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계수명 끝난 노후원전,
    월성1호기 안전은 안녕한가
    [에정칼럼] 원전 안전, 여기도 비용과 효율성이 우선인가
        2014년 04월 30일 12: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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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로 전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눈 앞에서 생떼같은 아이들이 물 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봐야만 했던 그 충격은 “한국전쟁과 맞먹는 상흔을 남길 것”이라고 정혜신 박사는 진단했다. 어느 누구도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부실하고 안일한 초기 대응과 사고 수습 과정은 우리 모두를 분노케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국민의 생명을 그 무엇보다 최우선에 두어야 할 정부는 없었다. ‘국가는 국민에게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어제(29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재난대처체계를 정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고 ‘국가 개조’의 자세로 대한민국의 안전시스템 전체를 완전히 새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84.7%의 응답자가 세월호 참사 같은 재난이 우리 사회에서 또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앙이 또 일어난다면? 2012년부터 2013년 국민 전체를 불안에 떨게 했던 원전비리 사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비단 필자뿐일까?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도와 원전 주변 인구 밀집도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정부는 과연 제대로 된 대처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과연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세계 최고 수준의 재난대처체계를 갖추었다던 일본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로 초토화되었고 정부의 재난시스템은 작동되지 않았다.

    우리의 국가 방사능방재 대응체계에서 국가방사능방재 대응 총괄을 맡고 있는 중앙방사능방재대책본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주관기관이다. 그런데 차관급인 원안위 위원장이 장관급의 관계부처 기관을 통솔한다는 것은 한국의 행정체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핵재난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지만 현실 여건상 쉽지 않다. 따라서 원전을 점진적으로 다른 수단으로 대체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고, 그것이 바로 ‘위험으로부터 회피’다.

    스트레스 테스트가 진행될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스트레스 테스트가 진행중인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그러나 최근 노후 원전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비추어볼 때 과연 우리사회가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에서 “노후 원전의 연장운전 허가를 엄격히 제한하고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원전의 폐기도 EU방식의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공약했고, 현재 스트레스 테스트가 진행중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자연재해 등 극한 상황에서도 원전이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월성1호기는 4,000년 동안에 규모 6.5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건설되었다. 그러나 스트레스 테스트는 이보다 더 긴 시간인 10,000년 동안에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지진규모(재현주기)를 산정해서 원전이 그것을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견디지 못할 경우 원전은 폐쇄해야 한다. 한수원은 10,000년 동안에 발생할 수 있는 최고의 지진규모를 6.9로 추정해 월성1호기의 내진여유도를 평가했다.

    그러나 김제남 의원실과 환경운동연합이 소방방재청의 ‘국가지진위험지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재현주기 10,000년의 지진규모는 7.2로 추정됐다. 6.9와 7.2의 차이는 0.3에 불과하지만 지진강도는 6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특히 규모 7.0과 7.1의 크기는 6.0과 7.0사이의 에너지 총량보다 많다. 지진의 규모가 7.0 이상이 될 경우 파괴력은 폭발적이라는 것이다.

    규모 7.2는 22만명이 목숨을 잃은 2010년 아이티지진(규모 7.0)보다 크다. 결국 한수원은 스트레스 테스트 가이드 라인으로 추정하는 최대지진규모를 과소평가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한수원은 월성1호기의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필수 안전정지기능을 보증하는 기기가 있는 원자로 건물, 보조 건물, 제2제어실(SCA), 비상전력공급실(EPS), 비상급수펌프건물(EWS), 고압비상노심냉각건물(HPECC)이 내진설계값(지진규모 6.5)을 초과하는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내진여유도 평가가 제외했다.

    이에 한수원은 “평가대상기기의 수는 매우 방대하여 비용-편익 관점에서 볼 때 자칫 비효율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수도 있어, 해당 구조물 및 기기들은 미국 전력연구소(EPRI)가 과거의 지진 경험 데이터베이스와 설계기준에 대한 평가, 그리고 설계 관행을 검토하여 수립한 선별제거 기준에 따라 내진 여유도 평가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결국은 비용과 효율성이 시민의 안전보다 우선인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은 생명과 안전이 아닌 비용과 편익을 최우선하는 우리사회의 돈 제일주의이다. 무리한 출항, 안전 불감증, 점검 소홀, 과적은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선령 연장을 허용한 것도 기업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었다.

    원전의 중대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핵심기기와 구조물에 대한 내진여유도 평가를 제외한 것 또한 비용과 편익을 고려한 것이다.

    월성1호기는 2012년 11월 20일, 30년의 설계수명을 다한 노후원전으로 현재 수명연장을 신청한 상태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가 통과될 경우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럴 경우 우리 국민들은 또 다시 대형 재난이 발생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더 이상 이런 사회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며, 채 피지 못한 꽃봉우리의 아이들이 우리들에게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이다.

    필자소개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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