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근대적 대중의 계보학
    [책소개] 『대중의 계보학』(김성일/ 이매진)
        2014년 05월 25일 10: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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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을 든 대중 ― 침몰하는 민주주의와 대중 실천의 역사

    2002년 미선이 효순이 추모 집회에서 시작한 촛불 집회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서 절정을 맞았다.

    그 뒤 한국 대중은 규탄하고, 반대하고, 지지하고, 추모하는 목소리를 낼 때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왔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촛불이 지금도 타오르고 있다.

    배후 세력을 묻는 고루한 권력에 돌려주는 ‘내 돈으로 촛불 샀다’는 대답은 대중 운동의 자발성과 주체성, 유동성과 비전형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한국 대중 실천의 100년 역사를 계보학적으로 살펴본 <대중의 계보학>은 오노 사건, 노사모 활동, 길거리 응원전, 미선이 효순이 촛불 집회, 이라크전 반대와 파병 반대 촛불 집회,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 집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 등 현대 한국의 대중 운동을 짚으며 20세기 초 개항기부터 2014년 신자유주의 시대까지 근대적 대중이 해체되고 탈근대적 대중이 등장하는 과정과 특징을 밝힌다.

    또한 참여적 군중과 영리한 대중 등 탈근대적 대중이 웹 2.0 방식의 문화정치로 신자유주의의 감성 권력에 맞서는 현실을 살펴본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민주주의의 위기와 대중의 저항이 함의하는 대안적 사회의 청사진을 그려보려 한다.

    대중의 계보학

    유동하는 대중 ― 앎과 욕망의 주체에서 저항하고 참여하는 영리한 대중까지

    <대중의 계보학>은 20세기 초 모던 보이와 모던 걸 등 근대적 대중의 탄생부터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의 주역인 참여적 대중까지 다양한 대중 행동을 계보학적으로 탐구한다.

    1부는 근대의 발명품이라 할 수 있는 ‘대중’의 특성을 밝힌다. 2장은 68혁명, 포스트 포드주의, 정보 관련 이데올로기 등 여러 계기 때문에 근대적 대중이 해체되고 탈근대적 대중이 등장하는 과정을 살핀다. 3장은 집단행동의 표출 방식과 성격, 대중 조직의 형식과 대중의 성향, 집단 의식의 형성 방식을 비교해 근대적 대중과 탈근대적 대중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살펴본다.

    2부는 20세기 초 개항기를 대중 연구의 기원으로 정의한 뒤 일제 강점기, 개발독재 시기, 민주화와 세계화 시기 동안 대중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본다.

    1장은 개항기와 일제 강점기 때 등장한 대중을 주목한다. 대중은 모던 보이와 모던 걸로 상징되는 소비의 주체이고, 동학농민전쟁, 만민공동회, 3·1운동, 사회주의 운동, 형평운동 등에 참여해 민권을 쟁취하려 한 저항의 주체이고, 독서회 등을 꾸린 앎의 주체다.

    2장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 문화가 유입된 개발독재 시기에 만들어진 욕망하는 주체, 곧 소비 대중을 살펴본다. 독재 정권은 산업화와 도시화를 기반으로 대중을 국민화하고 민족화하며, 대중은 이런 권위주의적 지배 체제에 저항하면서 대중운동을 발전시켰다.

    3장은 서비스 투어리즘, 다운시프트, 밸류 컨슈머, 디지털 코쿠닝, 컬덕 등 점점 비중이 커지는 문화 산업의 영향 아래 나타난 새로운 대중과 소비문화를 살펴본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면서 대중은 금을 모아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주체이자 불안정한 노동 시장에서 살아남으려 자기 계발하는 주체가 된다. 디지털 네이티브 또는 디지털 신인류가 새로운 저항 세력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3부는 2002년을 기점으로 나타난 오노 사건, 길거리 응원전, 노사모 열풍,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 등 새로운 사회 현상을 중심으로 대중 실천을 분석한다.

    1장은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노동 불안, 사회 양극화, 치안 정치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에서 대중은 순응하기 때문에 보호받을 수 있는 국민과 저항하거나 가치가 없기 때문에 밀려나고 배제되는 국민으로 나뉜다고 밝힌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은 저항의 수단이 되고, 인터넷으로 사회적 소통 문화를 만든 디지털 유목민은 저항의 새로운 주체가 된다.

    2장은 2002년 미선이 효순이 촛불 집회부터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까지 살펴보고 삶을 창조하는 능력인 ‘삶능력’을 갖춘 참여적 군중의 특성과 한계를 짚는다.

    3장은 위키피디아와 아고라 자유 토론 게시판 등 인터넷을 이용해 집단 지성을 발휘하는 ‘영리한 대중’을 다룬다. 대중은 자유롭게 소통하며 미국(외교), 민주주의(정치), 신자유주의(경제)에 관한 인식을 다시 세운다.

    4장은 광장 문화를 부활시킨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며 신자유주의의 ‘감성 권력’에 맞서는 웹 2.0 방식의 문화정치를 알아본다.

    그때는 왜 촛불을 드셨나요 ― 권력 변화의 키를 움켜쥔 대중들

    1997년 외환 위기를 겪은 뒤 신자유주의가 한국 사회를 재구조화하면서 대중은 생존권 요구를 내걸고 거리로 나왔다.

    오노 사건을 시발로 해 길거리 응원전을 지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서 정점에 다다른 대규모 대중 결집은 한국 사회의 다양한 모순과 억압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대중 연구는 시류에 편승한 지적 관심이 아니다. 지금 여기 대중의 삶을 짓누르는 부당한 권력과 자본에 맞서 새로운 대안 사회와 민주주의를 모색하고 기획하는 정치적 프로젝트다.

    권력 변화의 키를 움켜쥔 주체가 대중이라는 사실이 바뀌지 않는 한, <대중의 계보학>에서 살펴볼 ‘대중들’은 대안 사회를 모색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실현 가능한 실천 전략을 모색하는 데 유용한 방향타가 될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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