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에서의 백일기도
[이기순의 생애 이야기-8] 신내림을 받다
    2014년 05월 12일 04:17 오후

Print Friendly

이기순의 생애 이야기-7 링크

삼일만에 나려와서는 계룡산으로 갔어. 동학사 있는 대전이니께 대구서는 한참 멀지만, 내 고향서는 안 먼 데지. 그려도 한 번도 안 가본 데여. 해가 어스름해서나 산 들어간다는 정류장에 떨어졌어. 어디서 차를 탔는지도 모르고 물어물어 갈아 타서, 계룡산 입구라는 디서 내린거제.

벌써 어두운 디, 가게가 하나 있드라구. 주인헌티 계룡산 가는 길을 물으니, 첨 가는 사람은 이 시간에 못간댜. 걱정을 허고 있으니 어디다 전화를 넣구, 좀 있으니 어떤 보살님이 왔어. 낼 아침에 산 기도를 강 게 자기 집서 자고 같이 올라가겄느냐구 물어. 고맙다구 하구는 졸랑졸랑 쫓아갔어.

보살님 집이 굿당이드라구. 쌩판 모르는 남헌티 저녁밥이구 잠자리구 신세를 진 거제. 머래두 거들려니까, 대근헐텡게(‘피곤할 테니까’의 충청도 방언) 퍼뜩 자라는 거여. 염치두 없이 그냥 달게 자구, 아침에사 키질소리에 깼어. 나를 보고는 시방 가자드라고. 쌀 한 되 서홉을 담아 나헌티 들리구, 기도헐 거를 챙기고 해서, 먼저 나서드라구.

올라가면서 산에 며칠을 있을거냐구 묻길래, ‘머혀도 사흘은 있어야지유’ 했더니, 요대기라두 가져올 걸 그렸다구 걱정을 혀줘. 근디 나는 악이 난께 춥고 배고프고를 당췌 모르는 거여. 보살님이 사연도 안물어보고, 그저 산앙대신만 찾으라더라고. 기도 공부를 헌 사람잉게 감이 있었나벼.

산을 들어가서 보살님은 넘 일받은 기도를 혀고는 나려갔어. 정월 추울 땐 게, 근방으로는 아무도 읎이 혼차여. 밑도 끝도 읎이 바위에 앉아 기도하고, 잘 때는 바위 밑이서 잤어. 바위 밑이 한 사람 들어갈맹키로 움푹 들어갔고, 요껍데기 하나가 있더라구. 첫날 기도는 그저 산앙대신만 찾으면서 저절로 집중이 되드라구.

“산앙대신 할아부지, 죽을 죄를 졌습니다. 산앙대신 할아부지, 제가 새끼 넷을 두고 나왔습니다. 내 사주팔자를 못 이겨서 자슥새끼들 두고 나왔는디, 산앙대신 할아부지, 어쨌든 내 새끼들 좀 잘되게 해주셔요. 나는 시방 죽어도 한이 읎으니, 그저 내 새끼들만은 옳은 길로 인도해 주세요. 산앙대신 할아부지, 산앙대신 할아부지”

그거 말고는 기도를 머 알기를 혀, 어쩌~? 산앙대신만 찾으라고 혔으니 산앙대신은 앞뒤루 붙이구, 자슥새끼 기도만 하는 거제~. 이튿날은 눈이 많이 왔어. 근디 저녁 기도를 한참 하던 중에 사람 오는 소리가 들리는 거여. 시계도 읎어서 몇 신가도 모르는데, 벌써 깜깜허니 한밤중이었제. 눈도 오고 한밤중인 그 산에 누가 사람이 오겄느냐고?

그른디 꼭 사람 지껄이는 소리여. 근디 보살님이 사람소리가 나든 머하든, 무조건 산앙대신만 찾으라고 혔었거든. 그랴서 소리야 어쨌든지 산앙대신만 찾으면서, 새끼들 기도만 계속 혔어.

그르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막 울음이 터지드니, 입에서 지절로 ‘귀인이 와서 너를 도와줄 꺼다’, 그 소리가 나오는 거여. 이게 먼 소린가 놀래면서도 계속 기도를 혔어. 근디 새벽녘에 어떤 사람이 산신 기도를 들어왔어. 일을 하나 띠어 가지구 온 대전 사는 보살여.

