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에서 황금분할 찾은 이
[클래식 음악 이야기] 벨라 바르톡 (Béla Bartók, 1881-1945)
    2014년 05월 15일 10: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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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은 자연에 규범을 두는 것이다.”

‘인간세계는 자연의 한 연장’이라고 이해했던 바르톡은, 음악은 생성되어 성장하고 소멸하는 자연의 법칙과 유사한 것으로 보았고, 자연과 화음을 이루는 것으로 생각했다.

20세기 음악어법의 발견을 위하여 끊임없이 자신의 창조적 능력을 발휘한 작곡가로 인정받는 바르톡은 자연 속(꽃, 나무, 소라)에서 규칙성을 발견하려 애썼다.

특히 조개껍질의 도형적 스케치를 검토해 껍질의 와선이 황금 분할점(Golden Section)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 정수 수열인 피보나치 수열(Fibonacci Series, 피보나치수는 0과 1로 시작되며 다음 피보나치 수는 바로 앞의 두 피보나치 수의 합이 된다. 0,1,1,2,3,5,8,13)을 사용하여 음의 조성과 화성체계, 그리고 자신만의 새로운 음악체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바르톡은 종래의 전통적 조성인 배 음렬의 사용에 그치지 않고, 수학적이고 기하학적인 미의 산출로서 황금분할법을 도입하여 그의 특유한 반음계법으로 작품을 구성한다.

바르톡은 음악에서 황금분할의 원리를 자신의 음악세계의 화두로 삼았던 최초의 작곡가이다. 대담한 화성과 불협화음, 불규칙한 리듬, 황금분할에 기초를 둔 기하학적인 화성구조를 사용한 그는 특히 황금분할이라는 양식을 곡의 수평적 구조(악장의 구성, 반복 등)와 수직적 구조(화성)에 동시에 적용하였다. 황금분할과 피보나치 수열을 종적, 횡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곡 전체를 황금분할에 의해 둘로 나누고(또 그 나누어진 부분을 황금분할에 의해 여러 번 다시 나누기도 하고), 황금분할에 클라이맥스나 곡 전개상의 전환점을 두는 횡적 사용, 화성 구조에 황금분할이나 피보나치 수열에 의거한 비율을 적용하는 종적 사용으로, 그의 음악은 다른 누구의 음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획득했다.

그의 실내악 <콘트라스트 Kontrast>(1939) 중 93마디로 이루어진 제1악장을 보면 57마디 3번째 박자에서 재현부가 시작된다. 이는 황금비(0.168)를 대입한 공식 93×0.618=57.474에 따른 것이다. 또한 현을 위한 <디베르티멘토>의 1악장(563마디)도 563의 황금분할인(563 X 0.618=347,934) 347마디에서 재현부가 시작한다.

수직적 구조에 황금비를 적용하는 방법으로써 바르톡은 반음을 단위로 하여 피보나치 수열을 음정 관계의 중요한 점에 위치시키고 있다. 음악적 조직은 오로지 2,3,5,8,13이라는 음정 세포에 의해 구성되고, 음정을 세분화하는 경우에도 위와 같은 수열을 사용한다. 따라서 8은 여기에 준하여 5+3이나 3+5로 나누어진다.

<두 대의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소나타>에서는 형식의 큰 부분뿐 아니라 극히 작은 부분의 구성까지도 황금분할에 의하고 있다. 1악장은 443마디로 이루어졌는데 이 또한 443 x 0.618=273.774라는 계산에 따라 273마디에서 재현부가 시작된다. 이 같은 황금비는 그가 작곡한 대부분의 작품에서 사용되었다.

<현악기, 타악기 그리고 첼레스타를 위한 음악 Music for string, percussion, and celesta>(1936)은 2,3,5,8,13,21,34,55,89 피보나치 수열에 따라 음의 조성과 화성체계, 새로운 주제의 도입, 악기의 배치, 음색 변경 등의 시점을 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bartok

벨라 바르톡

<알레그로 바르바로 Allegro barbaro>(1911)은 바르톡이 황금분할을 최초로 도입한 피아노 작품이다. 바르톡은 악곡의 클라이막스를 곡의 황금분할지점에 배치하고 한 마디 내에서의 리듬 결합에도 황금분할을 적용했다. 4/4박자 한 마디가 4개의 8분 음표로 분할되는 2-2-2-2의 정상적인 분할대신 3-2-3, 2-3-3, 3-3-2 등으로 분할한 것이다. (2/3, 3/5, 5/8)

바르톡의 이상은 바흐의 완벽한 대위법 구성, 베토벤의 주제의 전개방법, 드뷔시의 음향적인 화음의 가치를 20세기에 표현하는 것이었다.

바르톡이 코다이(Joltán Kodály, 1882-1967 헝가리 작곡가이자 민속 음악학자)와 협력해 수집한 민요는 헝가리뿐만 아니라 루마니아와 슬로바키아 것까지 무려 6000여곡이 넘었다. 그는 사라져가는 헝가리 민요를 소생시켜 널리 보급시킴과 동시에 민요를 소재로 좀 더 깊은 예술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그가 엮은 헝가리 민요집 제1권은 매상이 형편없었다. 1500부를 파는 데 장장 32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하지만 바르톡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제2권을 내겠다는 결의를 표명했다.

한 친구가 그를 말리며 말했다. “흙 묻은 신발로 살롱 카펫을 더럽힌다는 소리를 듣고도 그 일을 계속할 참인가?” 그러자 바르톡은 대답했다. “지난번에는 흙 묻은 신발로 살롱 카펫을 밟았지만, 이번에는 살롱에 모여 험담을 일삼는 작자들을 아예 밟아버릴 작정이네!”

벨라 바르톡은 이름이 ‘벨라’이고 바르톡이 성이다. 이 순서는 서구식이고, 헝가리 식으로 바르톡 벨라라고 한다. 헝가리에서는 동양에서처럼 성을 먼저 부르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아마추어 음악가로서 이름을 날리던 바르톡의 아버지 풀 네임도 아들과 똑같은 바르톡 벨라였다. 그러다보니 가족 몰래 진 빚 독촉장을 아들이 먼저 뜯어본다거나 아들에게 온 연애편지를 아버지가 먼저 보는 등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도 벨라라는 이름이 좋았던지 바르톡은 첫 번째 부인에게서 얻은 아들의 이름도 ‘벨라’라고 지었다.

필자소개
한양대 음악대학 기악과와 동대학원 졸업. 미국 이스턴일리노이대 피아노석사, 아이오와대 음악학석사, 위스콘신대 음악이론 철학박사. 한양대 음악연구소 연구원, 청담러닝 뉴미디어 콘테츠 페르소나 연구개발 연구원 역임, 현재 서울대 출강. ‘20세기 작곡가 연구’(공저), ‘음악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번역), ‘클래식의 격렬한 이해’(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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