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왜 군대를 갔는가
    [가짜사나이] '관심 사병'으로 찍혔던 심지훈씨
        2014년 05월 07일 09: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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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동성결혼, 국가보안법 위반, 병역거부 등으로 “안보를 위협하는 자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가짜사나이>가 ‘군대’라는 소재로 3번째 시리즈를 시작한다. 군대와 관련한 질문, 하나는 ”왜 군대를 그만 두었는가”이고, 또 하나는 아마 한국 사회에서 거의 하지 않을 질문, “왜 군대를 갔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병역거부를 선언한 강길모씨를 인터뷰어로 세 명의 인터뷰를 이어서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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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역거부자로서 <가짜사나이 3>를 기획하며 가졌던 바램은, 병역거부라는 주제를 보다 쉽게, 힘을 좀 빼고 알리고 나눴으면 하는 것이었다. 세월호처럼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비극 앞에선 그런 가벼움이 망설여지겠지만, 군대 대신 감옥을 선택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그래도 가벼운 토크쇼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 ‘가짜사나이’라는 토크쇼는 쭉 그런 길을 걸어왔다.

    이번 가짜사나이 3탄은 세 가지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대추리에서 국가의 폭력을 접하고 괴로워했지만 군 입대를 했던 심지훈씨, 2008년 촛불 때 전경으로 시민들을 진압하다가 복무 거부를 선언했던 이길준씨, 아나키스트로서 병역을 거부했던 안지환씨.

    이 세 남자의 각기 다른 삶의 궤적이 어떻게 만나고 헤어지는지를 들어보는 자리. 그것이 가짜사나이 3탄 – 세 가지 선택이다. 그 첫 걸음으로 현재 블랙메탈밴드 흑염소, g하드코어 밴드 파인드더스팟의 멤버 심지훈씨를 인터뷰 해보았다. <강길모>

    강: 어쩌다가 이 행사에 오게 된 건가?

    심: 어느 날 술을 먹고 있는데 김슷캇씨가 전화해서… 세 가지 선택이란 주제로 가짜 사나이3을 할 건데 군필자인 내가 떠올라서 연락을 했다더라.

    강: 그 전에 가짜사나이를 봤었나?

    심: 한번도 간 적은 없다. 지인 몇이 게스트로 초청되어서 무엇을 하는 행사인지 정도만 알고 있었다.

    강: 그럼에도 선뜻 승낙한 이유는 무엇인가? 설마… 김슷캇과의 친분인가?

    심: 설마. 김슷캇과는 거의 10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긴 하지만.

    친분 때문에 했다기 보다는 예전 1,2때 아는 분들이 게스트로 초청된 이야기를 듣고 재밌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무엇보다 병역거부라는 이 사회에서 꺼내기조차 힘든 의제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토크쇼가 있다는 것이 관심이 가더라.

    가짜 사나이

    가짜사나이3 토크콘서트 웹자보

    강: 병역거부라는 의제가 꺼내기조차 힘들다고 했는데, 예전에 그런 경험이 있는 건가?

    심: 가짜사나이3 홍보영상이나 포스터를 보면 내 사진 밑에 이렇게 써 있다.’너무 어리기도 했고, 잘 모르기도 했고, 용기도 없었고’. 내가 2006년에 입대를 했으니 어느덧 8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말 그대로, 20대 초반의 패기 넘치는 나이에 정의감은 넘쳐서 여기저기 많은 것을 하고 다녔다. 평화라는 것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다 보니 군대가 우리를 과연 지켜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더라. 깊은 고민은 했었다. 병역거부도 생각은 해본 적이 있지만… 선뜻 말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기에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그냥 남들과 다르지 않게 입대했다

    그리고 남성이라면 누구나 병역의 의무를 치러야 하는 이 나라의 현실에서 ‘군대가 가지 않겠다’라는 말에 돌아올 화살들이 두렵기도 했다.

    강: 나도 동감한다. 나도 요새 많이 욕먹고 있다.

    심: (웃음)그런가.

