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O 비공개 브리핑 왜곡보도 사건
    노동부 기획, 기자 신분위장, 녹취까지
        2012년 06월 22일 03:5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고용노동부가 지난 ILO 총회 기간에 열린 비공개 회의에 <동아일보>기자를 공무원으로 사칭하여 대동한 후 이슬람 고용정책국 과장의 발언을 왜곡 보도한 것에 대해 <레디앙>에서 18일 보도한 바 있다.

    당시 ILO 고용정책국 이슬람 과장이 이채필 노동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 비공개 비보도를 전제로 하여 간담회에 참석하였고, 그 자리에서 한 단순한 외교의례 차원의 덕담을 ILO에서 한국 노동부의 일자리 정책을 모범 사례로 규정하였다고 왜곡 보도한 사건이다. 특히 <동아일보>의 박 모 기자가 ILO 총회에 공무원 신분으로 등재되어 있어 신분을 위장하여 취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노동부의 거짓 해명, <동아일보>의 ‘팀킬’로 오히려 자폭

    이에 19일 노동부는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고용정책 보고서는 한국정부가 주도하고 있지 않으며 ILO 측에서 보고서 발간을 제안해 추진한 것으로 ILO 사무국이 주도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나치게 정부 편향적인 내용 때문에 ILO가 수정을 요청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작성 주체가 ILO이기 때문에 수정 요청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기자가 고용부 공무원으로 기재된 것은 “ILO 사무국의 전달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슬람 과장이 보낸 항의메일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곧 <동아일보> 박 모기자의 반박 기사에 거짓임이 드러났다. 박 모 기자는 본인과 노동부에 쏟아진 비판을 반박하기 위해 ‘현장 상황과 녹취록’과 ‘노동부의 제안’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박 모 기자는 20일 기사를 통해 “당초 공개될 예정이었던 한국 고용정책보고서 브리핑이 공개되지 않자 고용부의 제안과 조치에 따라 저와 내일신문, 매일노동뉴스 기자 등 참석했고 기자 신분을 공개하지 않은 채 들어갔다. 현장에서는 정부에 의해 ‘노동전문가’로 소개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비공개 브리핑을 보도한 것을 외교적 결례임을 수용하고 사과한다고 했지만 “ILO의 권위를 악용한 한국정부의 언론조작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 모 기자는 비공개 브리핑에서 녹음한 녹취록을 통해 이슬람 고용정책국 과장이 “한국 정부의 사례가 좋은 사례로 남을 것 같다. ILO 회원국들과 이 보고서를 공유하겠다.”라고 한 발언이 분명히 나온다며 이것이 왜곡보도 또는 언론 조작이냐고 강하게 반박했다.

    신분 위장을 정부가 돕고, 심지어 녹취까지 한 사실 드러나

    그러나 이미 이슬람 과장은 민주노총을 통해 “거듭 확인하였지만 장관 의전을 위한 표현일 뿐, 어떠한 보도에도 인용해서는 안되는 비공식적인 인사치례일 뿐”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민주노총 또한 “노동부 주장대로 ILO가 한국 고용정책을 ‘모범 사례’로 평하고자 했다면 ‘best practice’라고 표현한다. ‘good example’은 ‘연구할 만한 사례’로 통용된다.”며 노동부와 <동아일보>의 번역을 “무지하거나 의도적 과장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녹취록에 나오는 “회원국과의 공유”라는 말 역시 보고서가 나오면 배포하겠다는 뜻으로 유달리 한국이 모범사례이기 때문보다는 각국 노동정책 보고서를 회원국에 배포하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일 뿐”이라며 “과연 노동부가 몰라서 그랬는지 알고도 정부 홍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과장한 것인 확인할 수 없지만 그 어느 경우든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노동부의 거짓해명과 <동아일보>기자의 반박 기사는 노동부가 외교적 결례를 사전에 기획하고 일부 언론사가 동참해 심지어 녹취까지 한 정황을 연이어 자폭해가며 터트린 것이다. 특히 <동아일보>의 ‘팀킬’과 다름 없는 기사 내용은 공무원 신분을 위장한 것은 노동부 책임으로 돌리고, 언론 조작, 왜곡 보도에 대해서는 녹취록을 공개해 사실을 해명하려 했으나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된 것이다.

    한편 노동부는 해당 보고서가 ILO 사무국 주도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주장했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박 모 기자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ILO에 파견된 노동부 소속의 김왕 국장이 관여한 가운데 일부 한국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았으며, 심지어 그 저자가 한국에 있는 조준모교수와 하병진씨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조준모 교수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 정부위원으로 위촉됐다.

    민주노총은 이를 두고 “해당 보고서가 사실상 한국정부의 입김 하에 제작된다는 주장을 재확인시켜주는 방증이다. 실제로 면담 당시 노동부장관은 ‘보고서에 대한 한국 정부 보완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니 ILO에서 적극 반영해 주기 바란다’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노총은 “노동부 해명에도 ILO 권위를 악용한 한국정부의 언론 조작 사건이라는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며 “노동부의 거짓해명이 계속된다면 ILO 차원의 공식대응을 자초해 국제적 망신과 외교파문을 더 크게 키울 뿐임을 자각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