자기 기도를 다 끝내고는 나를 보면서, “에구 불쌍헌 지고, 널판에서 서로 설음 높이 올라가겄다고 저울질을 하고 있네” 그러는 겨. 내 입이서 나온 기도도 있고 혀서, 붙들었어. ‘내가 사실은 올 데 갈 데가 읎는 사람입니다. 내가 어디 백일기도래도 할 디를 인도해 주셔요. 돈도 수중에 하나도 읎네요.’ 하며 난생 첨보는 사람헌티 부탁을 헌 거제. 내가 당췌 그런 낯이 읎는 사람이거든~.

근디 그 보살도 앞뒤 읎이 자기 집으로 가자는 거여~. 그려서 아니라고, 약정헌 기도가 있응게 그거 끝나고 가겄다고, 전화번호래도 적어달라고 혔어. 쓰고 어쩌고 헐 게 읎어서 초 탄 심지 그거루 팔뚝에다 적어주고는, 그 보살은 나려갔어.

마지막 날은, 눈을 감고 있으면 머가 이짝에서 쎅~ 하고 지나가고 반대로 쎅~ 하고 지나가고, 누가 모래를 쫚~ 끼얹구 그려. 근디도 하나도 안 무서워. 그저 “산앙대신 할아부지 산앙대신 할아부지, 우리 새끼들 구멍구멍 눈물 안나게 해주세요”,(울면서 기도문을 읊으심) 그 기도만 하는 거여.

그른디 또 울음이 터지는 겨. “걱정말어라 걱정말어라. 중생을 인도시켜서, 내가 너를 살려주마. 불쌍하다 불쌍하다, 맘은 천심인지고. 화근 하나는 사주팔자가 기구 허니, 이를 우쨔면 좋을거냐?” 그러드라구, 내 입에서.

삼일기도를 채우고 산을 나려가서 그 보살헌티 전화를 했더만 일단 오라드라고. 그려서 “아직은 아니에요. 제가 산 하나를 더 갔다 갈게요.” 그렸어.

게룡산2

계룡산 천량사 황적봉 허공기도터

마지막으로 지리산 뱀사골을 들어갔어. 못들어가게 막아 논 데를 밤에 몰래 들어갔어. 가져간 거라고는 초 여섯 개짜리 한 곽 말고는 아무 것도 읎었제. 먹을 거도 머도 아무 것도 읎는 거여. 그 초도 모질라서 달랑 두 개만 켜놓고 밤새 기도를 혔어. 근디 가만 봉게 이제 죽겄다는 게 아니구 살긋다는 기도를 허구 있드라구, 참나~. (두 손을 싹싹 빌며 기도를 이으신다.)

“산앙대신 할아부지 산앙대신 할아부지, 나는 삼일만 기도를 혀고, 어느 보살네로 가야 합니다. 내가 돈도 읎고, 배운 것도 읎습니다. 그저 악한 인간 쳐내불고 선한 인간 대행시켜서, 저를 산앙대신 뜻대로 인도해 주세요.“ 자슥 기도도 허지만, 그 기도가 나오는 거여.

신 받는 건 봤어도 기도하는 건 못봤지. 내가 어려서부터 신기가 있었던 거여. 쪼맨헐 때 맥읎이 아프구 횟배 앓구 헌 게, 신병이었든 거여. 어려서 어떤 보살이 어무이헌티 그 소리를 허는 걸 들었어. 어무이는 그 때 싫여허드라구.

지리산을 가기는 갔는데, 나올 돈이 읎는 거여. 쥐고 온 삼만 을매를 다 써버린 거제. 뱀사골서 삼일기도를 마치고 버스 타는 데로 나려는 왔는데, 돈이 읎어 걱정만 하고 앉았는거여. 변죽이 읎어서 누구 붙잡고 사정을 할 줄도 모르고.

