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의 방한을 앞두고
    [기고] 한반도 평화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인가?
        2014년 04월 24일 02: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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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에 이어 내일(25일) 한국을 방문한다. 우리는 그의 동아시아 순방이 중국, 북한과의 갈등을 고조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 내의 위태로운 평화를 다시 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한때 ‘yes, we can!’과 ‘핵 없는 세상’을 외치며 희망과 평화의 전도사가 되지 않을까 했던, 오바마에 대한 세간의 기대는 크게 부식되었다. 그건 다름 아닌 스스로의 정책 때문이다.

    중국과는 경제적 의존관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재균형을 외치며 견제 전략을 펴고 있다. 일본 아베 정권의 퇴행적 국수주의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역할 확대 추진을 고무하며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략적 인내 운운하며 북의 핵능력 강화에 실질적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무능을 보이고 있다. 결과는 긴장과 갈등, 안보 불안과 불확실성에 따른 동아시아 국가의 혼선과 딜레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되는 이번 오바마 동아시아 순방의 관전 포인트는 대충 다음의 다섯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북의 4차 핵실험 관련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북핵 문제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가 나올 것인지가 하는 점이다.

    둘째, 오바마의 이번 순방 대상에 중국은 빠져 있지만, 중국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 재균형’정책과 중국과의 ‘신형대국관계’ 형성의 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점이다.

    셋째, 과거사와 관련해 퇴행적 행태를 보이는 한편,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 등 군사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려는 일본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넷째, 둘째 및 셋째 문제와 관련한 것인데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추진하려는 미국이 과거사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 관계 문제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다섯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과 관련해 미일 간에 어느 정도 이견을 좁히고, 한국에게는 어떤 점을 요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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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진영은 대충 다음과 같은 점을 주문한다.

    첫째, 6자회담 재개의 문턱을 낮추고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도록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둘째, 중국과의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군사적 대중국 포위전략을 포기하고, 평화로운 ‘신형대국관계’를 만들며, 이에 입각해 동아시아에 만연한 긴장과 불안을 불식하고 평화로운 질서를 창출하겠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셋째, 과거사를 부정하며 한국, 중국 등과의 갈등을 스스로 조장하는 일본 정부의 퇴행적 행태를 견제하고, 군사대국화를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과거사에 대한 적당한 미봉을 종용해 역내 갈등을 오히려 더 키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넷째, 한일 군사협력을 종용하고 한미일 3각 동맹을 획책하는 것은 동아시아의 평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

    다섯째, 농업 등 상대적 열위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피해를 강요하는 TPP 협상 반대 혹은 적어도 공정하고 투명한 협상을 전개하고 이해 당사자들의 견해를 충분히 수렴하는 민주적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등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이런 기대를 비웃듯, 일본에서 아베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을 고무하고,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에 대한 미일동맹 차원의 수호를 천명한다. 중국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를리 없을 텐데도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일본을 앞세운 대중국 견제의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 연장선에서 보자면 한국에 와서도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와 이를 위한 한일관계 개선을 종용할 것이다. 그의 이번 순방 직전에 아베가 고노담화의 핵심을 다시 부정하고, 총리 명의의 공물을 야스쿠니 신사에 보내고 각료와 의원들이 대거 동 신사를 참배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문제는 적당히 봉합할 것을 주문할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통해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적당히 덮고, 독도와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등 해양영토 분쟁의 불씨를 남긴 원죄가 있는 미국이 또다시 1965년 한일협정체결과 같은 미봉책을 강요해서는 안 됨에도 말이다.

    그리고 초미의 관심사인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얼마나 전향적인 입장을 천명할까? 6자회담의 문턱을 낮출 수도 있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북의 선 핵포기 행동을 강조하는 정책의 변화는 없다고 강변하던 미국 정부이다.

    이런 오바마를 견인하며 박근혜 정부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긴장의 구조적 해법으로서 비핵화-평화체제와 관련한 전향적인 입장 천명을 할 수 있을까? ‘제2의 9.19공동성명을 체결하자, 비핵화 6자회담과 평화체제 4자회담을 병행하자’는 북한도 호응할만한 제안이 나올까? 아니, 6자회담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정도의 합의라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솔직히 기대가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대한의 분발을 주문한다. 북이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압력을 넣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는 북의 행동을 막을 수 없다. 이번에도 북한과 미국을 대화의 장에 이끌어내기는커녕, 북의 핵실험과 제재강화의 악순환을 방치한다면 국민의 안전,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할 대통령과 정부로서 임무의 방기이다.

    북한에게도 주문한다. 세월호 침몰 사태로 온 국민이 침통해하는 가운데, 북이 핵실험 등 도발을 한다면 그것은 민족적 자폭행위이다. 국민들의 북에 대해 인식은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될 것이고, 남북관계 개선이나 화해‧협력정책은 근저에서부터 흔들릴 것이다. 남한의 수구적 강경파와 적대적 의존관계나 유지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핵실험이 아닌 대화와 관계 개선의 장에 나와야 한다.

    남북미 당국과 그 책임자가 우리 국민의 큰 상처에 갈등의 소금이 아니라, 평화를 향한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길 기대한다.

    필자소개
    정의당 평화‧통일 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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