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유신 저항의 역사적 기억
    [책소개] 『박정희시대 학생운동』(이창언/ 한신대출판부)
        2014년 05월 25일 10: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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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유신체제가 폭압적 통치를 기본으로 동시에 사회적 망각을 강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작업을 시도해왔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특정한 기억의 구축과 유지를 위해 특정한 부분을 부재케 하거나 침묵하게끔 하고 철저히 타자화 하는 역사적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반유신운동과 그 정신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 쉬며 한국의 민주주의를 질적으로 심화시키는 동인”이었다고 평가한다.

    박정희 시대, 저항운동 과정에서 만들어진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생활 속에 점차 뿌리 내려감으로써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해왔다.

    그럼에도 저자는 “2014년 우리 사회에는 박정희식 성장과 발전의 신화를 숭상하며 획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박정희 시대를 둘러싼 기억투쟁 즉, 공공기억 나아가 공식 역사를 넘어 생성적 역사로 만들기 위한 과제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정희시대

    학생운동의 실상을 잇는 미시-거시, 구조-행위를 설명

    이 책은 기존의 유신체제 민주화운동을 다룬 도서와 달리 박정희 시대 학생운동에 관한 시계열적인 역사적 흐름만을 살펴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 책은 기존 자료(또는 특정한 사실)에 대한 단순한 서술을 넘어 이론의 결합을 통한 해석적 설명을 시도한다.

    다시 말해 설명적 인과관계의 분석을 넘어서 유신체제 하 학생운동의 저항과 담론들을 지속적인 과정에서 해석하고 사회적 맥락 안에서 이해함으로써 학생운동의 실상을 잇는 미시-거시, 구조-행위를 설명하는 다양한 접근 방법의 연계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집합적 정체성 형성에 개입하는 다양한 상호작용과 문화적 과정에 주목, 주관과 객관의 지평 융합이 일어나는 의사소통적 접촉 과정을 중요하게 다룬다.

    저자는 이런 방법론을 활용한 이유를 “학생운동 연구의 객관적인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 역사와 사회구조적 모순을 고려하면서도, 참여 주체의 동기와 갈등에 대한 사회학적-해석학적 분석 틀의 결합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이라는 장소(사건, 사물, 행위가 펼쳐지는 공간적 맥락)에서 집단적 행위 및 가치 부여가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사회운동 전공자인 저자는 “유신체제의 강력한 철권통치에도 학생운동이 60년대에 이어 70년대 민주화운동의 주요 축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이라는 특별한 장소가 가진 의미와 역할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략적 행위자로서의 운동조직의 중요성

    이 책은 박정희 시대 학생운동을 다루지만 ‘억압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다’는 식의 인과관계가 모호한 당위적 설명을 거부한다. 그것은 박정희시대 대학생이 군사정권의 금단과 배제, 선택적 포섭에 맞선 저항적 주체로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과 집합적 정체성의 형성과정에 천착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사회운동을 연구한 저자는 5・16군사쿠데타 이후 학생들의 저항운동을 역사적 차원에서 살펴보면서 박정희 정권의 폭압 통치와 학생운동의 대응 양상을 분석하고 있다.

    특히, 전략적 행위자로서의 운동조직의 중요성 즉, 대학 내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구조적 긴장과 불만, 정체성 및 의미의 사회적 구성과 같은 사회 심리적 과정을 검토하여 폭압적 시대의 운동 참여를 설명해 내고자 한다.

    대학이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시대적 의미와 자신의 욕구에 근거한 집합적 의무감을 역사적 행위자로서 전환해 나가는 과정을 살펴본다.

    집합적 정체성의 다양한 상호작용과 문화적 과정에 주목한 결과 학생들의 결속과 동원, 대항헤게모니의 형성은 이전부터 존재하는 조직, 비공식적 연결망, 자신들의 하위 문화적 정체성 등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즉, 단극적이고 불안한 기존 구조에 대한 문화적 도전이 가능했던 대학과 대학생의 네트워크에서 저항의 동인을 찾아 나선다. 그 이유는 유신체제를 목도한 학생운동가들은 대학 내외의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식민, 분단, 군사쿠데타라는 과거의 기억을 현재화함으로써 저항의 정체성을 갖는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민족(중)공동체’의 상징적 기표를 확보한 결과 강력한 탄압에도 강고한 저항행위를 지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적 주장이다.

     책의 구성

    PART 1. <문제제기>에서는 억압적 체제 하에서 저항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라는 문제의식과 연구의 대상, 접근방법(론)을 다룬다.

    PART 2. <역사 1>에서는 유신체제 등장 이전의 학생운동의 주요 이슈를 시계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여기서는 5・16군사쿠데타 이후 6・3항쟁과 한일협정비준반대투쟁, 3선 개헌 반대운동, 전태일의 분신, 교련반대투쟁과 1971년 선거투쟁 등의 역사적 저항 사건들을 검토한다.

    PART 3. <역사 2>에서는 유신체제의 등장 이후의 학생 저항을 다룬다. 여기서는 유신체제의 등장 과정, 성격, 본질에 대해 검토한 후 위수령과 긴급조치로 대표되는 억압적 상황에서의 학생운동을 다룬다.

    PART 4. <분석>에서는 억압적 구조에서의 운동참여 동인을 살펴보기 위해서 박정희 시대, ‘인지적 동원’, ‘행위동원’과 저항의 기회구조를 살펴본다. 이 장에서는 유신체제 하 학생들의 저항적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준 요인들을 거시 구조적, 인지문화적 차원에서 분석한다.

    PART 5. <종합과 제언>에서는 70년대 학생운동에 대한 총평과 함께 유신체제와 긴급조치시대 당시 학생운동조직의 몇 가지 특징을 도출한다. 이를 통해 70년대와 80년대 학생운동의연속성과 차이점, 학생운동의 긍정적 유산의 역사화와 재보편화에 대해 제언한다.

    PART 6. <부록>은 박정희 정권 하 한신대민주화운동 연표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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