근디 어떤 남자 하나가 “보살님 얼굴 봉께, 기도하고 오는 분이네요~ 어서 버스 타셔요.” 그러고 말을 붙여. 그려서, “가긴 가야 겄는디 차탈 돈이 읎네유~” 긍게, “그냥 타셔유. 제가 댈께유.” 그려~. “고맙습니다.”하고 그냥 탔어. 나가 그러지를 못허는 사람이거든, 더구나 여자두 아니구 남정넨데. 근디 그 때는 그라드라고.

그 차가 전주까지 가는 거였어. 해가 아직 남았을 때 산을 나려왔더래도 전주오니께 어두워졌더라구. 그 양반이 저녁을 사주겄다그려. 옷이고 머고, 그지가 따로 읎지. 메칠을 기도만 허구 빈 속에 을매나 춥고 떨려. 그려도 워낙 급항 게 차값은 읃어 탔지만, 솔직허니 그 냥반을 어디서 봤다고 밥까지 얻어먹겄냐고~?

그려서 괜찮다고 헝게, 자기 엄니도 산을 다님서 기도를 혔담서, 엄니가 돌아가셔서 시방 밥을 떠다 바치며 삼년상 중이라는 거여. 그려서 말씀은 고맙지만 되얐다고 하니께, 어디를 가실 거냐고 묻는 겨. 시방 대전을 가기는 가야 허는디, 어쩔지 모르겠다고 혔어. 그르니 ‘자기는 나쁜 사람 아닝게, 신세를 지셔도 괜찮다’고 함서, 끌다시피 식당을 데꾸 들어가드라구.

그르니 저녁밥은 또 읃어먹구, 불 앞에 앉아 이젠 대전 갈 차비 걱정을 하는 거여. 그른디 그 양반이 나가서 택시를 잡아놓더니 나오라고 부르는 거여. 돈도 한 푼 읎는데 택시는 잡아 왔고, 겁이 왈칵 나더랑게. 그려서 안타고 머뭇거리고 있응게, 그 양반이 운전수헌티 돈을 줌서 ‘이 보살님을 기차역까지 데려다 주고, 남은 돈은 보살님을 드리라’구 하구는, 나를 택시로 밀어 넣는 거여.

운전수가 내 준 거스름돈이 을매였는지는 모르겄는디, 그 돈으로 대전 오는 기차값까지 하고도 남었어. 그르니 시방같이 주변이 좀 있으면, 고맙다며 전화번호라도 받고 했겄구만, 그때는 그런 주변머리도 정신머리도 읎고~ 참 세상에, 그런 덕을 보며 기도를 다닌거여. “악한 인간 쳐내불고 선한 인간 대행시켜서, 산앙대신 뜻대로 인도해 주세요“, 그 기도가 그렇게 맞아드는 거여.

대전 와서 전에 그 보살님한테 전화를 헝게, 얼른 오라는 거여. 난 어딘지 찾아가지를 못현다고 혔더니, 보살님이 와서 데리고 갔어. 한 삼일을 빨래니 청소니 집안 일을 돕고 있는디, 곧 다른 보살네로 데리고 가드라구. 거기가 내가 있을 집이라는 거여.

옮기기 전에 그 보살이, 아무 걱정 말고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 밥이나 해 주면서, 내 기도를 하면 된다고 혔거든. 무당집인디, 법당에 산신가까지 차렸더라구. 일 해주는 틈틈이 법당서 기도를 혀고, 산신각에 가서도 혔어. 계룡산이여 거기가. 남이 기도하고 꺼놓고 간 초들을 모아 불을 켜고 기도를 혔어. 보살헌테서 쓰다 남은 초토막을 얻어다가도 켜고. 낮에는 주로 법당 일봐주고 손님들 음식이니 치다꺼리니를 해주는 거여.

그러다가 백일기도를 시작혔어. 나 시작하던 날 같이 백일기도 들어온 여자가 있었어. 그 사람은 자식도 찾아오고 영감이 돈도 갖다 바치고 하는데, 나는 그런 게 어딨어? 혼차고, 돈도 하나 읎고. 그르니 거기서도 천대가 많드라구. 그 사람은 기도만 하게 하고 떠받드는데, 나는 밤에 기도하는 중에 뚝하면 불러내서는, 이거해라 저거해라 시켜대는 거제. 그 여자 뒷바라지도 나를 시키고. 그 여자가 나를 많이 하대를 허고 비웃고 그렸어. 비가 주룩 주룩 와서 길이고 마당이고가 무너지니까, 흙도 니아까로 해서 날르고 다지고.

