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BS노조 투쟁을 지지하며
    2014년 05월 28일 03:53 오후

Print Friendly

나는 북한이 언젠가 쐈다는 미사일들이 바다에 떨어지는 장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나는 북한이 수 차례에 걸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언론이 그렇게 보도했기 때문이다.

아, 다시 말하고 싶다. 사실 나는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다만 믿을 따름이다. 무엇을? 언론의 보도를.

“만약 내가 언론의 보도를 믿지 않았다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내 앎도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간단한 명제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내 앎이 실은 믿음이라는 사실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우리네 앎을 조금만 들춰보면 거의 대부분이 이런 식이다. ‘어디서 읽은 것’이고, ‘누군가에게 배운 것’이며, ‘어쩌다가 들은 것’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믿고, 다시 또 그것들을 앎이라 여긴다.

우리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든 정보들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볼 재간이 없다. 북한이 쐈다는 미사일들을 육안으로 확인하고자 내가 저 먼 바다까지 헤엄을 쳐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결국 우리는 별 수 없이 언론 보도에 의지하여 세상 돌아가는 모습들을 알아간다. 이런 이유로 하여 언론이 지켜야 할 제1가치는 언제나 ‘팩트(fact)의 전달’이다.

그런데 요즘 KBS가 어떻게 하였는가?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당시 실종자 가족들의 원망 섞인 외침을 지우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 빈 자리에 관계 공무원들의 박수소리를 가득 채우지 않았던가. 세상에! 무려 KBS가 팩트를 팩션(fiction)으로 바꾸었다.

그 사건 후로도 KBS는 현장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고, 결과로 ‘KBS는 개병신’이라는 사상최악의 별명을 얻기에 이르렀다. 보아하니 여론은 지금 이 별명을 과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국민방송 KBS’가 어쩌다가 이지경이 되었을까?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로 등에 의하자면 청와대가 KBS 인사와 보도에 상당한 압력을 행사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길환영 KBS사장이 청와대의 꼭두각시인 것도 확실해 보인다.

논란이 커졌건만 청와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길환영 사장 역시 “당장에 사퇴하라!”는 노조의 요구를 묵살로 일관하고 있다.

믿음이 잘못되면 앎도 잘못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청와대와 KBS가 우리네의 앎을 어떻게 조작하려 했는지를 알기에 경악을 금할 길이 없다.

드라마가 해야 할 시간에 뉴스가 나오면 짜증이 이는 법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KBS가 뉴스를 빙자한 드라마를 방영하는 것에 참을 수 없는 짜증을 느낀다.

드디어 KBS노조가 파업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길환영 사장의 사퇴’와 ‘대통령의 사과’가 주요 요구 사항이다.

그들에게 부탁한다. 부디 이번 투쟁은 온전히 승리하시라. 원하는 두 가지 모두 얻어 내시라. 그래서 드라마가 아닌 뉴스를 만드시라!

KBS노조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는 바이다.

필자소개
구본기재정안정연구소 소장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