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쟁과 민간인 학살,
    그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서
    [책소개] 『국민은 적이 아니다』(신기철/ 헤르츠나인)
        2014년 04월 27일 10:09 오전

    Print Friendly

    한국전쟁과 민간인 학살에 대한 저자의 입장은 분명하다. 그는 무능하고 이기적이며 악랄하기까지 한 국가권력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전쟁이라는 국난을 틈타 아무 죄도 없는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밀었으며, 이유조차 알지 못한 그들을 죽음의 구덩이로 밀어 넣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국민을 적으로 아는’ 국가권력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연구 자료와 도서 또는 전쟁기록을 통해 한국전쟁에 대한 이론적 설명은 충분히 거론되어 왔다. 북에 대한 남한의 방어 전쟁이자 미국과 중국, 소련의 동북아 패권을 둘러싼 국제 전쟁이었던 한국전쟁으로서 말이다. 그래서 이런 자료를 접한 독자나, 미디어를 통해 한국전쟁의 이모저모를 만난 사람들은 본인이 한국전쟁을 잘 알고 있다고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전쟁사(戰爭史)’로서의 한국전쟁일 것이다. 저자는 이와 다른 각도에서 한국전쟁을 조명하고 있다. 바로 민중이 겪은 비참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전쟁, 한국전쟁으로서 말이다.

    자신을 지켜줄 것으로 생각하던 국군이 어느 날 당신 안방에 들이닥쳐 총부리를 들이댄다. 왜 그러냐고 해도 알 수 없는 죄목을 말한다. “당신은 인민군에 협력할 위험이 있다, 그러니 지금 체포하겠다.” 그리고 아무도 알 수 없는 곳에서, 최소한의 재판도 없이 영문도 모른 채 총탄 세례를 받고 구덩이에 떨어진다.

    저자는 2006~2010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조사팀장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국가 폭력의 진실을 마주했다. 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체계적이었으며, 치밀한 국가범죄였다. 진실에 다가갈수록 그는 철저히 객관적인 관찰을 통한 기록조사자의 시선으로 파고들었다. 그럴수록 궁금해졌다. 국군은 왜 전쟁 초기에 그토록 허무하게 무너졌을까? 그러면서 왜 자기 국민을 그토록 많이 죽였을까?

    그는 한국전쟁을 이승만의 친위 쿠데타로까지 규정한다. 전쟁을 통해 정권 연장을 위한 묘수를 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이 결코 우발적인, 또는 전쟁에서의 부수적인 피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승만은 집요하고도 악랄하게 계획적으로 자기 국민을 죽음의 구덩이로 몰아넣었다. 이승만과 이승만 정부가 바로 한국전쟁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필요한 잃어버린 고리였다.

    그리고 그가 만난 한국전쟁과 민간인 학살은 역사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유족들을 통해 증언을 듣는 과정에서, 그리고 유골과 유품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동안 억압당해온 유족들의 현실에서 여전히 뼈저린 고통의 흔적을 현재형으로 만나게 되었다.

    또 당시 참혹한 결과를 낳았던 냉전의 갈등 구조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6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은 물론 이에 대한 진실 규명조차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었다.

    저자는 두 방향에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하나는 그동안 절대적 권위를 누려오던 국방부에서 편찬한 <한국전쟁사>와 이른바 ‘전쟁영웅’들의 기록들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그 속에 내재된 오류를 자체 논리로 하나하나 비판해 나간다. 그러면서 그는 민간인집단학살에 이르게 되는 배경으로 당시 국가권력의 무능과 이기심을 폭로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기밀로 관리되어오던 국가기록을 조사하면서 확인한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있다. 전쟁초기 국군은 제대로 인민군을 저지하지 못했지만 민간인을 학살하는 데는 너무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다. 전쟁에 패해 후퇴를 하면서도 치밀하게 자기 국민을 집단 학살한 사실을 사단별 후퇴경로를 추적하며 밝혀내고 있다.

    국민은 적이 아니다

    저자는 그러면서 새로운 사실 하나를 밝혀낸다. 바로 전쟁 전후로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감옥에 가두었던 <비상조치령>이 1952년 헌법위원회(헌법재판소의 전신)의 위헌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상조치령>을 근거로 한 모든 법적 행위는 모두 원상회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상조치령>은 <국방경비법>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을 재판이라는 형식으로 학살한 사이비 법률이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이지만 1999년까지 무려 40여 년간 감옥에 있었던 장기수 상당수가 한국전쟁 당시 바로 이 <국방경비법>을 위반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기사에 따르면 <비상조치령>이 이미 1952년 위헌으로 판단되었다는 것이다. 당시가 아직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이었으므로 대통령 이승만의 긴급명령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는 것도 놀랄 일이었다. 그렇지만 더욱 놀랄 일은 그 후 60년이 지나도록 이렇게 법살 당한 피해자들에게 그 어떤 후속 조치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272p)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국민은 소외되고 있다. 참혹한 국가범죄임에도 국가는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 명예회복과 진실규명, 피해에 대한 보상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도 정부는 꿈적하지 않는다. 과거 일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다. 여전히 국가는 자신의 절대적인 힘을 이용해 국민의 손발을 묶고, 입을 막고, 목을 조르고 있다. 지금도 “국민은 적이 아니다”라는 말이 과거형이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