경의 가르침과 너무나 어긋난다. 개신교 역사상 지금의 한국 교회만큼 타락한 교회는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1장 <문화사회학과 기독교>에서 저자는 라캉의 정신분석학에 헤겔 철학과 마르크스주의를 접목한 슬라보예 지젝의 이론을 통해 이러한 교회의 문제점들을 들여다본다. 욕망을 버리고 환상을 가로질러야 한다는 지젝의 주장은 결단과 수행을 통해 욕심을 버리라고 촉구하는 기독교의 가르침과 묘하게 비슷하다.

    라캉과 지젝의 정신분석학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설명했으며, 이를 통해 교회의 대형화, 세습, 물신주의, 기복신앙 문제의 근본에 ‘욕망’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욕망과 환상

    숭례문 전소 사건, 촛불집회, 용산참사를 재조명하다

    숭례문 전소 사건 때 사람들이 ‘▶◀ 숭례문 지못미’라는 기호를 사용하며 집단적으로 애도한 것은 정확히 말하면 숭례문이 아니었다. 숭례문이라는 ‘기호’에 채워진 민족, 역사, 문화, 얼, 대한민국, 애국심 등이었다. 숭례문 전소 사건은 단지 국보 1호에 대한 방화 사건이 아니라 이 건물이 상징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방화’ 사건이었던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조두순 사건을 보고 분노하고 눈물 흘렸지만 다섯 명이 화재로 참혹하게 사망한 용산 참사에 공감하지 않았던 것은 상징의 생산수단이 철거민이 아닌 정부, 대중매체 등의 문화 권력에 있었고, 이들이 철거민에게 ‘불법’, ‘폭력’, ‘이기주의’ 등의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2장 <사건의 문화사회학>에서는 이 사건들 이외에도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1953년 한국 장로교회 분열 사건을 문화사회학적으로 접근하여 분석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문화 담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다양한 문화사회학적 방법론을 이용하여 주체적으로 사건을 분석,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한국 교회와 사회에는 새로운 분석과 해결책을 필요로 하는 사건과 문제들이 존재한다. 한국 교회의 행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면, 기존의 분석 방법론으로 사회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답답했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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