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퇴선하라
    [기고] 당신에게 필요한 건 '석고대죄'
        2014년 05월 30일 08: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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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당 당대회 의장인 이덕우 변호사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기고 글을 보내와서 게재한다. <편집자>

    덕1

    세월호는 40년 세월을 거슬러 고등학생을 만나게 했다.

    1974년 난 혜화동 성당 쎌이라는 학생회 회장이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충청도 금강으로 캠핑을 떠났다. 고1, 고2 남녀 학생 20여명. 장소는 멋졌다.

    금강 가운데 조그만 모래섬. 소문이 나지 않아 아무도 없었다. 어른도 없고 어린 우리뿐이었다. 얼마나 즐거웠던가. 그러나 날씨가 문제였다. 일기예보와 달리 첫날부터 비가 계속 쏟아졌다.

    모래섬에서 얕은 곳으로 강을 건너면 제일 깊어도 무릎이 젖지 않을 정도였지만 이틀째 계속 비가 내리자 불안해졌다. 2학년 친구들과 커다란 돌을 모래섬 끝에 쌓아두었다. 그리고 길과 방향을 정확히 기억해 두었다. 밤에는 2시간 간격으로 2명이 순찰을 돌며 물이 불어나는지 확인했다. 폭우에도 이상하게 강물은 불지 않았다.

    사흘째 되는 날 오후,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우린 강물에 몸을 맡기고 어린 아이들처럼 신나게 놀았다. 어둠이 내리자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 앉아 기타반주에 맞춰 노래 불렀다. “조개 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불가에 마주 앉아 밤새 속삭이네~~~”

    별빛이 유독 아름다웠던 캠핑 마지막 밤은 깊어갔다. 다들 텐트에 들어가 잠이 든 새벽. 꺼진 불가에 앉아 있던 내게 친구 2명이 달려 왔다. “큰일 났다. 돌맹이가 없다. 물이 불어서”. 그럴 리가 없었다. 두 명이 겨우 들 정도로 무거운 돌이었다. 1개도 아닌 3개나 쌓아 배꼽 높이까지 쌓아 두었는데 그 돌이 없어질 리가 없었다. 장난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가보니 정말 돌은 사라져 버렸다. 후래쉬 불빛 아래 강물은 모래섬을 핥아가며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었다. 텐트로 뛰어가 자는 아이들을 깨워 운동화를 신도록 했다. 그리고 5명씩 줄을 세웠다. 양쪽과 가운데 남학생, 중간에 여학생들이 서로 팔짱을 끼고 걷기 연습을 했다. 그리고 강물로 걸어 나갔다.

    칠흑 같은 어둠 속 후래쉬 불빛에 의지해서 하나, 둘, 왼발, 오른발 하며 걸었다. 한 명이라도 미끄러져 쓰러지면 급류에 쓸려 죽을 수밖에 없었다. 공포에 질렸다. 제일 앞 줄 가운데 후래쉬를 들고 앞장섰던 나는 “이러다 다 죽이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바닥 돌맹이는 미끄럽고 강물은 점점 깊어졌다. 강물이 허리를 넘어섰다. “더 가면 죽는다. 돌아가야 한다”. 결단해야 했다. 돌아가자고 하려던 순간 문득 강물에 떠밀려 하류로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는 대신 90도 방향을 틀었다. “열 걸음 걸어도 강물이 깊어지면 돌아가자”고 중얼거렸다. 하나 둘 셋…..열 걸음. 강물은 깊어지지 않았고 조금씩 낮아지고 있었다. 허리에서 허벅지로 허벅지에서 무릎, 정강이, 발목으로…. 강가에 도착해서 여학생들부터 강둑으로 부축해 올렸다. 남학생 모두 올라간 것을 확인하고 강물에서 몸을 빼 강둑으로 올라설 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근처 친구 할머니 댁에서 쉬다 새벽에 마을 어른들과 강으로 갔다. 텐트와 짐이라도 찾으려고. 그러나 시뻘건 황토물은 모래섬을 삼켜 제일 높은 곳 나무 밑둥까지 들어찼다. 조금 지나니 나무 밑둥도 물에 잠겨 버렸다. 만일 새벽에 탈출하지 않았으면 모래섬 나무에 매달려 구조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아니 몇 명 또는 전부 죽었을지 모른다.

