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와 원자바오
    [중국과 중국인] 대재난에 대처하는 지도자의 자세는?
        2014년 04월 28일 03: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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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사고 수습 후를 전제로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 무능, 무책임, 무대책의 극치를 보여주면서 피해가족들과 온 국민들에게 국가와 정부의 존재에 회의감을 불러

    일으킨 세월호 참사 12일째 되는 날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사건 수습과정을 지켜보면서 갑자기 중국이 떠올랐다. 우리 언론에서도 심심찮게 보도되듯이 중국에서도 대형 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지방 및 중앙 정부의 매끄럽지 못한 대처가 자주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달라 비교가 썩 적당하지는 않지만, 2008년 5월 중국의 쓰촨(四川)성 원촨(汶川)지역에서 발생해 7만여 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냈던 대지진 당시 중국 정부 및 지도자들의 대처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세월호 사건 발생 후 한국 정부 및 지도자들의 반응에 대해 간략하게 비교해 보겠다.

    원촨 대지진이나 세월호 같은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취해야 할 자세란 실상 나라와 민족의 차이를 뛰어 넘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이야 고위 관료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재해대책본부에서 실행할 것이고, 최고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피해 당사자들과 뜻밖의 재난으로 공황상태에 빠진 국민들을 진정시키고 또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빨리 사태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생활로 되돌아가도록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역할일 것이다.

    세월호 실종자 앞에서 발언하는 박 대통령(위)와 사천청 대지진의 이재민 집을 방문한 원자바오 총리

    세월호 실종자 앞에서 발언하는 박 대통령(위)와 사천성 대지진의 이재민 집을 방문한 원자바오 총리

    박근혜 대통령이나 정홍원 총리가 진도 사고 현장에 달려가서 했어야 할 일은 확실한 책임자 처벌이나 대책 마련보다는 슬픔에 빠져 있는 유가족들을 껴앉고 손을 맞잡고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슬픔을 나누는 것이 아니었을까? 동시에 이를 통해 모든 국민이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도록 호소할 수 있지 않았을까?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사건 발생 1시간 30분 후에 베이징에서 사건이 발생한 산골 마을에 도착해 구조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도 실의에 빠진 주민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또 구조작업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에게도 정부가 함께 하고 있으며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되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서 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위기 극복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방안은 역시 구체적인 재난 상황에 효과적인 대응책일 것이다. 한 국가나 지역에서 발생하는 재해의 유형은 시간이 지난다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인데,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종 재난을 관리하고 대처하는 주관 부서가 달라졌으며 유사한 사건이 후일 재발해도 이전의 경험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앙정부에서 재난을 관리하는 부서들의 권한이 겹치는 경우에는 이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아 오히려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그리고 해경 간의 관할권 때문에 유기적인 협력이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특히 최고의 실력과 장비를 갖춘 군 병력의 배치에 있어서는 이런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중국에서도 원촨 대지진의 구조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나서 사고 수습 후에 새로운 법안이 설립되었다. 특히 중국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군 병력에 대한 당의 독점적인 지휘권이었다.

    국무원(행정부) 산하에 국방부가 편제되어 있기는 하지만 군에 대한 실질적이고도 유일한 통제권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직속의 중앙군사위원회에 있고 이를 지휘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은 총서기에게 있다. 이 때문에 원자바오 총리가 효과적인 구조작업을 위해 신속한 군 병력의 투입을 지시했지만 이 지시가 제 때 실행되지 않아 초기 구조작업이 속도 있게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원촨 지진 이후 국방동원법(中华人民共和国国防动员法, 2010년 2월)이 제정되어 국가적 재난이나 비상사태에는 국무원 총리도 이 법령에 의거해 군 병력을 지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민해방군에 대한 당의 독점적 지휘권으로 인해 이 법이 제정된 후에도 여전히 행정부의 군에 대한 지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

    문제 해결의 관건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인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에 달려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당사자들과 국민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지도자와 상황에 적합한 구조대책만이 문제의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 필수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총리가 사퇴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린 세월호의 참극을 교훈삼아 국가의 주인인 국민에 대한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신속하게 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 있는 제도적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중국의 현대정치를 전공한 연구자. 한국 진보정당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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