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선동하고자 합니다
    2014년 05월 13일 05: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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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단원고등학교 페이지(링크)의 운영자가 업로드 중단을 밝히며 올린 글을 운영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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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단원고등학교 6기 졸업생이자 단원고등학교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했던 최승원입니다. 페이지 운영을 이 글을 끝으로 마무리하겠다고 공지해드리고자 글을 씁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지 속에 4월 16일부터 페이지는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진도 현장에서, 안산 분향소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기도 했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힘들고 아픈 소식들을 나누며 함께 울고 분노했습니다.

피해자 분들의 울분과 답답함, 여야를 막론하고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행언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페이지로 확실히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간간히 유족 분들과 2학년 생존자 학생들의 격려도 받으면서, 같이 말하고 행동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에게 세월호를 잊지 않도록 하자.” “힘이 되어주자.”는 책임감으로 계속 운영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베 등 페이지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학교에 단체로 항의전화를 거는 일이 있었고, 사고 수습에 바쁜 선생님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듣자 운영 지속 의지를 단념하게 되었습니다.

페이지에서 일어난 일은 제가 책임지고 수습하고자 제 휴대폰 번호를 공개했지만 단 한 사람도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오는 일이 없었습니다. 학교로부터 “공식페이지가 아님을 밝히면 될 것 같다.”는 입장을 받았고, 저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악의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 부류들이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안겨주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이런 것을 보고 느낀 것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희생에 대해 정치적이지 말라 합니다. 선동하지 말라 합니다. 그냥 가만히 있으라 합니다. 그런 것들은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들 합니다. 저는 오히려 정치적이지 않고, 선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이야 말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도덕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런 태도는 전에 겪었던 수많은 참사들처럼 가만히 있다가 서서히 잊어가며 또 다른 참사를 불러 일으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치적이지 말라’ 하는 ‘반정치 선동’에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페이지를 보시는 여러분도 그러하기를 바랍니다. 감정에 솔직해지세요. 논리와 주장이 있다면 과감히 말하세요.

민주사회는 수많은 사람들의 정치적 입장이 교류하고 충돌하며 나아가는 사회입니다. “선동하지 말라” 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오히려 ‘반정치’ ‘비정치’를 선동하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 악의적 선동이야 말로 비도덕적이며, 민주사회의 지속을 막을 뿐입니다.

우리는 이전에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 등의 대형 참사를 겪어왔음에도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또다시 세월호라는 어이없는 참사를 우리는 마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위에서는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뭔가를 바꾼다고는 했지만, 결국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것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믿고 가만히 있다가 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이제 정치적임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들이 바꾸고 싶은 것을 누군가 할 것이라고 위임하지 마세요.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믿지 마세요. 내가 아니면 안된다, 내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세월호 사건은 지극히 정치적인 비극이었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방향도 당연히 정치적이어야 합니다.

자본은 이윤에 눈이 멀었고, 정부는 이를 방조하였습니다. 유지관리 메뉴얼도 없이 낡은 배를 가져와 무리한 증축개조를 하고 화물결박을 유기하고, 불법적인 해상교신을 해도 정부는 이를 묵인하고 오히려 규제완화 추진으로 이를 권장해왔습니다.

그리하여 4월 16일은 세월호가 침몰할 수 밖에 없는 날이었습니다.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있을 수밖에 없는 정치적 비극이었던 것입니다.

완전한 구조실패로 인한 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조재난당국은 너무나 부패했고, 무능했습니다. 국가재난대응시스템은 끝없이 붕괴하며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신적인 능력을 바란 것이 아닙니다. 못 살릴 사람 살려 달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살 사람은 살리는 ‘기본’만 해주기를 바랬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처참히 배신 당했습니다.

재난당국은 컨트롤타워의 중구난방으로 자신들끼리 충돌하기 바빴고, 구조현장과 동떨어진 브리핑으로 피해가족들에게 불신만 안겨주었습니다. 구조당국도 사고초기대응부터 보고와 피해자들에 대한 자세까지 모든 것에 실패했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구조당국의 처참한 모습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해경은 구조장비들에 대한 예산을 소홀히 했습니다. 구조장비예산의 5배를 들여 최근 골프장을 완공하기 까지 하는 부패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2. 구명정이 부족해 낡은 구명보트 한 척만 부랴부랴 가지고 출동하면서도 보고는 뻥튀기 하는 등 사람의 목숨을 앞에 두고도 보신에 바쁜 무능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3. 해경은 구조명령을 애초에 내리질 않았습니다. 구난명령만 내리고 구난(인양)전문업체 언딘만 현장에 불렀습니다.