그란디 백일기도를 혀다가, 내가 말문이 티인 거여. 말문이 티인다는 게, 신이 내 입으루 예언을 헌다 그 거여. 사람만 탁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앞일이며 뒷일이며가 주루룩 나오는 거여.

같이 기도 들어간 그 여자는 결국에는 말문이 안트이구 그냥 나려갔어. 기도를 허고 있으면, 어떤 사람들은 초라도 사서 쓰라고 돈도 주고 가고, 음식 남은 거를 쏟아주고도 가고 하니, 나는 더 필요한 게 읎어.

한동안 여름 장마가 져서, 맻날 매칠을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어. 하도 내리 퍼부으니, 기도하러 오는 손님들이 별라 읎어. 그르니 기도하기에는 차라리 장마가 좋더라고. 그르케 백일기도를 다 마치고 이제 어쩌야 하나….하며 기도를 하는데 “걱정말어라, 걱정말어라. 악한 중생 쳐내불고 선한 중생 대행시켜, 너를 지켜줄 게 걱정 말아라. 너를 인도시켜줄 게 걱정 말아라” 그 기도가 또 나오는 거여. 그라구 “높은 산에 재 날리고, 얕은 산에 사당 짓는다” 그런 기도도 나와.

내가 그 의지하던 보살헌티 그 기도가 먼 소린가 물응게, 별로 안좋아라 하더라고. 나중에사 내 기도가 자기보다 더 높은 걸 알고 나를 시암낸 거를 알았어. 그러는데 마침 글루 기도 들어온 사람 하나가 대둔산(충남 논산 소재.)에 자기가 천막 쳐놓은 게 있담서, 거그 가서 기도를 하라는 거여.

시방은 유원지랑 케이블카가 들어왔다더만, 그 때는 그런 거 하나 읎이 길이 아주 나빴거든. 그려서 고맙다고 나려가기로 약조를 혀고, 그 주인 보살님헌테 승복을 한 벌 맞춰줬어. 어쨌든 스승인 거잔여. 그럼서도 내가 이 말 한마디는 혔어. “보살님, 제가 읎이 와서 기도하느라, 너무 설움을 받았네요‘, 그 말은 꼭 하고 싶더라고. 기도하는 사람들끼리도 그르케 칭하를 두고 달리 대하는 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던 거여.

전에 같으면 주녁이 들어서 속으로만 생각혔지 말로는 못혔을틴디, 그 때는 선상헌티도 그 말이 나오더만. 어려서야 욕심도 많고 말도 잘 혔제~. 근데 여우살이가 하도 기가 멕혀서, 생각도 말도 맘대로 못허고, 그리 된 거제. 근디 죽을 작정을 허고 집을 나와 영혼을 닦으니께, 말문도 트이고 다시 자신감이 생긴 거여.

최현숙 : 죽을 작정을 하고 남편을 벗어나서, 기도를 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모습이 참 좋아 보여요. 영혼이 맑아져서 신의 소리를 듣고 말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원래 모습을 되찾는 거겠지요.

이기순 : 최선상처럼 신내림을 이해해주니, 내가 이런 야그를 편케 솔직허니 다 할 수 있는 거여. 아무리 친한 사람헌티도 세상 나와서 만난 사람헌티는 이 얘기를 터놓고 해본 적이 읎어. 다들 미친 사람 취급하거나, 천한 일로 여깅게. <계속>

필자소개
1957년생 / 학생운동은 없이 결혼/출산 후 신앙적 고민 속에 1987년 천주교사회운동을 시작으로 “운동권”이 됨. 2000년부터 진보정치 활동을 하며 여성위원장, 성정치위원장 등을 거쳐, 공공노조에서 중고령여성노동자 조직활동. 현재 서울 마포에서의 지역 활동 준비 중.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