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누군가에게 폭력이 될 때“
    [가짜사나이-3] 아나키스트 병역거부자 안지환
        2014년 05월 13일 03: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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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사나이 마지막 세번째로, 2010년 아나키스트로서 병역을 거부한 안지환씨와의 인터뷰이다. 며칠 뒤인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이기도 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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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가짜사나이에 출연하게 된 이유가 뭔가?

    안: 전쟁 없는 세상 행사는 할 수 있는 상황일 때는 꼭 함께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감옥 다녀오면서 전쟁 없는 세상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꼈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강: 어쩌다보니 세 명의 출연자 중 평범한(?) 병역거부자의 포지션인데?

    안: 사전 모임에서 연출자인 김슷캇님의 이야기를 듣고 재미있는 관점이라는 생각을 했다

    소규모 사회, 공동체 내에서 시간 순서에 따라 나타나는 절대의지가 있다는 말이었다. 내가 나이브한 것 일수도 있지만 겨우 몇 년 전에 비해 현재의 병역거부가 더 대외적이고 사회적이고 즐거운 것이 되었다는 인상이 있다고 할까. 혹시 기억하나?

    강: 어떤 부분 말인가?

    안: (미팅 때 김슷캇님이) 길준님 때는 한 사람이 불합리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했고, 나 때는 저런 사람도 있나보다 싶었고, 하형환씨 때는 병역거부가 당연한 것으로 화했다고.

    내 경우는 매우 자기 자신에게 함몰되어 있었고 옥쇄적인 행위였는데 좀 더 연결되어 있다. 당장 그쪽만 봐도 들어가기 전에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있잖은가? 우리 사회라고 하면 이상하지만, 이 권역 내에서.

    강: 그렇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들깨(5월 14일 선거공판을 앞둔 병역거부자)님도 이것저것 하고 있다.

    안: 이런 역할들을 하면서 병역거부라는 행동이 다음 영역으로 진화한 것 같다. 겨우 몇 년 사이의 몇 명 안 되는 사람들 가지고 이런 이야기 하면 웃기진 하지만

    강: (웃음) 내가 이런 말 하긴 좀 뭐하다. 그렇게 볼 여지는 있겠다.

    안: 근데 이렇게 이야기 하다보니까 내 스스로를 화석화시키고 내가 생계 때문에 일선에 있지 못하고 이렇게 지내고 있는 걸 합리화 하는 386적인 말을 하고 있다.

    강: 굳이 286적이라고 할 건 없지 않을까. 나도 감옥 갔다 오면 활동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는 거고…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싶다. 병역거부 할 때의 심정이 어땠는가?

    안: 내 스스로는 바로 직전의 병역거부자인 백승덕씨나 조은씨의 글들을 읽으면서 매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당시에 병역거부 선언서를 썼었는데 다들 사법부에 내는 글의 제목을 소견서라고 했던 것을 나름대로 차별을 두고 선언서라고 썼다.

    강: (웃음)가장 길었다는 점에서도 차별적이었다(15페이지이다)

    안: 그렇다. 나는 글이 갖고 있는 힘을 아직 믿는 편이다. 내 개인적인 심리상태의 안정이나 마음의 치유 혹은 정리를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 우선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글을 통해서 서로한테 영향을 끼치는 게 정말 크다고 생각한다.

    강: 그렇다. 내 소견서만 해도 지환씨 선언서의 영향을 받았다.

    안: 그런가? 뭐, 좀 정리하자면 내 나름대로 의의를 두고 썼던 글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희망해보는 정도이다. 경찰조사 검찰조사 후기랑 법 절차를 정리하기도 했고. 나름대로 업데이트 정보 전달하려고 애썼던 거지.

    강: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 다음 질문. 병역거부를 결심하게 된 과정이 무언가?

    안: 처음 생각한 건 고등학교 자퇴하던 시기에 이라크전쟁 파병 문제와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 이전 문제를 겪었다. 사실은 저 문제들을 겪으면서 자퇴를 결심했고. 그 때 마음은 먹었었다. 그러나 최후까지 아무래도 마음이 흔들렸다.

    강: 음..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까지 계속 흔들렸는가?

    안: 흔들리는 건 영장 나올 때까지 계속 그랬던 것도 같다. 하지만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명확하고 충격적인 이미지와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강: 명확한 계기는 아니었다? 설명을 해 달라.

    안: 보통 인생의 경로가 크게 바뀌는 결정을 할 때 어떤 명확하고 충격적인 이미지와 계기가 있던 것처럼 표현이 된다. 하지만 특별히 그런 것은 없었고 차곡차곡 퇴적되듯이 경험해왔던 일들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멀리는 할아버지가 한국전쟁에서 전사했던 일. 어릴 때부터 전쟁이라는 것이 우리 가족에게 끼친 영향을 느끼면서 자라왔다. 사실 현충일 추념식은 감옥에 있을 때 말고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참여해 왔는데 그런 것으로부터 시작된 고민이기도 하다. 가까이는 미선이 효순이 사건 때도 있고… 그래도 말하자면… 특히 이라크전쟁, 대추리.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폭력이 가해지는 걸 목도하게 되어서 넘어갈 수 없는 선이 만들어졌던 것 같다.

    강: 그런가.