4. 해군특수부대는 UDT, SSU는 사고 초기에 이해할 수 없는 해경측 통제로 입수조차 못했습니다.

5. 사고 초기 정조시간도 착각해서 가장 조류가 센 시간에 들어가게 해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기까지 했습니다.

(관련기사 링크)

이런 것들을 보면서 어떻게 가만히 있으라는 것일까요. 그들의 무능을 비판하면 안됩니까?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무능한 시스템을 질타하고 그 총괄자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것이 편향적인 것입니까?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는 것이 과격한 정치적 주장입니까? 여야를 막론하고 막말과 더러운 행동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는 게 그렇게 선동적인 것입니까?

그렇다면 저는 기어이 정치적이고자 합니다. 할 말은 하겠다고,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선언하겠습니다. 저는 잊지 않고, 가만히 있지 않는 것이야 말로 제 후배님들과 선생님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이 잊혀지지 않도록 하고, 우리가 이윤보다 생명을 우선하는 안전한 사회에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참 예의이고 고인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눈물만 흘리면 언젠가는 잊게 됩니다. 분노를 잊고 눈물만 흘리며 잊어버리는 것은 눈물 자국이 지워진 뒤에는 큰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내 일이라 생각하며 자신에게 같은 상처를 새기고 그것을 흉터로 만들어 끝까지 간직해야만 영원히 잊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희생자를 추모한다면, 잊지 말고, 같이 새긴 그 흉터를 보며 끝없이 생각해주세요. “또다시 이와 같은 흉터를 새기지 않고 싶다. 그러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나름대로의 생각을 거쳤으면, 행동해주세요. 친구들을 모아 밤새 토론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 볼 수도 있고, 그 곳에서 멋진 행동의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봉사활동도 좋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봉사 뿐만 아니라 경건한 마음으로 힘든 일을 당했거나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들에게 봉사하면서 세상을 곱씹어볼 수 있겠지요. 집회시위에 참여하는 것도 좋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정말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입니다. 이도 저도 미적지근하면 시민사회나 정당에 뛰어드는 것도 좋습니다. 잘 조직되어 있는 곳에서 진정 사회를 내 손으로 바꾸기 위한 행동들을 해보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여기서 저는 감히 여러분을 선동하고자 합니다. 반정치를 선동하는 세력들에 맞서서, 희생자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어가는 모습을 힘없이 지켜만 봐야하는 세상을 용납하지 말자고, 제발 같이 살아남아 달라고.

끝으로, 감명 깊게 읽을 수 있는 트라우마 심리치유 전문가 정혜신씨의 인터뷰 기사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관련 글 링크)

이제까지 페이지 구독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단원고 페이지

[추가 공지글]

계속해서 똑같은 댓글이 달리고 있어 정리하여 공지 올립니다.

1. 단원고 이름을 대표도 아닌데 왜 사용하느냐 

(1) 공식페이지가 아니라는 페이지 설명은 진작에 올렸고, 사고 초기부터 공식페이지가 아니라는 글을 3번 정도 올렸으며, 5월 초에는 실명을 밝히면서 자세히 공지글 작성했습니다. 단원고등학교 페이지가 왜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자세한 부분은 전 공지를 참고해주세요. 현장에 직접 가서 언론에 보여지지 않는 소식을 알리고, 현장에서 계속 제기되었던 의혹들이 언론에 보도되면 공유하고, 가족분들 필요한 것 하나라도 더 지원해드려야겠다. (구호물자 상황 공유) 라는 생각으로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2) “단원고등학교”라는 이름으로 처음에 물론 오해가 예상되어 처음에 이름을 바꾸려고 했으나, 좋아요 300명이 넘으면 페이지 이름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페이지 약관이 있어 이름 변경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제 진정성을 이해해 주시고, 구독해주시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고, 계속해서 쌓은 자료들도 있고, 페이지 “좋아요” 수도 있고, 페이지가 가지고 있는 전달력이 가족 분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겠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으면 그래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차후에 생길 오해는 어떻게든 내가 책임지고 해결하자.”라는 생각으로 운영을 지속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마음에 안 드시면 저에게 직접 연락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 다시는 분들 중 대다수가 공식페이지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하루 이틀 온종일 댓글을 다시는데, 그럴 필요가 왜 있습니까. 주변 분들이 그런 댓글에 안타까워 하시고 걱정하셔서 하는 말입니다. 공식 페이지가 아닌 걸 아셨는데 싫으시면 하시면 페이지 구독을 안하면 될 일입니다.

