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재보험법 개정안,
    결국 '법사위'에서 막혔다
    새누리당 '결사 반대', 새정치민주연합은 '미적지근'
        2014년 04월 22일 01: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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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6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산재보험 의무 가입 법안이 22일 결국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김진태 “고용노동부 조사 신빙성 없어”…보험사는 신뢰 있나?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회 법사위 제2법안심사소위에서 고용노동부측은 “특수고용노동자가 근로자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직종에 따라 특수성이 있어 근로자성이 강하거나 산재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6개 직종은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험업계가 보험설계사들이 반대하고 있으며 정부의 산재보험 가입률도 10%에 지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적용제외 신청 때문”이라며 “특히 보험설계사가 가입하지 않는 것은 사용자가 비가입을 강제하는 탓”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김진태 의원은 “특수고용직은 근로자가 아니라면서 예외적으로 이렇게 밀어넣는 것이냐”며 “보험설계사들이 반대 성명서를 내고 있는 것 아냐”고 반문했다.

    이에 노동부측은 “근로복지공단에서 1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다르다”며 보험업계가 제출한 보험설계사들의 반대 서명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자 김진태 의원은 “근로복지공단은 노동부 산하기관 아니냐”며 원하는 대로 답만 듣고 다른 기관의 조사는 신빙성 없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참고로 설계사들의 반대 서명용지는 보험회사에서 수집했다.

    새누리당의 김회선 의원 역시 “보험설계사는 다른 직종과 다르다. 자기 돈 들어가니깐 반대하는 게 당연한 건데 왜 진정성을 의심하냐”고 김진태 의원을 두둔하며 “보험대리점 역시 보험료를 내줄 형편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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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재보험법 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

    전해철 “법사위에서 반대하는 건 논란의 여지 있어”

    새정치민주연합의 전해철 의원은 “특수고용직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례가 있지만 논란이 있는 것 아니냐”며 또한 “일반 근로자에 준하는 성격이 있으니 입법정책적으로 보호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노위가 거의 찬성한 법안을 법사위가 반대하는 건 맞지 않다”며 “또다시 법사위 권한 (논란) 이야기가 나올 여지가 있다. 다른 상임위의 입법정책 문제를 법사위에서 언급하는 것은 다른 상임위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서영교 의원 역시 “보험설계사가 산재보험 가입 시 강요는 아니지만 적용제외 신청 서명을 안하고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저렴한 산재보험과 보장성 높은 산재보험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김학용 “보험설계사가 돌아다니다 사고 날 일 있나?” 황당 발언

    그러나 새누리당의 김회선 의원은 “6개 직종 중 보험설계사와 5개 직종은 다르기 때문에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설계사들이 반발하기 때문에 의무화하는 것은 안 된다”고 거듭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자 같은 당의 김학용 의원은 “산재는 위험한 업종에 혜택 주는 거 아닌가”라며 “보험설계사가 돌아다니면서 사고 날 일 있나?”라는 황당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특히 권성동 의원은 이번 법안이 다른 사회보험인 고용보험의 확대로 이어질 것을 노골적으로 우려했다.

    권 의원은 “고용보험까지 확대하려는 첫 단계인 것이냐”고 되물으며 “산재보험은 근로자를 위해 탄생한 보험인데, 특고 6개 직종은 반근로자, 반사업자라 50:50로 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보험설계사는 사업자성이 강한 직종이기 때문에, 사업자 부담으로 민간 단체보험 가입되어 있다”며 “보험설계사를 동일하게 법적 평가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고 반발했다.

    결국 약 30여분간 공방 끝에 이춘석 위원장은 “진영 논리처럼 여야가 팽팽히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노동부가 여당을 더 설득하라”며 다시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건강보험 가입할 때에도 보험사와 협상하나?”

    한편 이 소식에 보험설계사 조영문(가명)씨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보험설계사는 고객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차량 사고 등의 사고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며 “특수고용직이라 아파도 병가를 낼 수 없어 병을 키우는 경우도 많은데 정말로 우리에게 산재보험이 필요없다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그는 “기본적으로 국민에 대한 어떠한 사회보험이 필요하면 국가가 주도적으로 제도를 도입하면 될 문제인데, 왜 특수고용직에 대해서는 마치 협상의 대상이거나 시장 경쟁의 논리로 접근하냐”고 지적하며 “국민들이 건강보험 가입할 때에도 보험사랑 국민이 협상의 대상이냐”고 질타했다.

    아울러 그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양보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대한보험인협회의 오세중 대표 역시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보험설계사들은 산재 위험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따지자면 사무직군의 노동자들은 산재보험에 왜 가입시키냐”고 꼬집으며 “보험설계사들이 하루에 수십번씩 오고가는 일에 크고 작은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반박했다.

    또한 보험사가 각 의원실로 보낸 설계사들의 반대 서명 용지에 대해서도 “이미 반박 보도자료도 나갔고 많은 언론에서 보도했듯이 강요에 의해 서명한 용지인데 마치 설계사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왜곡 행위”라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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