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전면 무기한 총파업 투쟁 선언
    삼성본관 앞 경찰, 최루액 난사…위영일 지회장 등 5명 연행
        2014년 05월 19일 08: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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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19일 전조합원 총파업 투쟁을 선포한 가운데 금속노조 역시 이들의 총파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15만 조합원들과 함께 총력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삼성측과의 면담을 요청한다며 삼성 사옥에 진입하려다가 경찰이 최루액을 난사하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위영일 지회장을 포함해 5명의 조합원이 연행됐다.

    앞서 지난 17일 염호석 양산분회 분회장이 정동진 인근 강릉 해안도로에서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라며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제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이곳에 뿌려주세요”라는 유언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따라 고인의 유족은 18일 강릉에서 서울로 오는 과정에서 장례절차에 대한 모든 것을 금속노조에 위임하겠다고 했으나, 새벽 병원에 도착할 때 입장을 번복했다.

    이에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최종범 열사의 아내가 고인의 부친을 설득했으나, 저녁 6시20분 경 경찰이 부친의 요청에 따라 시신을 가져 가야겠다며 조합원들과의 몸싸움 끝에 시신을 탈취해 갔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과 시민 25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2명은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유족이 이미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절차를 금속노조에 위임하기로 했다가 곧바로 입장을 번복하고, 경찰이 사전 예고 없이 물리력을 동원해 시신을 빼돌린 것에는 삼성과 경찰의 조직적 협조가 있었다는 의혹이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18일 부친은 부산에서 강릉으로 오면서 문경에서 양산경찰서로부터 1억5천만원을 제의 받았다고 스스로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아들 얼굴도 아직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것을 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한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에 ‘삼성전자 상황실’이라는 곳에서 “거기 조끼입은 사람이 몇이나 있냐”, “시신이 언제 도착하냐” 등의 전화가 왔었고, 부친이 경찰에 시신 인도를 요청했다 하더라도 갑자기 사전예고 없이 3백여명의 경찰이 들이닥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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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3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염호석 열사의 시신 탈취 사건과 관련해 무기한 총파업 투쟁을 선포하며 “살아보겠다고 노조를 만들고 희망을 품었던 동지가 노조를 사수하라며 한 목숨 던졌는데, 어떻게 경찰이 시신을 탈취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날 남부지회의 곽형수 부지회장은 고인에 대해 “죽기 전에도 양산분회에 조합원이 늘었다고 자랑했는데, 터무니없는 적은 임금과 주변 동료들의 아픔을 참지 못하고 변사체로 발견됐다”고 흐느끼다 고인의 유언을 대신해 읽어가다가 끝내 눈물을 흘렸다.

    위영일 지회장은 “최종범 열사에 이어 또 한 명의 동지를 잃었다. 처음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소리 듣고 비통한 마음으로 달려갔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왜 이런 일이 자꾸만 일어나는지 묻고 또 물었다”며 “내 동료, 내 전우, 내 사우, 내 동생, 우리 분회장을 다시 서울(장례식장)로 데려왔다. 그런데 우리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시신의 온기가 채 식기도전에 삼성이라는 개 같은 자본과 그 하수인으로 있는 경찰이 시신을 강탈해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세월호 참사 속에서 몇 시간 동안 무능한 짓을 했던 정권과 경찰들은 한 노동자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들기 위해 시신을 빼돌릴 때에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비난하며 “이제 저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이 정권과 삼성에게 있음을 밝힌다”고 경고했다.

    ‘삼성 바로잡기’ 공동대표 권영국 변호사는 “삼성자본을 비호하고 있는 권력과, 공권력을 삼성 앞잡이로 동원하는 이 현실 앞에서 무한한 조의를 표한다”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박근혜 정권과 경찰이 쓸데없이 국민과 언론을 통제하고 시신을 탈취하는 데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유능하기만 현실 앞에 절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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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국 변호사(아래 위 사진은 장여진 기자)

    그는 이날 오전 대통령의 담화문을 두고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경찰을 동원해 시신을 탈취하고 연이어 수백명을 연행하는 그 대통령의 발언을 누가 믿을 수 있나. 책임은 자기 밑에 부하들에게 돌리고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대통령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노동자와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아무도 보장해주지 못하는 현실을 이제 노동자와 국민의 힘으로 바꿔야 하지 않냐”며 “노동자의 고혈을 빨아 저 어마어마한 바벨탑을 쌓은 삼성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양심과 노동자의 분노와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로 대한민국의 잘못된 것을 이제 바꿔내야 하지 않겠냐”고 소리 높였다.

    또한 그는 “세월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선동하지 말라고 하지만 저는 이날부터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할 때까지 언제나 거리에서 여러분과 국민을 선동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삼성 본관 앞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조합원들이 헌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울러 삼성측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사옥에 진입하려 했으나 경찰이 허가된 집회장소가 아니라며 막아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1번의 경고 방송 이후 조합원들을 향해 최루액을 난사하면서 신고된 집회 장소까지 조합원들을 밀어 부쳤으며 이 과정에서 5명의 조합원이 연행됐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6시15분경 본관 진입을 중단하고 7시경 촛불문화제를 진행한 뒤 삼성 본관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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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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