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수상한 시도
학운위원 당적 조사하려다 철회
교원위원이 '전교조'인지 '교총'인지 파악 시도하기도
    2014년 04월 22일 05: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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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 17일 각 시도 교육청에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에서 활동하는 운영위원들의 당적 여부를 조사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가 21일 급하게 철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레디앙>이 각급 교육청에 확인해 본 결과 실제로 각 교육청은 교육부로부터 학운위 구성 및 운영 현황 자료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그러다 21일 다시 연락망을 통해 해당 내용은 삭제한 채 조사하라는 교육부의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박홍근(교문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 조사 서식에는 20여개의 항목이 있다. 이 중 15번 항목에 ‘운영위원의 당적 보유 현황’이 있다. 학부모를 포함한 지역, 교원위원의 당적 보유 현황을 파악하겠다는 의도이다.

이외에도 ‘교원위원 현황’라는 항목에서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교사들의 가입된 단체 현황을 파악하라고 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기타, 2개이상 동시 가입, 미가입 등 나누어 기재하도록 했다.

각 시도 교육청과 박홍근 의원실에 따르면 운영위원의 정당 가입 여부와 교원위원의 소속 단체를 조사하는 내용은 지난해 조사에도 포함됐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민홍철 의원과 새누리당의 이노근 의원이 자료를 요구하면서 조사를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다.

두 의원은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원들이 정치 참여의 목적으로 학운위에 참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당의 당원이나 현직 지방의회 의원, 국회의원 등을 제한하거나, 선거를 통해 취임한 공직자는 퇴직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야 학운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초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서울시교육청을 포함한 4개 시도교육청에서는 이미 조례를 통해 정당에 가입한 자는 학운위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교육부가 2014년 학운위 현황 조사에서 의원실의 자료 요구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운영위원의 정당 가입 여부나 교원위원의 소속 단체를 전국적으로 조사하려 했다는 점이다.

학교운영위 회의 준비 모습

학교운영위 회의 준비 모습(교육부 블로그)

이와 관련해 전교조의 김학한 정책기획국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교원위원의 소속 단체를 왜 파악하려 했는지 모르겠다”며 “만약 학운위에 보수적 단체와 진보적 단체의 진출 정도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응 계획을 세우려 했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학운위 자체는 학교 자치 차원에서 도입한 제도인데다가 (교원위원은) 각 학교 교직원들이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데, 선출된 교육위원이 어느 교원단체에 소속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며 “학교 자치 문제에 중앙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로부터 정당 가입 여부를 묻는 전화를 받은 학부모 위원 역시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소재의 한 고등학교 학운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기홍씨는 “누구나 정당에 가입해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데, 별다른 설명 없이 갑자기 정당에 가입됐냐고 물어보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지역위원들 중 현직 지방의회 의원이나 국회의원의 참여가 많아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보지만, 정당인의 학운위 참여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의도 자체는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일부 지역위원이 선거를 앞두고 일종의 ‘스펙쌓기’로 학운위에 참여하고 있는 문제가 분명 있기야 하지만, 그것은 학교 자치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학운위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청 관계자 역시 “당적을 가진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라 출마의 징검다리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그것은 조례로 정리하면 될 일이지 모든 운영위원들의 당적 여부를 물어보는 것은 불필요한 개인정보 수집”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 “교육청에서 부담스럽다는 제기에 철회하기로”

교육부는 국회에서 입법자료를 요구한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왜 교원위원의 소속단체까지 추가로 포함해 운영위원들의 당적을 조사하려 했던 것일까.

이날 교육부의 학부모지원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에도 국회로부터 자료 요구가 올 것으로 예상해 포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왜 21일 급작스럽게 2가지 항목의 조사를 철회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엊그제 한 교육청으로부터 꼭 그 부분을 조사해야 하는 것이냐는 문제제기가 왔다. 아무래도 당적 여부는 개인정보이다 보니 조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라며 “교과부 입장에서도 어차피 지난해 조사한 통계가 있기 때문에 교육청에서도 부담스럽다면 하지 말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원위원들의 소속단체를 조사하려 했던 것에 대해서는 “그것 역시 조사하는 것이 좀 이상하지 않느냐는 내부 지적이 있어 안 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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