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 조직으로서의 정당 유지
    민주와 진보 계열, 정당 안정화 실패
    '양당체제 강화, 유권자의 선택인가' 정치포럼 개최
        2014년 04월 11일 06: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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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지지율의 고공행진과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으로 보수 양당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가운데, 진보정치의 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정치포럼이 개최됐다.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정의당 부설 진보정의연구소-한국정치연구회 월례 정치포럼 ‘양당체제 강화, 유권자의 선택인가’에서 한국의 정치체제와 유권자의 변화 추이, 진보정당의 전략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지지하는 정당이 있다는 당파층 유권자들의 비율은 1988년도와 비교해 충격적일 정도로 급감한 반면 새누리당만이 유일하게 정당으로서는 안정화된 조직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었고, 진보정당들은 여전히 정당으로서 재형성 과정을 겪고 있으며 현재 복수의 진보정당들 중 어느 한 세력도 노동대중을 제대로 대표하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정당들의 ‘인위적인’ 재편, 유권자들게는 배신감 느끼기 해

    발표를 맡은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박사는 ‘인위적이고 반복적인’ 정당체제 재편으로 유권자가 선택지를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양당체제가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정치에서 소외당하고 배제되고 있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큰 위기라는 지적이다.

    그는 “정치세력들이 분열하고 통합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패턴을 학습하듯 유권자들도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학습한다”며 “그 내용이 무엇이든 ‘더 나은 정치’라는 명분을 걸고 통합하거나 분열했던 정치세력들을 처음 접했던 유권자들은 익숙한 관계의 단절로부터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전에 지지했던 정당의 명분에 동의하며 과거의 그 정당이 아닌 낯선 상대에게서 새로운 기대를 투영하기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새누리당 계열 정당은 과거 김영삼에서 이회창으로, 이회창에서 박근혜로 다시 이명박에서 박근혜에 이르는 리더십 교체에도 불구하고 단일한 ‘조직’으로 살아남은 반면, 민주당 계열은 김대중에서 노무현으로의 교체 과정에서 분열됐다가 노무현 이후 이합집산을 반복하다 현재는 안철수 당권 시대의 실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계열 역시 위기 시기에 분화를 지속해 현재에 이르렀다는 평가이다.

    토론회410

    진보정의연구소-한국정치연구회 토론회 모습(사진=장여진)

    당파층 유권자 1988년 총선에서 75.8%, 2014년 현재 29.1%
    야권과 진보, 분열 시기에도 유권자는 ‘의리’ 지켜…다 어디 갔나?

    서 박사는 정당체제의 이러한 재편 과정을 역대 총선 투표율과 당파층 유권자의 변동 추이와 함께 살펴본 결과, 1988년까지만 하더라도 투표율 75.8%에 특정한 정당을 지지하는 당파층 역시 75.7%로 상당히 높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투표율과 지지하는 정당이 있는 당파층 유권자들의 높았던 비율은 점차 하락하고 있다. 특히 2000년 총선에서 당파층 유권자는 23.3%로 역대 최하위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 서 박사는 “1992년 김영삼 문민정부가 집권했지만 ‘민주파가 집권해도 별 게 없더라’는 민주파 등장 효과의 실망과 1996년 총선 직전 김대중이 정계복귀를 하면서 민주당이 분당한 효과”라는 가설을 제기하며 그 중에서도 “김영삼 문민정부 효과가 더 많았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1996년도에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했던(무당파) 사람들의 50%가 이전 대선에서는 김영삼 대통령에게 투표한 이들이었다.

    당파층 유권자가 역대 최하위를 기록한 2000년에는 낙천낙선운동의 효과가 컸다는 지적이다. 이 운동이 정당정치 일반에 대해 부정적 효과를 발휘하며 오히려 당파층 유권자를 무당파층으로 이동시켰다는 것이다.

    2004, 2008, 2012년 총선에서 낙천낙선운동 효과가 없었는데도 당파층 유권자 비율이 34~46%수준에 불과한 이유는 87년 민주화 체제로 만들어진 정당과 유권자 구조 모두 해체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87년 체제에서 형성된 정당-유권자의 구조가 해체되었지만 그 이후의 새로운 정당-유권자 체제는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 2004년 민주노동당이 등장했고, 총선에서 13.5%의 정당 지지율을 얻게 된 것은 바로 유권자들이 87년 체제로 만들어진 새누리당 계열와 민주당 계열 정당이 아닌 대안 정당을 찾고 있었고 일정하게 이에 부등했다는 의미이다. 2000년 당파층 유권자 비중 23.8%에서 2004년에는 34.1%로 10% 가까이 늘어났는데 이 비율은 2004년 총선 직후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유권자 11.6%와 맞아 떨어진다.

