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의지대로 살아보자"
    [가짜사나이-2] 2008년 촛불 전경 이길준씨
        2014년 05월 12일 03: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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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사나이 연속인터뷰. 그 두 번째 걸음으로 2008년 촛불 전경으로 유명했던 이길준씨를 인터뷰 했다. 가짜사나이-1 인터뷰 링크

    강: 가짜사나이 출연 이유가 무엇인가?

    이: 제안이 들어왔을 때, 그냥 언제 하는지만 물었다. 5월 초라고 했고, 당시로선 일정에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아 별 생각 없이 수락했다. 그냥 몇 시간 가서 얘기 좀 하면 되겠지 하고. 아, 이번 행사는 몇 시간 정도 계획하고 있는가?

    강: 세 시간 정도? 아침에 리허설도 한다.

     이:공연팀만 리허설 하는 게 아니고? 흠. 가짜사나이 출연을 다시 고려해봐야겠다.

    강: (웃음) 뻔한 질문부터 시작하겠다. 2008년 당시 어떤 이유로 선택을 했고, 어떻게 진행이 됐었는가?

    이: 6월경에 북괴에서 지령이 내려왔다. 조선로동당의 위대한 과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 한 몸 희생해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감을 뼈저리게 느꼈다. 남파 간첩단 중 전쟁없는 세상과 전의경제 폐지를 위한 연대와 접선을 했다. 국가 전복을 위한 반란 계획을 모의하고 신월동 성당에서 궐기를 했다.

    강: (웃음) 총이 오기로 했었는데 총이 안 와서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고, 기자회견만 한 것인가? 음, 당시 상황이 굉장히 급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뒷이야기를 좀 해달라.

    이: 장면 장면들은 기억이 나지만 감정들은 잘 기억이 안 난다. 지금 와서 생각하자면 종영된 드라마를 다시 돌려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3인칭 시점에서 아 그랬구나 하는.

    길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요약하자면 선언 전 3일은 병역거부자들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과정, 그러니까 부모님께 처음 병역거부 의사를 밝히고, 물론 부모님들은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시고, 설득하고 상처받고 그런 갈등 과정을 압축해서 겪은 시간이었다. 때문에 애초에 선언을 하려던 기독교회관에서 하지 못하고, 신월동 성당에서 하게 된 건 많이들 알 거고. 암튼 병역거부자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인데 난 압축해서 3일 만에 겪어야만 했으니 힘들었지 뭐.

    강: 그 이후에는?

    이: 이후? 뭐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상한 퍼포먼스하면서 기자회견을 했고, 내 생각대로 농성은 흘러가지 않았고, 그러다 쫑 났고.

    강: 어떤 부분이 생각대로 되지 않았나?

    이: 모든 부분이.

    강: 모든 부분이?

    이: 뭐, 군대 안에서 가질 수밖에 없었던 나이브한 생각과 현실과의 충돌로 인해 생긴 재미없고 뻔한 얘기들. 그냥 영화 경계도시랑 비슷한 느낌 정도로 해두자. 굳이 첨언하자면 꼰대는 이념과 사상과 성별과 나이를 초월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우리도 긴장해야 한다. 아무리 벼랑 끝이더라도 유머감각을 잃는 순간 꼰대가 될 테니까. 자, 과자 좀 드세요.

    (사실 이 인터뷰는 가벼운 음주와 함께 진행됐다. 술과 함께 준비해 온 과자를 뜯었을 때, 인터뷰어의 실수로 과자는 개봉과 함께 대폭발을 일으켰고, 결국 인터뷰 장소였던 길준씨의 일터는 과자로 가득 차 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우리는 인터뷰 전에 거하게 대청소를 해야했고, 덕분에 남은 과자도 몇 개 없었다.)

    강: (웃음) 미안하다

    이: 과자봉지의 뜯는 표시선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강: 그렇다.

    이: 감옥에선 과자 많이 먹는다. 수감되시기 전에 좀 더 연습하시길(웃음).

    가짜사나이3

    강: 다음 질문. 가짜사나이의 부제가 세 가지 선택이다. 고민하다 군대를 간 사람, 군대를 갔다가 거부한 사람, 처음부터 거부한 사람이다. 그런데 사실 병역 문제는 군대를 가서 병역을 마치거나, 어떤 형태이든 거부하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은가?

    이: 그렇지. 그렇게 해석 될 수도 있을 거다. 그렇게 본다면 이 자리에 나 말고 차라리 망명한 사람이 있어야 할 텐데, 그 분들은 이 자리에 설 수가 없지. 영상으로 할 수도 없고.

    암튼 보는 시각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패널로 나오는 세 사람이 어떤 유형이자 정답지로서 제시되는 게 아니라는 거. 누가 나오든 세 명이 나오면 ‘세 가지 선택’인 거다. 예를 들면 세 명이 똑같이 군대 대신 감옥을 가도 세 가지 선택이다. 군대를 간 사람 세 명이 나와도 세 가지 선택이다. 어차피 고민과 그에 따른 행동의 결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무게는 비슷하겠지만.

    그러니까 이 자리는 그 고민의 결들, 내밀한 이야기에 주목해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뭐 이번 패널들 뿐 아니라 누구에게든, 특히 병역거부자 같은 소수자들에겐 사회가 좀 그런 태도를 같기를 바라고.

    강: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감할 수도 있고 웃긴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병역거부를 한 사람들과 군 복무 중에 병역거부를 한 사람들을 다르게 느끼는 것도 사실 아닌가? 예를 들자면 길준씨의 경우 그 점 때문에도 비겁하게 보는 사람과 대단하다 보는 사람으로 반응이 갈린다. 그런 시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그러려니 한다. 어느 정도 해탈하면 편하다.