2. 졸업생 아니지? 선동꾼이지? 

목금토일 안산분향소 동문회 부스에 오셔서 최승원을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아니면 메세지 주시고 통화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따로 만날 의향도 있음을 분명히 밝혀드립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 노출된 많은 문제들을 끝까지 지켜보며 풀어나가기 위해 언제까지든, 어떤 노력이든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그 책임은 끝까지 질 것입니다.

3. 항의하는 게 일베인 것을 어떻게 아느냐, 일베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 

일베에 단원고 페이스북 관련 게시물이 베스트 게시물로 가서 포탈 열린 거 직접 확인했습니다. 몇개씩 있더군요. 많은 댓글이 달리면서 단원고에 항의전화를 하자는 댓글도 많았고요. 실제로 항의전화를 하고 인증한 게시글도 베스트 게시물로 가서 “행게이 ㅇㅂ” 댓글이 수십개가 달린 게시글도 봤습니다. 몰아가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입니다.

4. 유병언 일가 / 선장-승무원 비판은 왜 안하고 정부 비판만 하냐 

검찰은 그들에 대해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덧붙일 말은 별로 없습니다. 만약 그 쪽에서도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꼭 지적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족분들이 답답해 하는 것은 구조현장과 정부 책임자에 대한 수사가 그 쪽에 비해 매우 더딘 부분입니다. 괜히 땡볕에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 담긴 피켓으로 침묵시위하고 계신 것 아닙니다.

5. 왜 진보 언론 기사만 공유 하느냐, 편향되어 있는 것 아니냐 

언론사가 무슨 상관일까요? 현장에서 제기된, 의혹적인 내용을 규명하려는 언론 위주로 공유했던 것 뿐입니다. TV조선의 “유병언 키즈설” 등 보수언론의 보도도 공유했는데, 보수 언론이 그런 기사를 많이 내서, 그런 기사만 공유했으면 보수적으로 편향된 것일까요.

6. 왜 추모나 애도글을 올리지 않는 것이냐. 

제보 받은 글, 사진, 영상 많이 올렸고, 둘러보시면 압니다.

7. 왜 추모하고 애도하는 분위기로 가야지 정치적으로 만드느냐 

“가만히 있으라”는 것인데, 추모-애도의 분위기로만 흘러가는 것이 유가족분들이 가장 원하지 않는 일입니다. “추모 분위기로만 흘러가는 상황이 싫다.”며 영정 사진을 빼들었던 가족분을 생각해보세요. 희생자들과 가족분들을 위해 인간으로서의 도리는 눈물자국만 남긴 채 사고를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기억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요구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겠습니다. 이윤보다 생명을 위한 사회로 나아가는 노력에 동참하면서요. 세월호 참사라는 정치적인 비극에 정치적으로 풀어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8. 왜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 비극이냐 

세월호 사건은 안타까운 사고이자, 침몰부터 구조실패로 인한 참사까지 완전한 정치적 비극입니다.

일본에서 십수년 운행된 낡은 세월호가 어떻게 우리 바다에 띄워져서 (선령 규제완화) 엉망진창인 상태 (평형수 부족, 화물결박유기, 불법개조증축, 불법해상교신)로, 안전에 대한 훈련은 전무한 채로 학생들을 태우게 되었으며, 어떻게 제대로 된 지위도 없는 촉탁직 선장 (지휘감독 실세는 따로 있었다.)과 근무기간이 짧은 저임금 비정규직 선원들만이 배를 몰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세요.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4월 16일은 세월호가 침몰할 수밖에 없는 날이었습니다.

구조 실패도 마찬가지죠. 구조당국은 초기 대응에 완전히 실패했으며, 이후에 비리와 부정부패들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확실한 상황 확인과 효율적인 지원을 해줘야 할 재난당국은 우왕좌왕하다가 오히려 현장에, 국민들에게 혼란만 가중시켰습니다.

침몰부터 구조실패로 인한 참사까지, 어찌 정치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까.

9. 페이지 어떻게 할거냐 

업로드만 중단하고 폐쇄는 하지 않습니다.

10. 끝까지 잊지 않고 함께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그래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필자소개
단원고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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