    2012년 총선에서 당파층 유권자는 2008년 37.8%에서 46.2%로 10% 가량 늘어났는데, 이는 야권연대와 통합진보당의 효과라는 게 서 박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통합진보당의 분열과 민주당의 내분 등으로 2014년 2월 조사에서는 당파층 유권자가 다시 29.1%로 뚝 떨어졌다. 특히 통합진보당이나 정의당의 당파층 유권자들은 최저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당파층 유권자의 지지정당을 살펴본 결과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으로 분화되고, 다시 통합진보당으로 재편될 때까지에도 이들 범진보계 정당들의 지지율 ‘총합’은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 박사는 이를 “민주당 계열과 민주노동당 계열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나름 의리를 지켰다”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리고 그 의리의 시효가 끝났다는 것이다.

    조직적인 정당으로서 시스템 안정화 성공한 건 새누리당 뿐
    서복경 “정당공천 여부로 몇 달이나 저 짓 하다니…한국정치 현실” 일침

    그러나 2014년 2월 현재 새누리당이 당파적 유권자의 전체 비율에서 75.0%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이 재집권 직전까지도 조직으로서의 정당을 유지하고 자신들을 지지하는 유권자와 채널링(소통)을 해왔다는 분석이다.

    서 박사는 “정당이 존속 가능한 조직으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거시적으로 본다면 한국은 현재 새누리당만 안정적인 정당 조직으로서의 성격을 갖추었고 나머지는 그런 조직으로서의 정당으로 가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고 지적했다. 즉 민주당 계열과 진보 계열 정당들의 안정화, 시스템화는 아직 진행형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러한 원인에 대해 “유권자들 입장에서도 민주주의가 어느날 갑자기 다가온 정치체제였지만, 정치 엘리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유권자들도 준비가 안 됐지만 정치 엘리트들도 준비가 안 됐던 것”이라고 설명하며 특히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민주주의를 원하는 것과 정치체제로서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되는 것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인데, 대한민국 제1야당이 정당 공천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대외적으로 몇 달을 저렇게 보내는 걸 보면 한국 정당의 현주소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또한 정당 공천 폐지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가 높았던 것에 대해서도 “정당은 대의민주주의 안에서 책임을 지고 공천을 하고, 그 때문에 국고 보조금을 받는 것이고 이런 것들이 정당 존재의 이유인데, 한국사회에서는 이런 것들이 ‘상식’으로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권자, 주관적 이념 성향과 구체적 정책 태도는 서로 별개

    서 박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의 보수/진보의 포지션을 몇 가지 정책 변수에 따라 분석한 결과 유권자들의 정책 포지션은 불과 10년 전보다 상당수 ‘왼쪽’ 포지션으로 가있다고 지적했다.

    즉 성장이냐, 분배냐에 대한 유권자들의 태도는 2008년만 해도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이 60%였다면, 현재는 분배가 더 중요하다는 응답이 62%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구체적인 정책 태도에 대해 입장과 자신의 주관적 이념 지향이 일치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한미동맹, 국가보안법 등 오래된 쟁점에서의 태도와 자신의 주관적 이념성향과는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비정규직, 복지정책, 원자력발전소 등 최근에 등장한 쟁점들에서는 자신의 이념 성향과 정책적 태도의 연관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데이터를 통해 제기했다.

    또 상대적으로 새누리당 지지 유권자들은 한미동맹 문제, 성장이냐 분배이냐의 문제, 비정규직이나 민영화 문제에서 일관된 응답이 나오지만 민주당이나 안철수 신당의 지지층에서는 이념성과 정책 태도의 일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시기 정책적으로 복지나 경제민주화 등을 이야기하면서 상대적으로 민주당 등에서는 정당의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된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2000년대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의 정체성 부재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지지 유권자들은 이념과 정책적으로 비교적 일관된 경향을 보이며 그래서 결합성과 당파성이 높아질 수 있었지만, 다른 정당들은 지지 유권자와 정당 정체성의 괴리라는 문제를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대근 “안철수 신당, 양당체제의 대안 아니었다”

    토론자로 나선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정당체제 재편의 촉진제로서 ‘제3당’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안철수 신당의 등장에 대해서는 “양당체제가 보수화, 중도화, 정쟁 격화 현상을 낳는 문제가 있다면, 안철수 신당의 출현으로 인한 보수3당 체제는 이런 현상을 더 심화시켰다”며 (안철수 신당은) 양당 체제의 대안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철수 신당은 기성 정당과의 차별성과 자기 정체성 확립에도 실패했다”며 “신당의 차별성을 이념과 노선이 아닌 당조직 운영이나 정치적 태도와 정서적 측면에서 찾으면서 정치개혁을 위한 구체적 대안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무이념의 이념, 무노선의 노선”을 추구했다는 비판이다.