    안: 나뿐만이 아니다. 내가 감옥에 들어갈 때 전쟁 없는 세상에서 주선한 어떤 모임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의외로 내 앞 세대 병역거부자들이 다들 대추리에서의 경험을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이야기 했었고 그래서 동질감을 느꼈었다. 심지훈씨 역시 대추리에서의 경험을 이야기 하고 있고. 그 당시에 이게 중요한 사건이 아니었나 한다. 김슷캇씨하고 이야기 할 때, 그와 그 주변 사람들에게 촛불이 의미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할 때와 비슷하지 않을까. 근래 병역거부자들 중에서 용산을 언급한 분들이 계셨던 것을 봐도 그렇고.

    안지환

    안지환씨(사진=전쟁 없는 세상)

    강: 아나키스트로서 병역거부를 하셨는데, 아나키스트라는 자각을 한 건 언제쯤인가?

    안: 중고교때 아나키즘을 처음 접하고 마음 속에서 갖고 있던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단어를 찾은 것 같아 기뻐했다. 뭐, 이후에는 마치 요즘사람들이 더 이상 너바나를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심경으로..라고 말하면 웃기긴 하지만…아나키즘에 대해 이야기하길 꺼려했었다. 하지만 제 주변 친구들 권역에서 다들 조금 남사스러워서 말은 못해도 검은 꿈(!)을 가지고들 있었다. 나도 늘 그래왔고.

    강: (웃음) 좋은 꿈이다.안: 병역거부 할 때는 일부러 선언적으로 아나키스트로서 라고 말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자기고백이랄까.

    강: 자기고백 이후의 심경은 어떤가? 남사스러움이 좀 줄어들었는가?

    안: 그렇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해 부끄러운 경우들이 있다. 생활 속에서 그런 일들이 간간히 있다.

    강: 병역거부자 중에 수감 중 잘 지냈던 걸로 유명하다. 비결이 뭔가?

    안: 내 사주가 굉장히 나쁘다. 보통 나쁜 게 아니다. 마이더스의 손의 역버전 정도 된다. 그나마 운이 좋은 시기가 있는데 그게 딱 징역 때 맞춰져서 징역 운이 좋았다. 일생의 운을 징역에서 쓴 것이 비결이다.

    강: (웃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러면 지금 상태는 운을 다 쓴 건가?

    안: 이제는 운에 별로 개의치 않고 지내고 있다. (웃음) 농담이긴 한데 정말로 징역 전에는

    굉장히 불운하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며칠 전에 내가 예전에 쓰던 지갑을 찾았는데 그 안에 엄청 불우한 글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딱히 불운하건 말건 신경 안 쓰는 아저씨가 됐고, 그러한 마음가짐은 약간은 감옥에서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안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 덕분이다. 보은을 못하고 이러고 있는데 늘 마음에 짐처럼 있다.

    강: 음. 숙연해진다. 숙연한 분위기에서 이런 질문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인터뷰어의 성향이라고 생각해 달라. 병역거부계의 꽃미남으로 유명하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안: 그렇지 않다. 지난 겨울부터 스스로 아저씨가 되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멋있게 늙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강: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도 있지 않나?

    안: 난 클래스를 격파하는 용사다.

    강: (웃음) 마구 반박을 하고 싶다

    안: No war, but Class war

    강: 알겠다. 본인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마지막으로, 안지환 님이 가짜사나이란 행사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 부분은 특별히 말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말해 달라.

    안: 3편에서 핵심은 어쩌면 지훈씨인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고향 친구들 중에 항상 같이 다니던 친구 둘이 있다. 하나는 의경 가고 하나는 해병대 갔다. 연평도 터지기 직전에 해병대 친구는 전역했고 의경 친구는 촛불 때 서울 몇 번 오고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모텔에서 바라보는 도시는 무정하구나 이런 문자를 보내곤 하던 친구였고. 셋을 이어주는 키워드는 불운, 가난, 이런 거였다.

    여하튼 친구들끼리 만나면 내가 감옥 갔다 온 거나 친구가 해병대 갔다 온 거나 의경 갔다 온 거나. 좀 더 넓게 다른 친구들 더 보면 어디 갔다 오거나 사실 다 똑같다. 가기 싫은데 갔다고 할까.

    강: 맞는 말이다.안: 국가의 강제에 의한 피해자라는 포지션이 있다. 피해자라는 정체성으로 다 귀결되어 버리면야 좋을 건 없겠지만, 그래도 다른 설명 필요 없고 이야기 필요 없고 그냥 같다.

    지훈씨가 관심병사였을 때 그를 괴롭힌 선임들의 논리가 너만 하기 싫냐 나는 미쳐서 이런 거 하고 싶어서 하냐 왜 너만 지랄이야 인데 사실 여기 베이스는 너나 나나 똑같다는 게 깔려 있다는 거다. 뺑이 까는 게 똑같고 싫은 게 똑같다.

    이게 어떻게 발현하면 그런 폭력이 되지만 어떻게 발현하면 굉장한 우정이 될 수도 있고 연대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같은 처지에 있고 그래서 같은 압제의 주체를 향해 같이 싸우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끝>

    * 인터뷰어 강길모 : 가짜사나이3 기획팀에서 잉여를 담당하다가 인터뷰를 맡았다. 예전에 훈련소에 들어갔다 나왔다. 올해 병역거부 선언을 했다.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전쟁없는세상에서 병역거부팀 활동 중.

    필자소개
    병역거부 선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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