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현장에서 돌아본 일본사
    [책소개] <일본사 여행> (하종문/ 역사비평사)
        2014년 05월 04일 02: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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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로 역사책은 이야기책에 비유된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듯 풀어 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얼마나 잘 포착하여 잘 정리하느냐는 역사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그러한 서술과 정리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역사 공부에는 유적·유물을 둘러보고 추체험하는 ‘답사’ 프로그램도 있다.

    문제는 한국사가 아닐 경우다. 한국사가 아닌 다른 나라의 역사라면 생소하기 그지없는 사건, 인물, 그와 관련된 지명 등이 낯설다. 게다가 직접 가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사건의 발생 배경, 진원지, 그에 참여한 인간들, 그 사건이 미친 영향 등에 대해 아무리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고 해도 역사의 현장으로 직접 가보는 것만 못하리라.

    이 책의 저자 하종문은 ‘책을 펴내며 : 일본사 여행에 앞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역사 여행은 일차적으로 시간의 축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작업이지만, 거기에는 두 가지 요소가 더 첨가된다. 하나는 역사의 주체, 즉 어떤 사람이 관여하는가의 차원이요, 다른 하나는 그런 사람들의 행위가 어우러지는 공간의 변동이다. 인간 삶의 총체가 곧 역사라고 한다면, 역사의 이해는 시간과 공간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공간의 함의는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또 본문에서 그러한 내용을 다 포괄할 수는 있을까? 텍스트로만 설명하기에는 실감 나게 와닿지 않고, 사건 중심의 지도만 제시하기에는 현장감이 살지 않는다. 그때 그 현장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실제 그 현장은 아직도 남아 있는지? 우리가 흔히 유적지라고 부르는 그곳에 직접 가서 사건을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 ― 이 책이 <1부 : 답사로 찾는 일본>과 <2부 : 역사로 읽는 일본>으로 기획된 배경이다.

    일본사 여행

    <1부 : 답사로 찾는 일본>은 이렇게 구성된다.

    ① 사건이 일어난 곳의 지명(현과 도시 명-도야마 현 우오즈 시), 사건이 일어난 때(1910년대 중반~1920년대 초), <2부 : 역사로 읽는 일본>과 관련된 역사 서술 링크 장치(2부 077)

    ② 사건이 일어난 곳의 지도(현 중심의 지도와 일본 열도에서 해당 위치 표시)

    ③ 사건과 관련된 현재의 유적·유물·인물 사진(우오즈 시에 세워진 쌀 소동 기념비)

    1부는 사건이 일어난 그 현장을 직접 찾아가보는 ‘역사기행’의 컨셉으로 구성되었는데,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생가 터나 박물관, 활동 지역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이 태어난 도시에 그를 현창하기 위한 동상이나 기념비 등이 많이 있는데, 그러한 곳도 소개하여 공간의 역사, 지역의 역사를 생생하게 살리고자 했다.

    시간의 흐름을 짚어 나가되, 주제와 쟁점으로 풀어본 일본 역사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서 이름난 전시회를 둘러보고 나오면, 워낙 많은 것을 본 탓인지 간혹 무엇을 보았는지 혼동스러울 때가 있다. 이것저것 다 보았는데 머릿속에 남는 게 없다면 얼마나 허탈한가? 역사책도 마찬가지다. 어느 특정한 시대를 다루는 역사책이 아니고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통사라면 수많은 사건과 인물, 개념과 용어는 한 번에 명확하게 잡히기 힘들다.

    이 책은 그러한 역사 공부의 맹점(?)을 극복하고자 시대의 이미지를 포착하는 구조적 서술에 힘을 쏟았다. 개별 사건의 발생 배경과 전개, 결과와 영향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 시대의 흐름과 핵심을 짚을 수 있는 서술에 역점을 두었다. 그리하여 고대는 토지, 중세는 무사, 근세는 신분제, 근현대는 민주주의라는 핵심어를 큰 줄기로 두고, 거기에 다양한 내용의 곁가지를 붙여 나가서 거대한 나무 전체를 그려볼 수 있도록 하였다. 나아가 고대-중세-근세-근대-현대의 나무가 모여 일본사라는 큰 숲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시대의 흐름과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구조적 서술을 중심 뼈대로 세우고, 그 안에서는 주제 의식을 명확히 하였다. 예컨대 고대의 핵심 키워드인 ‘토지’와 관련해서 2부 ‘015 토지제도의 변질’(173~175쪽)에서는 고대 토지제도가 어떤 식으로 변질되어가는지, 그것이 정치 사회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또한 고대-중세-근세-근대-현대로 일본사의 시대구분을 크게 나눌 때, 자칫 세부 시기에 대한 이해도를 떨어뜨리거나 핵심 주제를 놓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각 주제별로 해당 시기를 밝혀 놓았다.

    이를테면 고대의 경우 구석기 시대, 조몬 시대, 아스카 시대, 나라 시대, 헤이안 시대 등으로 나누고, 각각의 시대에서 설명하는 주제가 어느 시기에 해당하는지를 다시 서기 몇 년이라고 표시해 놓은 것이다. 시대 흐름을 따라가되,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는 서술! <2부 : 역사로 읽는 일본>의 특징이다.

    과거 속 역사가 아닌 현재적 의미의 역사로 읽기

    저자는 이 책에서 중앙과 지배자의 관점에서 벗어나 지역과 소수 피지배자의 존재와 활동을 중시했다. 더불어 심혈을 기울인 것은 역사를 과거 속의 사실로만 파악하지 않게 하려는 거였다.

    예컨대 8세기 말 간무 천황의 동북 지방 정복 사업의 경우, 기존에는 중앙 조정의 영토 확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중앙의 감시와 차별 아래 혹사당하는 에미시의 저항까지 담아내고자 했다. 지금의 이와테 현에는 정복자의 흔적도 많지만, 조정에 반기를 든 에미시의 족장 아테루이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한 것이다.【1부 : 답사로 찾는 일본 006―아테루이의 고향(본문 19쪽) / 2부 : 역사로 읽는 일본 012(본문 165쪽) 참조】

    또한 나라 시대의 수도 헤이안쿄와 관련해서는 헤이안쿄의 조감도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헤이안쿄의 조감도에다 현재 복원된 태극전과 주작문, 유적지로서의 나성문 등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다.【2부 : 역사로 읽는 일본 010(본문 156쪽) 참조】

    이 밖에도 1910년의 대역 사건과 관련해서 도쿄의 대역 사건 관련 유적지를 둘러보고(1부 : 답사로 찾는 일본 031 → 간노 스가 묘비와 형사자위령탑 등), 정당정치의 발달과 관련해서는 자민당, 사민당, 공산당사를 둘러보며(1부 : 답사로 찾는 일본 033 참조), 야스쿠니 신사뿐 아니라 지도리가후치 묘원을 소개하는(1부 : 답사로 찾는 일본 034 참조) 등 일본사를 현재적 의미의 역사로 되살려 풍부한 도판과 함께 생생히 느껴볼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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