    예전에는 물론 그런 게 힘들었다. 병역거부의 과정들, 수감되고 출소 이후에도 난 수많은 시선들을 마주해야했다. 근데, 결국 다 그러려니가 되더라. 예를 들어…… 아, 내가 창작을 하는 건 알고 있겠지? 암튼 그런 거다. 창작물에 있어서 의도와 해석은 별개의 문제이다. 해석은 작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또 다른 창작 과정이고. 뭐 그런 거다. 뭐 최근까지 몇 년 정도, 그러니까 적어도 이 과자봉지가 터지기 전까진 멘탈이 좋은 편이었어서 그런 게 됐다. 근데 저 과자들이 이 사무실을 뒤덮는 광경을 보면서 이건 아니구나 싶었다. 아! 헛소리하는 놈은 저 부스러진 과자들처럼 만들어줘야겠구나, 하는 결심을 하는 중이다.

    강: (웃음) 전투경찰과 다른 군 복무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아니.

    강: 그러면 일반 군 복무를 했어도 병역거부를 했을 건가?

    이: 그건 또 아니다. 사실 입대 할 때 이미 그건 내게 타협이고 포기였다. 그런데 막상 그런 상황을 대면하고 나니 ‘그래, 이번에라도 좀 타협의 연속이던 내 삶을 제대로, 내 의지대로 살아보자’하는 생각이 들어서. 물론 실제로 자기 생각대로 사는 건 결코 쉽지 않지만.

    강: 음. 인터뷰 전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되는데, 본인은 이미 다들 잊었을 꺼라 말하지면 2008년 촛불전경 이길준이라는 상징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 않은가?

    이: (웃음) 이제 와서 누가 날 기억한다고. 내 얼굴보고 그 사람이구나, 하고 알아본 사람은 교도관 중 딱 한명이 전부다. 수감 때든 나와서든.

    이건 병역거부자들 대부분이 마찬가지일 텐데, 병역거부는 뭐 중요한 삶의 한 과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삶의 과정들보다 특별히 중요하고 의미있는 과정은 아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이름 안에 내 가능성을 가둘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딜 가서 굳이 촛불의경이니 하는 얘기를 꺼내지 않는데, 별 다른 이유는 없고 그저 그 부분 때문에 선입견 가지는 게 피곤해서일 뿐이다.

    강: 만약 2008년 당시로 돌아가면 같은 선택을 할 건가? 후회하지 않는가.

    이: 후회하지 않는가. 지금까지 세보진 않았지만 인터뷰를 50번 넘게 했을 것 같은데 암튼 그 많은 인터뷰 중 단 한 번도 빠진 적 없었고, 단 한 번도 재밌었던 적이 없는 질문이다. 오히려 내가 묻고 싶다. 30분 전으로 돌아가면 과자를 이렇게 뜯을 건가?

    강: 다른 방식으로 뜯을 거다.

    이: 그럼 안 터진다고 보장하나?

    강: (웃음) 글쎄.이: 보장할 수 없겠지. 영화 나비효과 기억하나? 인생도 그렇다고 본다. 내가 살면서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책임과 자유이다. 특히 자유를 위해 산다고 보기 때문에, 뭘 해도 좋다, 책임만 져라, 그런 마인드가 있다. 내가 한 일도 마찬가지이다. 당연히 후회는 없고, 다시 돌아가도 그럴 것 같다. 그렇지 않을 때 있을 수 있는 장점들도 있겠지만, 사실 별 관심 없다. 쉽게 하기 힘든 경험도 많이 했고.

    강: 가짜 사나이라는건 진짜 사나이, 한국 사회의 주류적인 남성의 삶과 다르다는 이야기일텐데, 본인이 생각하기엔 본인이 어떤 삶을 사는 것 같은가?

    이: 글쎄. 예를 들어 지금 우리에게 양념 치킨을 먹을래 후라이드 치킨 먹을래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우리에겐 남은 돈도 없고 있는 거라곤 이거(치킨맛 과자)뿐이다.

    그런 거다. 가짜사나이이든 진짜사나이이든 나에게는 별 의미 없는 단어이다. 가짜사나이가 무엇이다, 진짜사나이가 무엇이다, 그건 다른 사람들이 만든 기준이고, 그에 따라서 날 해석하는 것은 그 사람들의 몫이다. 난 그 기준에 대해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은 채 지냈다. 그러니 그런 해석의 틀에 갇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강: 이제 마지막으로, 이번에 이길준 님이 가짜사나이란 행사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 부분은 특별히 말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말해 달라.

    이: 내가 안 좋아하는 질문이 하나 더 있다면 계기가 뭐에요? 다. 계기라니, 글쎄 (웃음). 내생각에 삶은, 그리고 그 삶 속의 사건은 많은 경우 사람들이 말하는 특별한 계기란 건 없는 것 같다. 수많은 시간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거지.

    그러니까 삶은 계기가 아닌 맥락으로 이뤄진다는 얘기다. 그 맥락들을 주목해줬으면 한다. 무슨 계기로, 뭔 나쁜 물이 들어 그랬나, 가 아니라 대체 저 사람들은 어쩌다 저 지경이 되었고 저 자리에 저러고 앉아 있게 되었나를 봐달라는 거.

    어차피 입대를 하든 병역거부를 하든 삶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이후의 삶, 진행태로서의 삶의 모습과 태도가 중요한 거지. 자, 힘껏 들여다봐 주세요. 그냥 우리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같이 수다나 떨어봅시다.

    * 인터뷰어 강길모 : 가짜사나이3 기획팀에서 잉여를 담당하다가 인터뷰를 맡았다. 예전에 훈련소에 들어갔다 나왔다. 올해 병역거부 선언을 했다.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전쟁없는세상에서 병역거부팀 활동 중.

    필자소개
    병역거부 선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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