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교사 16,000여명
    세월호 참사 교사선언 발표
        2014년 05월 15일 03: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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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조합원 등 1만 5853명의 교사들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교사선언을 스승의 날인 15일 발표했다.

    앞서 지난 13일 교사 43명이 청와대 게시판에 ‘박근혜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는 실명 선언문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날 교사선언에 참여한 교사들 역시 실명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교사선언문을 통해 “강압과 통제로 합리적 의심을 봉쇄하는 것으로 국민의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며 “대통령은 자신의 책무 불이행을 뼈저리게 고백하고 이제라도 합당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우발적 재난이 아니다. 국민의 생존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국가 시스템은 더 이상 존속될 수 없다”며 “이윤과 돈벌이가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뼈를 깎는 책임 규명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런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대통령은 무한 권력자가 아니라 무한 책임자”라고 강조했다.

    교사선언

    세월호 참사 관련 교사선언 모습(사진=노동과세계)

    전교조는 교사선언 발표에 이어 오는 17일 서울 독립문 광장에서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책임자 처벌, 진상규명을 촉구할 예정이다.

    한편 청와대 게시판에 ‘박근혜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는 실명 선언문을 올린 교사들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하겠다며 각급 교육청에 이들의 신원과 참여 경위 등을 파악해 제출하라고 요구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전교조는 징계 시도에 대해 법률적 대응을 할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교사선언에 대해 “박근혜 퇴진운동 교사선언은 정당하다”며 수백 명 학생들을 무참히 앗아간 세월호 참사에 비분강개하고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은 교사다운 양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교육부를 앞세운 청와대가 이들 교사들을 탄압한다면, 선언이 아닌 국민행동에 의한 정권심판을 면치 못할 것임을 경고한다”며 “자격을 묻든, 하야를 요구하든, 퇴진운동을 벌이든 그건 시민들의 저항권이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민주적 권리다. 처벌할 수 없으며 국민 개인의 자발적 판단에 따라 호응 여부를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극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선언문>

    2014년 4월 16일을 지워버리고 싶습니다.

    수백의 어린 영혼과 함께 대한민국이 침몰한 날, 국민의 억장이 무너지고 학교가 내려앉은 이 날을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습니다.

    꽃다운 생명이 스러져가는데도 구명조끼를 입혀주며 서로 “사랑한다”고 다독이는 아이들 앞에서 가슴은 갈가리 찢겼고, “아무 것도 도와줄 수 없어 미안하다”며 울부짖는 친구들 앞에서 우리 어른들은 죄인이 되었습니다.

    자율학습 보충수업에서 잠시 벗어나 3박4일의 짧디 짧은 행복을 꿈꾼 수학여행이 삶의 마지막 여정이 되고 말았을 때, 이 땅의 교육도 죽었습니다. 선실 벽과 유리창을 할퀴고 두드리다 피멍 들고 부러진 가녀린 손가락들이 모두의 가슴을 헤집어 놓았습니다.

    아이들을 이대로 가슴에 묻을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묻고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국민들이 묻고 있습니다. “도대체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가?”

    이 물음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우리는 아이들을 가슴에 묻을 수 없습니다. 제2 제3의 수많은 세월호들이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의 꽃다운 목숨을 위협하고, 누군가의 가슴을 갈가리 찢어놓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돈 몇 푼을 위해 망설임 없이 생명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비정한 자본, 이를 조장하고 비호하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있는 한, 또 다른 희생자들이 세월호 희생자의 이름과 얼굴, 소중한 기억들을 밀쳐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발뺌과 속임수로 자리보전에 연연하는 공직자들, 남이야 어찌 되든 제 자리부터 챙기고 보는 지도자들이 활개 치는 한, 권력에 빌붙어 정권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언론이 국민들의 귀를 사로잡는 한, 순박한 영혼들만 뒤에 남아 얼싸안고 죽음을 맞이하는 참극이 끝없이 되풀이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안합니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안내방송을 믿고 대기하라”고 한 말이 결국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말았다는 사실 앞에서, 많은 교사들이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교사라도 같은 말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보지만, 속절없이 죽어간 제자들을 앞에 두고 차마 그런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의심스러우면 되물어야 한다고, 부당한 지시에는 복종하지 말라고 가르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점수를 올리려면 의심하지 말고 정답만 외우라고 몰아세우고, 아이들의 장래를 위한다는 핑계로 정답만 생각하라고 윽박질러서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스스로 판단해서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못해서 사진 속 아이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습니다.

    물이 차오르는 배 안에서 아이들이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을 때, 대통령께서는 공직자들에게 문책 위협을 하신 것 말고 무엇을 했습니까.

    수명을 다한 낡은 유람선이 꽃다운 생명을 가득 태우고 기우뚱거리며 죽음의 바다를 항해할 때, 탐욕스런 자본가들이 승객의 안전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화물 적재량을 속이기 위해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었을 때,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대통령이 직접 끝장토론에 나와 ‘규제완화’를 역설할 때, 자본가들이 만세를 부르며 안전규제부터 내팽개치리라는 것을 몰랐단 말입니까. 대통령이 자본가들을 위해 비정규직 봇물을 열어젖힐 때, 자본가들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 선장과 선원들마저 비정규직으로 갈아치우리라는 것을 정말 몰랐습니까.

    대통령은 취임할 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했습니다.

    그런데 피가 마르고 숨이 막히는 지난 한 달 동안 이 선서를 지키기 위해 진정 얼마나 노력했습니까?

    고귀한 생명을 하나라도 건질 수 있었던 사고 초기단계, 그 금쪽같은 시간에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혼선과 무능 그 자체였습니다. 아니 생명을 구하려는 최소한의 책임마저 방기했습니다. 더욱이 일부 고위관료들의 몰상식한 행동과 막말이 사태를 걷잡을 수 없게 악화시켰습니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신의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찌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 실종자 가족들의 까맣게 타들어가는 가슴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려는 마음을 국민들은 간절히 바랍니다.

    형식적인 사과와 ‘연출된 위로’가 국민의 억장을 무너뜨렸습니다. 부실한 구난 시스템과 함께 가슴이 내려앉은 국민들은 단 한 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한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 앞에 또 다시 넋을 잃었습니다.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강압과 통제로 합리적 의심을 봉쇄하여 국민의 분노를 억누를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책무 불이행을 뼈저리게 고백하고 이제라도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발적인 재난이 아닙니다. 국민의 생존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국가 시스템은 더 이상 존속될 수 없습니다. 이윤과 돈벌이가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몇 명의 희생양을 먹잇감으로 던져주고 진실을 은폐해서는 안 됩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뼈를 깎는 책임규명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이런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습니다. 대통령은 무한 권력자가 아니라 무한 책임자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킬 의지도 능력도 없는 대통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사전에 막지 못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탐욕과 무책임이 넘치고 이를 조장하는 사회에 대해 침묵해 왔습니다.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한 해에 수백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수많은 학생들이 차별과 서열화로 절망하고 좌절할 때 이를 바꾸기 위하여 치열하게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학생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좀 더 철저하게 고민하지 못했고, 순응과 체념의 죽임의 교육을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탐욕과 불의에 복종하지 않겠습니다. 학생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살림의 교육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와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혁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2014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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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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