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태일 평전'의 그 시다
    [책소개] 『엘세살 여공의 삶』(신순애/ 한겨레출판)
        2014년 05월 25일 10: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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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세 살에 평화시장 시다가 된 이름 없는 ‘공순이’가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주체적인 ‘노동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서술한 1970년대 민주노동운동 이야기. 저자의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을 수정ㆍ보완하여 펴낸 책이다.

    <전태일 평전>의 어린 시다

    전태일이 분신한 후 많은 대학생, 지식인이 평화시장을 찾았다. 그의 일기장에 나오는 “나에게 대학생 친구가 한 명만 있었다면……”이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인 이들이었다.

    고(故) 조영래 변호사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그는 법전을 덮고 장례 투쟁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평화시장 노동자들과의 인연이 계기가 되어, 훗날 조영래는 <전태일 평전>을 쓰게 된다.

    평전 집필을 위해 어린 여공들의 생활을 알고 싶어 하던 그에게,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은 어릴 때부터 평화시장에서 일해 온 한 여공을 소개해 주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수배 중이던 조영래는 위험을 무릅쓰고 정기적으로 그를 만나 평화시장 이야기를 들었고, 그 내용은 고스란히 <전태일 평전>의 어린 시다로 형상화되었다.

    비인간적 노동환경과 경제성장 논리의 허구성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어린 시다의 상징, 조영래가 만난 그 여공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이다.

    열 세살 여공

    어린 여공의 감동적 성장기

    가난 탓에 초등학교 3학년을 중퇴하고 열세 살부터 평화시장에서 일한 저자는 힘없고 보잘것없는 ‘불쌍한 여공’이었다. 하지만 ‘청계노조’를 알게 되면서 ‘나’를 되찾았고, 노조가 벌인 굵직한 투쟁들에 빠짐없이 참여하면서 연대하는 주체로, 당당한 한 사람의 노동자로 성장하게 되었다.

    세 번의 검정고시를 거쳐 오십이 넘은 나이에 성공회대학교에 입학하여 정치경제학을 공부했고, 같은 대학 NGO대학원에 진학해 자기 체험을 ‘1970년대 민주노조운동의 주체 형성이’라는 맥락에서 서술하고 해석한 석사학위 논문을 썼으며, 그것을 수정ㆍ보완해 이 책을 펴냈다.

    그동안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에 관한 기록은 대부분이 ‘지식인’에 의해 씌었다. 그러나 운동사와 사건사 중심으로 서술된 기존 연구는 1970년대 민주노조운동의 주체였던 여공들이 무엇을 경험했고,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노동자로 성장해 갔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이 책은 그 한계를 뛰어넘는다. 한 개인의 ‘생애사’라는 형식을 통해, 저자는 현장을 만들고 지켜 간 당사자의 시선과 경험이 잘 드러나는 감동적 다큐멘터리를 빚어내고 있다. 그의 가족사와 공장 생활은 눈물겹고, 동료들과 함께 하는 활동은 가슴 뭉클하며, 투쟁 속에서 성장의 계기가 될 쉽지 않은 결단들을 해 가는 모습은 힘 있다.

    추천사를 쓴 최영희 선생의 말대로, 불쌍하고 힘없는 여공들이 삶의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 내며 느꼈던 자부심, 자립심, 삶의 애환과 희로애락 이야기의 화룡점정으로서 이 책은 조금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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