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덕홍 교육감 예비후보
    출마와 당적 논란 등을 보며
    [기자수첩] 체벌에 남다른(?) 철학을 가진 교육감 예비후보
        2014년 05월 15일 09: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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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께서 지난 4월 28일 느닷없이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로 출마를 선언하셨습니다. ‘느닷없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동안 민주진보진영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진행해왔고, 올해 교육감 선거에서도 한달 동안 단일화 경선을 치렀기 때문입니다.

    장혜옥, 최홍이 후보와 더불어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이 경선에 참여했고, 3월 18일 최종적으로 조희연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단일화 선출을 위해 구성된 ‘2014 서울 좋은 교육감 시민추진위원회(시민추진위)에서는 윤 전 부총리께 직접 전화를 걸어 출마의사를 물으며 경선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윤 전 부총리께서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그런데도 윤 전 부총리께서는 4월 28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시 단일화 경선 과정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셨습니다. 교육감 출마라는 큰 일을 앞두고 그동안 여러 번 진행해왔던 민주진보 후보 단일화 과정을 몰랐다니, 그동안 교육과 관련된 일에 너무 손 놓고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변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윤 전 부총리께서는 불과 2년 전인 2012년도에 벌어진 민주진보 서울 교육감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정용상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분입니다. 현재 윤 전 부총리님 캠프에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계신 이인규 위원장 역시, 2008년과 2012년에 서울 교육감 후보로 출마하셨던 분으로, 윤 전 부총리님과 캠프 관계자들 모두 민주진보 단일화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던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그런데도 유독 올해의 단일화 과정은 전혀 몰랐다고 하니 그 진의가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특히 교육감 후보로 등록하려는 자는 후보 등록일로부터 1년 전까지 정당의 당적을 보유하지 말아야 하는데, 윤 전 부총리님은 현재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여러 논란 끝에 14일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당이 서울시 선관위에 윤 전 부총리님이 지난 2004년부터 당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에 서울선관위는 윤 전 부총리님께 소명서를 15일까지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윤 전 부총리께서는 그동안 주장해왔던 그대로 소명서를 제출할 예정인데다가, 후보 등록도 하실 거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논란이 언제쯤 끝나는 것인지 까마득합니다.

    윤덕홍-방송

    윤덕홍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방송화면)

    ‘체벌’에 남다른 철학 갖고 계신 윤 전 부총리의 교육철학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윤 전 부총리님의 출마 배경에는 미심쩍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못한) 것이나, 당적 문제를 말끔히 처리하지 못한 부분들 말입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윤 전 부총리님의 교육철학입니다. 과거 교육부총리 시절의 행적은 제쳐두고라도 말입니다.

    문용린 현 교육감 등 보수 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의 정책과 민주진보 단일후보의 정책은 확연히 다릅니다. 근본적인 교육철학이 다른 탓입니다.

    그동안의 선거를 보면 교육문제에서만큼은 보수성이 강한 유권자들은 교육감 선거에서는 민주진보 단일후보가 아닌 보수후보에 더 많은 지지를 보냈습니다. 유일하게 서울에서 곽노현 교육감이 당선되었을 때에도 보수 성향 후보들이 난립을 했고 보수 성향 후보들의 지지율 합산은 곽 교육감보다도 높았습니다.

    그렇다고 민주진보 단일후보가 교육철학을 후퇴시키거나 수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 선거는 민주진보 후보에게 쉽지 않은 불리한 선거였습니다.

    그런데 윤 전 부총리께의 급작스러운 출마로 이 선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민주진보 단일화 경선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맥락입니다.

    그러나 윤 전 부총리께서 보여주신 교육철학은 민주진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당선을 목표로 노골적으로 진보와 선을 긋고, 아이들은 때려야 공부한다는 교육철학만 보여줬을 뿐입니다.