    강: (웃음)그렇다. 군대 입대 전에 대추리에 있던 걸로 알고 있다. 2006년에 입대했다고 하던데, 언제쯤인가? 행정대집행 이전인가?

    심: 아니다. 행정대집행 이후 2006년 11월에 입대했다. 사실 대추리에 계속 있었다기 보다는 제 할 거 하다가 시간 나는 대로 연대를 가는 정도였다. 솔직히 대추리에서 내가 큰 것을 한 것은 아니다. 내가 대추리에 힘이 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대추리가 내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게 해줬다.

    강: 그런가… 나도 대추리에 연대 갔었다. 비슷한 것들을 느꼈을 꺼 같은데… 대추리에서 일깨워졌던 것, 느꼈던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심: 당시 스물 한 살이었다. 고등학교 때 마냥 느끼는 세상에 대한 분노같을 것이랄까.. 청소년 때 누구나 다 느끼는 감정 같은 것들이 나를 마냥 화나게 했다. 그리고는 성인이 되고 나서 그냥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막연한 감정과 생각만 갖고 있었고. 당시 만난 펑크음악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대추리를 처음 함께 갔다.

    군대와 경찰, 공권력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바로는 분명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방패에 맞아 머리가 찢기고, 군복을 입은 건장한 청년들이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때 새삼스레 느꼈다. 국가는 절대 따뜻한 것이 아니라고. 그리고 그 한기 속에서 공권력을 오히려 얼음장같이 얼어버린 국민 모두를 깨부수는 것이라고 느꼈다.

    강: 얼음장같이 얼어버린 국민을 깨부순다. 멋지고 진실된 표현인 거 같다. 그런데 그랬다면 입대하는 게 굉장히 괴로웠을 거 같은데, 맞나?

    심: 그렇다. 2006년 5월 행정대집행 이후 군대에 대한 엄청난 혐오감과 두려움을 갖게 됐다. 솔직히 5월 이후로 평택을 찾지 않는 비겁한 모습을 보였다. 무서웠다. 그리고는 갖은 고민들을 하다가 입대를 했다. 강: 군대 안에서는 어떤 것들을 느꼈나?

    심: 육군으로 입대해서 하필이면 또 강원도 최전방 사단에 배치를 받았다. 훈련소에서 처음에 면담을 할 때 너무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지금 기억으로는 대충 ‘군대는 폭력의 산실이자 평범한 남성들을 마초이즘의 극단으로 몰고 가는 공장이다. 무기를 들고는 평화를 지킬 수 없다’ 따위의 말들을 했다가 관심 사병으로 찍혀서 일병 때까지 원치 않는 관심과 보호(?)를 받기도 했다.

    자대를 가서 이등병 때 분대장과 면담을 하고 선임들과 새벽 근무 나가서 대화를 나눌 때도 이런 말들을 해서 꽤나 피곤하고 힘든 군 생활을 했다. 총을 쏘는 것도 무서웠고.난 소위 말하는 왕포 포수 출신이라 포 사격을 나가면 포탄에 무너지는 산을 보면서 심장이 덜컹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힘들게 군 생활을 하다가 2008년 촛불 당시 병장 때였나 내무실에서 테레비를 보다가 가짜사나이3에 함께 나오는 이길준씨의 소식을 봤다. 그것을 보고 난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자괴감이 들더라.

    물론, 나 역시 평범한 대한민국 남성이자 군필자로서 때로는 군대를 추억하기도 한다. 군대가 아무리 괴롭고 힘든 곳이라지만 다 같은 사람 사는 곳이라 물론 웃기고 재미있는 일도 많다.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진짜사나이’도 가끔 보면서 군 시절 떠올리며 피식피식 웃기도 하다.

    강: 그런가. 군 입대 당시에는 병역거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했나? 명확하게 그런 게 있다고 알고 있었는지?심: 당시 양심적 병역거부란 말은 어디선가 들어보았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해서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보았던 기억이 난다. 종교적 신념 혹은 정치적인 이념으로 거부를 한다는 것 정도. 아니면 정말로 그냥 군대 자체가 가기 싫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방법 같은 것들을 이것저것 엄청 많이 검색해보긴 했다.