    40년 전 물에 빠져 죽을 뻔 했던 고등학교 2학년생은 아직도 살아 50대 중늙은이가 되었다.중늙이는 지금도 그 어둠과 강물의 찬 느낌에 몸서리를 친다. 세월호, 침몰하는 배, 그 안에 갇힌 이이들과 승객들의 공포.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세월호 참사는 탐욕에 눈 먼 무능한 어른들 탓이다. 어른들 잘못이다. 그러나 어른들 책임이라 하더라도 그 본질과 경중은 가리고 분별해야 한다.

    박대통령 특유의 남의 일처럼 이야기하는 유체이탈 화법에 화가 났다. “나도 부모를 잃어봐서 안다”라는 말을 듣고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부처님 오신 날 조계사에서 사과한다면서 총무원장과 활짝 웃는 얼굴을 보곤 기가 막혔다. 명동성당에서 “제 탓이요”라고 가슴을 쳤다는 기사엔 그저 아득했다.

    박-조계

    그런데, 그런데 대국민담화문 읽으며 눈도 깜박이지 않고 눈믈 흘리더니 아랍으로 핵발전소 비즈니스 돈 번다고 비행기 타고 나갔다…..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귀국 후 대선 부정 책임자 남재준 국정원장과 정홍원 국무총리를 자르면서 김기춘 비서실장은 유임이란다. 거기다 대선자금 수사로 인기 끌었던 안대희를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결국 안대희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난맥이다. 우왕좌왕. 무책임에 무능력의 극치이고 부패의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이제 세월호 실종자 가족 일부만 팽목항에 외롭게 남아 있다. 다른 가족들은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특별법 만들어 달라고 거리로 나섰다. 여당은 김기춘만은 조사할 수 없다며 특별법을 반대하며 필사적으로 방어한다.

    이 비극의 진상을 밝히는데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김기춘은 물론이고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공자는 이렇게 가르쳤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선장부터 대통령까지 아무 것도 몰랐다. 지기 일이 어떤 일인지,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그런 자들이 자리에 앉아 일을 하니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모르는 자가 자리를 좋아하고 일을 좋아하면 망가진다. 아무 것도 모르는 자가 자리와 일을 즐기면 재앙을 몰고 온다.

    배의 구조와 뱃길도 모르는 자가 선장자리에 앉아 배를 몰면 침몰한다. 구조 방법도 모르고 도움을 청할 줄도 모르는 자가 해양경찰청장, 안전행정부 장관 자리에 앉았으니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자가 대통령 자리에 앉아 한반도 대운하 만들겠다고 4대강을 파헤쳐 망가뜨렸고 아무 것도 모르면서 모두 구하라고 하니 한 명도 구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진실은 사라지려 한다.

    그럴 수 없다.

    대통령 그만 해라. 처음부터 그 자리를 넘보는 게 아니었다. 총탄에 부모를 잃었다는 이야기 그만 하라. 사과도 하지 마라. 울지도 말라. 사과나 눈물보다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절실하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가장 큰 걸림돌은 대통령, 그 자리의 그 사람이다.

    사랑하고 이해할 줄 모르면서 자리를 좋아하고, 일을 즐기면 본인에겐 불행이고 우리 모두에겐 재앙이다.

    40년전 금강에서 살아나온 우리는 그해 8월 광복절 총성을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열심히 살았고. 살아간다. 알기 위하여 배우고, 좋아하는 것은 찾고, 그 좋아하는 것을 즐기려 노력한다.

    이젠 그만하라.

    침몰하는 청와대에서 그만 퇴선하라.

    그래야 너희도 살고 우리도 산다.

    원전 수출 사기극도 중단해야 한다.

    지금은 그야말로 석고대죄해야 할 때이다.사회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해방 후 제헌의회를 만들었듯이, 아니 그때보다 더 나은 해법. 대안을 우리 스스로 찾을 테니 걱정하시지 말라.

    필자소개
    이덕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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