    12일 윤 전 부총리님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윤 전 부총리님은 자신의 인생을 바꾼 3명의 교사가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 첫번째 교사가 바로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라면서, 그 분이 벗겨 놓고 때린 덕분에 윤 전 부총리님께서 경북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또 그 덕분에 경북고등학교에 이어 서울대에 입학했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그 이야기를 듣던 저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동안의 합의를 깨고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출마했을 때에는 그래도 정책적으로 자신감이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때린’ 선생님 ‘덕분에’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하니, 멍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개소식에서 격려사를 보낸 이들의 발언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울대 출신이기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말, 곽노현 전 교육감 뽑아놨더니 감방 갔다며, 이제는 감방 가지 않아야 할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말들입니다.

    윤 전 부총리께서는 조희연 후보의 경선 당시 소위 통합진보당의 경기동부가 대거 동원됐다고 주장하셨지만, 제가 윤 전 부총리님의 개소식에서 본 참석자들은 전통적인 수구보수세력이었습니다.

    친박연대 최고위원을 역임했던 한국근우회의 이회자 회장님, 자민련 대구경북지부 대변인을 맡았던 사무장님 등등, 선거 현수막은 ‘민주’를 부각하며 ‘노무현 정부 교육부총리’라고 적시되어 있는데, 참석자들은 수구보수세력이라니 참으로 이상한 조합이었습니다. 윤 전 부총리님이 야권성향의 후보인지 보수세력의 후보인지 혼란이 올 정도였습니다.

    교육자들의 선거는 좀 달라야 하지 않습니까

    소위 통합진보당의 경기동부가 조희연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도 그렇습니다. 나름의 ‘흑색선전’을 하실 모양인 것 같지만 이는 보수세력의 ‘종북 공세’에 편승하는 방법으로 보이입니다. 진보진영 내부에서 통합진보당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와 별개로, ‘종북 공세’에 편승한 흑색선전은 교육자로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조희연 후보는 그동안 2012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부실 선거와 관련해 통합진보당에 대단히 비판적 입장을 밝혀왔으며 선을 그어 온 사람입니다. 범진보진영이 언젠가는 서로 힘을 합쳐야 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통합진보당의 성찰과 반성이 우선이라고 여러 번 강조한 사람입니다.

    또한 현재 조희연 후보 캠프 혹은 지지자들 중 통합진보당 당원이거나 경기동부인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조희연 후보측에서 그들의 사상을 일일이 검증한 뒤 내쫒을 이유가 없습니다. 윤 전 부총리님께서 과거 자민련 출신의 인사를 사무장으로 인선한 것이나 전 친박연대 최고위원을 개소식에서 모신 것이 문제가 아니듯, 조희연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사상이 문제될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윤 전 부총리님 캠프에 새정치민주연합측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조희연 캠프 내부에 민주당 출신이거나 통합진보당 출신이 있는 것이 문제라면 윤 전 부총리님 역시 캠프 내부를 비정당인으로 말끔히 정리하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초중고 화장실 양변기를 전면 교체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한편 15일까지 선관위에 당적 논란에 대해 소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관위가 소명서 내용을 토대로 예비후보 자격을 무효화한다고 나서니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도 불사하겠다고 하셨는데요, 그러한 가처분 소송이 가능한지 둘째 치더라도 천만 서울시민이 참여하는 교육감 선거를 개인의 욕심 때문에 늦추겠다는 의도 자체가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초중고 화장실을 양변기로 전면 교체하는 것이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의 첫번째 공약이라는 것도 납득할 수 없는데, 그것을 위해 선거 중지 가처분까지 하겠다고 나서니 정말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봐도 이해가되지 않습니다.

    윤 전 부총리님 캠프의 한 대변인께서 얼마 전 저에게 이런 문자 내용을 보내온 적이 있습니다. “입장은 다소 다를 수 있겠지만 보수와의 경쟁, 부패와의 경쟁을 서로 잊지마요”라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윤 전 부총리님의 교육철학과 출마배경, 당적논란 등의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윤 전 부총리님측과 제 입장이 ‘다소’ 다른 정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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