    강: 그렇다면… 혹시 지금 다시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병역거부를 선택할 의향이 있나?

    심: 만약 당시로 돌아간다면 나의 선택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여전히 두려운 게 사실이다. 평화를 위해서, 혹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스스로의 의지로 군대를 가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 같다. 나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그럴 용기는 없었다. 아마..그래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괴로워하다가 결국은 입대를 했을 꺼다.

    군필자 남성들의 우스갯소리 중에 ‘세상에서 군대 2번 가는 게 제일 무섭다’라는 말같이 군대가 어떤 곳인지 아는 이상 당연히 절대 가고 싶지 않지만.. 여러 현실적 상황을 생각해보고 타협을 했을 때 역시나 감옥을 가는 것이 훨씬 더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난 지금 이 순간에도 깔깔이를 입고 있다(웃음).

    강: (웃음) 깔깔이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사나이’일 거 같다. 헤비메탈 기타리스트이기도 하고.

    심: 글쎄. 우리 모두는 애초에 ‘가짜사나이’이다. 사회가 우리 모두를 ‘진짜사나이’로 만들려고 강제하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매력 넘치는 남성성에 대한 로망이 있는 마초끼 있는 남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매력 넘치는 남성은 폭력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사회는 폭력적인 것이 남성다운 것이고 그것이 멋진 것이고 진짜 사나이라고 말한다. 이건 정말 역겹다.

    강: 우리 사회의 ‘진짜사나이’는 폭력적이고 역겹다는 말인가?

    심: 뭐 대충 그런 의미이다(웃음)

    강: 그런가(웃음) 아직 사전미팅을 진행하지 않았다. 다른 패널 분들을 좀 아는가? 심: 안지환씨는 개인적으로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동지이자 요즘 들어 부쩍 친해지고 있는 사람이다. 오늘 노동절 집회 때도 계속 함께 행진했다. 이길준씨는 군대에 있을 때 뉴스로 만 접했다. 당시 내 처지가 너무 괴로웠는데, 이런 계기로 만나게 되어서 너무 반갑고 즐거울 거 같다.

    강: 난 개인적으로 이 셋의 조합이 기대된다. 재밌는 그림이 나오길 바란다.이제 마지막으로, 이번에 심지훈 님이 가짜사나이란 행사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 부분은 특별히 말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말해 달라.

    심: 지금까지 자신의 의지로 군대 대신 감옥에 다녀오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가짜사나이1의 게스트였던, 얼마 전에 감옥을 간 박정훈 동지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곧 제 친구 하형환이 감옥을 간다.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왜 자신들이 자신을 고통 속에 몰아넣으면서까지 이 길을 선택한 것인가를 꼭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강정에 평화를.

    아, 그리고 가짜사나이3에서 우정공연을 하는 흑염소, 파인드더스팟 둘 다 내가 하고 있는 밴드다. 활동 열심히 할테니 많은 관심들 가져달라.강: (웃음) 둘 다인가. 난 하나인줄 알았다. 토크쇼 당일에 제일 바쁜 사람일 꺼 같다심: 토크하고 공연도 두 탕 뛰고.. 좀 빡셀 거 같긴 하다.

    우정공연으로 하는 건데 내 스스로에게 내가 우정을 지킬라고 하는 건가…강:(웃음)공연 기대하겠다

    심: 그냥 뭐 열심히 하겠다. 강: 긴 인터뷰 감사하다. 어설픈 인터뷰어 때문에 고생하셨다.심: 아니다, 나도 감사하다.

    인터뷰어 강길모 : 가짜사나이3 기획팀에서 잉여를 담당하다가 인터뷰를 맡았다.예전에 훈련소에 들어갔다 나왔다. 올해 병역거부 선언을 했다.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전쟁없는세상에서 병역거부팀 활동 중.

    필자소개
    병역거부 선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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