    특히 새정치에 대한 안철수의 설명 방식은 ‘순환 논법’이라며 “정치란 생활정치이고, 생활정치가 바로 새정치이고 새정치는 낡은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며 이를 위해 정치개혁을 한다는 것이라는 건데, 완전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용복 “다원화된 유권자 요구와 단순다수제 제도의 괴리”
    김형탁 “진보정당의 재편과정, 양당체제 흔들려는 기획”

    김용복 경남대 교수는 정당정치 불안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단순)다수제적 정치 제도가 유권자들의 다원화된 사회적 요구와 괴리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다수제적 정치는 지방선거나 총선에서 반드시 후보 단일화의 압력과 요구에 빠지면서 이합집산을 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체제의 취약성은 구체적 문제이지만 이러한 제도적 요인의 측면도 크다”며 “이러한 문제의 제도적 변화가 없는 한 정치개편과 이합집산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정의연구소의 김형탁 부소장은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통합한 것에 대해 “대중의 요구와 무관 또는 반하게 임의적으로 만든 것이지만, 사실 임의적인 정치재편을 가장 적극적으로 시도했던 것이 진보정당”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노당을 만들고 진보신당으로 분화하고, 다시 통진당을 만들어 정의당으로 분화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이는 기획의 산물이었다”며 “이러한 기획 의도는 보수 양당 체제의 판들 흔들려고 했던 것인데 안철수 신당은 그 판을 흔들기는커녕 외려 다시 기존 정치질서를 고착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번의 안철수 현상의 귀결을 통해 역시 인물에 기대는 정치는 실패했다는 것을 경험했기에 진보정당이 제대로 된 위치를 잡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최근에 강조되고 있던 정당의 ‘리더십’ 문제에 대해 “리더십 문제가 지나치게 강조된 측면이 있다”며 “양당 체제를 새롭게 재편시키려는 측면에서 본다면, 지도자들의 힘이 빠질 때 쑥 사라져 버리는 정치가 아니라 항구화시켜 낼 수 있는 조직으로서 정당체제를 정립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정종권 “리더십 의미의 ‘인수분해’…진보정당 재형성 과정 중”

    <레디앙>의 정종권 편집장은 김형탁 부소장에 이어 정당의 ‘리더십’ 문제에 대해 “진보정치와 관련해 리더십이라는 말이 유행이지만 이 리더십이라는 말을 ‘인수분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리더십에는 대중 정치인, 선거의 득표력이라는 리더십 요소와 대중운동 사회운동의 지도자로서의 리더십 요소를 다 담고 있다. 특히 진보정당들에게는 이 두 가지 요소가 다 포함돼 있다. 하지만 최근의 리더십이라는 표현은 선거의 득표력이라는 말로 제한되는 것 같다. 운동의 리더십은 조직의 성공, 어려움, 실패를 함께 겪고 극복해가는 희노애락의 리더십인데, 선거용 리더십은 득표에 실패할 때 손쉽게 부정 당한다”고 꼬집었다.

    또 정당과 정치세력들의 ‘합종연횡’과 재편 문제에 대해서 그는 “나름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시도”라며 “2004년을 전후하여 민주노동당은 형식적으로나마 범진보진영을 대표했다. 새누리당은 시간이 경과될수록 보수세력, 냉전세력, 자본세력들을 대표하는 계급 대표성을 안정적으로 획득하고 있다. 그것이 새누리당이 조직으로서의 안정성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자유주의 정당들은 어떠한 계급과 집단을 대표하고 있냐”고 반문하며 “과거에는 호남 등 특정 지역을 대표하거나 대변했던 것인데, 지금은 그 외의 계급, 세대 등의 맥락에서 대표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대표성의 불안정이 구조적으로 정치재편을 일상화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고 지적했다.

    정 편집장은 “진보정당 또한 복수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 계급 대표성을 지지집단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정당이 현재 없다. 그래서 노동계층과 진보진영을 형식적으로라도 대표하는 진보정당을 형성 혹은 재형성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형식적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복수의 진보정당들이 재편의 모색을 할 수밖에 없고, 형식적 대표성이 실질적 대표성,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내부의 민주적 규칙의 준수, 지지집단의 형성과 소통, 안정화를 위한 실천의 시간들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는 선택이 아니라 병행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진보정치가 형식적 대표성이라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진보정치의 ‘눈물의 계곡’은 더욱 깊어지고 그 시간은 더 길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윤철 “친야권 성향 유권자, 선호반영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유권자”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김윤철 교수는 친야권 성향 유권자들의 특성에 대해 “주로 재화를 보유하는 계층이자 명분과 실리의 균형을 중시하는 (대기업) 노조나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라며 또한 “진보를 ‘브랜드로 소비하는 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마디로 선호를 반영하기가 까다로운 유권자들”이라며 “주목할 점은 ‘민생’이라는 말의 이중성이 있다. 민생을 챙겨야 한다고 할 때 사적 약자도 챙겨야 하지만 재화 보유층의 손익도 챙겨야 한다는 난점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진보정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그는 “친야 성향의 유권자들 특성과 ‘민생’이라는 개념의 이중성을 고려해 명분과 실리를 통합하는 정치언어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지지층 재구성을 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발생하는 만큼 진보의 존재와 지속 그 자체의 고민보다는 민생 개선을 위한 효율적인 전략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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