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물 축제와 댐 개발
[에정칼럼] 생태계와 삶의 터전 파괴하는 댐 건설 계획
    2014년 04월 17일 11: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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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동남아시아의 새해가 밝았다. 대륙부 동남아시아의 불교국가들인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에서는 불교식 음력의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가장 큰 명절이라 할 수 있는 전통적 설 연휴에 이 국가들에서는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물 축제를 열어 가족은 물론 이웃사람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까지 물을 뿌리며 왁자지껄하게 새해를 시작한다.

물탱크를 실은 작은 트럭에 탄 사람들은 바가지로 차가운 물을 떠 행인을 향해 뿌리고, 물총을 쏘기도 하고 물이 뿜어져 나오는 호스를 사방으로 흔들어 동남아의 건기의 마지막 자락을 시원하게 적신다. 이 신나는 축제를 경험하기 위해 많은 외국인들이 동남아로 향하기도 한다.

이런 시끌벅적한 현대식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는 존경의 의미를 담아 향기가 나는 물을 상대방의 어깨에 살포시 뿌려 상대방의 행운을 빌고, 한 해의 소망을 기원하는 조용한 의식을 했다고 한다.

아직도 동남아의 불교사원에 가보면 불상이나 존경받는 승려의 작은 동상들에 꽃이 떠 있는 향기롭고 깨끗한 물을 작은 은잔에 담아 뿌리며 기도를 하는데, 특별한 소원을 빌지 않아도 마음이 깨끗해지고 평안함으로 마음이 가득 차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물 축제를 하는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는 어머니의 강이라 불리는 메콩이 흐르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물과 강, 그 주변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있다.

메콩강

메콩강의 모습

티벳 고원에서 발원한 메콩은 중국 윈난성,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을 흘러 남중국해로 빠져나간다. 6천만 인구의 생계가 달려있는 강이며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메콩은, 그리고 이 강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물은 이들이 새해에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기 위해, 마음의 정화를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물고기를 잡고 강 유역의 둑에서 경작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메콩의 댐 건설 계획을 보여주는 지도 ⓒTERRA

메콩의 댐 건설 계획 지도 ⓒTERRA

그러나 동남아시아의 물, 하면 더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낭만적인 의미의 물이 아니라 바로 자원으로서의 물일 것이다. 수자원 말이다. 메콩 지역에서는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하려는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오래도록 지속되어 왔다.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메콩 본류와 지류에는 이미 건설되었거나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계획된 수많은 댐들이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다.

메콩 본류에 처음으로 건설이 시작된 싸야부리(Xayaburi) 댐의 경우 생태계 파괴, 댐 건설 예정지역 주민 강제이주, 불충분한 보상 문제 등으로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반대에 직면하였으나 라오스 정부는 건설을 강행하였다. 현재 23%가 완료된 상태이다.

‘동남아시아의 배터리’를 자청하고 나선 라오스 정부는 수력발전소인 댐에서 생산되는 에너지 수출로 부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러나 메콩의 하류에 위치한 캄보디아나 베트남의 경우에는 상류에서의 댐 건설로 유량이 적어져 하류지역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우려해 지역조정기구인 메콩강위원회(Mekong River Commission)를 통해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해왔지만, 강제력이 없는 위원회의 성격 상 라오스는 댐 공사를 감행하였다.

주변국들, 메콩강위원회, 시민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된 첫 번째 댐 건설은 본류에 계획되어 줄줄이 기다리고 있던 다른 댐들의 건설을 하나 둘씩 시작하게 만들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라오스와 캄보디아 국경에는 본류에 지어지게 될 두 번째 댐인 돈사홍(Don Sahong)의 건설이 시작되려하고 있다.

메콩에 사는 1,200여 어종 중 80~90%가 돈사홍 댐이 지어질 곳의 수로를 사용하여 상류로 이동하고 있는데 발전설비용량 260메가와트의 대형 댐이 건설되면 어류의 이동경로가 차단되어 어업자원의 손실이 생기고 이는 곧바로 이 강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 댐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곳에 사는 이라와디 돌고래(혹은 메콩 돌고래)도 서식지를 잃을 수 있을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생태계, 환경, 사람들의 삶 그 자체보다 그것들을 어떻게 이용하여 이윤을 창출해낼지가 더 중요한 사회에서는 이러한 주장들은 더 큰 이익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지 못하는 지역이기주의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또한 멸종위기종을 지켜야한다는 소리도 한낱 낭만을 추구하는 배부른 사람들의 목소리로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것이 도구로 여겨지고 개인의 삶보단 국가의 결정이 우선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남아 물 축제의 전통적 의미를 돌이켜보고 싶다.

정책결정자, 건설업자, 투자자들이 사랑과 존중, 존경의 마음을 담아 깨끗하고 향기로운 물을 뿌리며 상대의 행복은 물론 본인의 소망도 빌었던 물 축제의 낭만을 조금이라도 되새겨 국가의 결정으로 영향을 받게 될 사람들과 생태계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아주 순진한 생각을 해본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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