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에 굴복하는 언론
    진보언론도 자유롭지 못해
    '한국언론의 노동보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 개최
        2014년 04월 29일 04: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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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언론에서조차 정부권력을 비판하는 기사는 비교적 자유롭게 쓰지만 자본권력에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바로 삼성의 ‘광고 통제’에 따른 자기 검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29일 민주노총과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개최된 ‘한국 언론의 노동보도 문제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노동과 관련된 언론 보도 행태가 친자본, 친기업적 성향을 갖고 왜곡보도를 일삼는 문제와 더불어, 특히 삼성의 ‘언론 길들이기’에는 진보언론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홍명교 교선위원은 언론이 어떻게 삼성과 관련한 기사를 왜곡보도를 하고 있는지 증언했다.

    홍 위원에 따르면 지난 3월 28일 전국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 조합원 1천여명이 삼성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였을 때, 현장에 없던 <뉴스1> 기자가 마치 조합원들이 난장판을 만들고 밤에 여성을 희롱하기까지 했다는 왜곡보도를 했다.

    하지만 지회에서 확인한 결과 이는 조합원들의 본관 진입을 막고 있던 삼성측 경호팀에서 전한 것을 그대로 작성한 것이었다.

    지난 1월에는 부산과 경남지역의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소장들이 <부산일보> 1면 하단에 한달 임금 100만원밖에 지나지 않은 AS기사들에 대해 ‘황제노조’, ‘임단협 요구안으로 5천만원을 요구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담은 광고를 게재한 적이 있다.

    그때에도 <뉴스1>의 같은 기자가 광고 내용만을 토대로 지회측 입장 청취도 없이 기사를 작성했다. 지회측에서 정정보도를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

    '한국 언론의 노동보도 문제점과 개선방안'토론회(사진=장여진)

    ‘한국 언론의 노동보도 문제점과 개선방안’토론회(사진=장여진)

    삼성 광고에 자유롭지 못한 <경향>과 <한겨레>

    그렇다고 진보언론이 다른 언론보다 나을까. 홍 위원은 지난 2년동안 <경향신문>에 칼럼을 연재했지만 최근 그만두게 됐다. 홍위원은 “올해 1월까지만해도 ‘연재를 계속해달라’고 했는데 3월에 갑자기 개편됐다며 짤렸다”며 “아마 그동안 삼성을 비판하는 글을 많이 써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 위원은 “언론은 오히려 정권 비판에는 자유롭지만, 삼성 앞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게 분명한 현실”이라며 최근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지키자는 취지의 광고를 게재하려 했지만 <경향>과 <한겨레>에서 모두 거절 당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경향>의 경우 ‘재용씨 노조 몰라요?’라는 문구에서 ‘재용씨’라는 표현 등이 부담스럽다고 거절했고, <한겨레>는 그동안 노동계에서 500만원 정도 받았던 광고비를 갑자기 2700만원을 요구해 사실상 거절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홍 위원은 “물론 이러한 의견성 광고 게재를 거절하는 것은 아예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삼성에 비판적 광고나 기사를 게재할 때 광고 중단 압박이 있을 것이고,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직결되니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삼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건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 아니냐”고 제기했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와 싸우고 있는 <전자일보>의 예를 들며 “전자일보가 한겨레나 경향보다 이 시대에서 가장 용기 있고, 진실을 알리는 보도를 하고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진보언론 역시 굴하지 않고 싸울수 있어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박원우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장 역시 “삼성의 이건희가 출국하고 입국하는 소식, 이부진의 패션 감각, 이재용 아들이 야구장 가서 환호하는 소식이 언론이 다뤄야 할 사안인지 의문이 든다”며 “2달 전쯤에 에버랜드 인근 식당에서 종편 등 몇 개 언론사들과 삼성 홍보팀에서 술 마시는 걸 목격한 적도 있다. 이런 상황이니 언론이 자율성을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라고 탄식했다.

    한편 이날 철도노조의 백성곤 홍보실장은 지난해 철도 민영화 저지를 위한 파업 당시 ‘조중동’을 비롯한 여러 매체가 정부와 코레일측의 입장에서만 기사를 작성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십수년간 여러 차례 파업을 진행해왔고 그때마다 ‘불법파업’이라고 몰아가는 편향된 보도도 겪어왔지만 종편이 등장한 이후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서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정부의 입장만을 그대로 반복한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매체는 파업 당시 국토부의 자료를 그대로 받아 기사를 작성한 뒤, 국토부는 다시 그 기사를 리트윗하는 형식으로 전파시키는 등 정부와 몇몇 언론이 ‘공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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