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들 발빼려는데, 한국 '묻지마 구입'
    [기고] '록히드 마틴의 F-35는 실패작'
        2012년 06월 21일 02: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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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히드 마틴사의 전투기 조인트 스트라이크 파이터(F-35), 기체 가운데에 미국, 영국, 이태리, 네덜란드, 터키, 캐나다의 깃발 그린 게 보입니다. 이들 나라는 이 전투기의 개발 생산에 참여하기로 하고 개발비를 낸 나라들입니다.

    1997년 여름, 동남아의 외환위기가 휩쓸고 있을 때, 한국의 경제관료들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은 튼튼하다는 말로 위기설을 무시했고, 결국 그해 겨울 정부는 국가부도를 눈 앞에 두고 IMF 구제금융을 요청했습니다.

    외환위기가 폭발했을 때, 종로 1가 한복판에서 1달러가 1,900원을 넘었다는 기사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외환위기를 막지 못한 경제관료들 탓에 수 많은 국민들이 끔찍한 불행을 겪었습니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기 손가락을 잘라낸 사람도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 자살하는 부모도 있었습니다. 당시 여론은 나라경제를 말아먹은 관료들을 처벌하자고 했는데 당사자들은 정책 실패를 어떻게 처벌하냐고 배째라고 했었지요.

    요즘 차세대 전투기 선정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일단 입찰에 응한 3사 중 2사가 한글본을 제출하지 않아서 입찰이 유찰되었다는 뉴스가 나왔지만, MB가 이미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록히드 마틴사의 F-35기를 사겠다고 약속했다니 어떻게든 임기 전에 구매 계약서 싸인을 하려고 할 것 같습니다.

    진보는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전투기 구입에 원칙적으로 반대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차세대 전투기 선정사업에 대해서도 원칙적 반대 이상은 특별한 입장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진보진영이 반대한다고 해도 차세대 전투기 구매 입찰은 강행될 것이고, 국민의 혈세 9조가 비행기 60대를 사는 데 들게 됩니다.

    F-35는 일명 Joint Strike Fighter (JSF)라고 불리는데, 한국 뿐만 아니라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캐나다, 호주, 노르웨이, 이스라엘 등 미국과 절친한 나라들이 보유하기 위해 주문을 했거나 주문할 계획인 Giga급 프로젝트입니다. 제가 사는 네덜란드는 이미 2000년대 초에 차세대 전투기로 F-35, 일명 조인트 스트라이크 파이터를 사기로 했습니다.

    전투기를 타보지도 않고 구입을 할 수 있냐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위에서 열거한 나라들은 JSF 개발이 계속 지연되고, 개발 비용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늘어나고, 비행기 대당 가격도 계속 오르는 데다가, 한번 떴다 하면 유지 보수비가 만만치 않게 드는 문제 때문에 구입 댓수를 줄이거나 구입 시기를 늦추고 있는데 진짜 문제가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영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번째로 중요한 개발 참가국입니다. 한국처럼 비행기를 사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개발과 생산에서 미국의 파트너로 참여하는 거죠. 네덜란드는 세계 3위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이미 8억 유로 (약 1조 2천억 원)을 개발비로 지불하였습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 사업에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자국 방위산업 기업들을 포함시켜 첨단 기술 전수와 미래 산업 육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던 거였습니다.

    네덜란드는 인구 1천 6백만, 면적은 남한의 1/3 정도 밖에 안되는 작은 나라이지만 유럽대륙에서는 미국과 가장 절친한 우방입니다. 한국 보수파들은 한미관계를 혈맹이라고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은 자기네 원조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극빈국이었지만 이제는제법 경제력이생겨서 비싼 무기를 사줄 수 있는 만만한 고객일 뿐이지요.

    네덜란드에서도 차세대 전투기 선정할 때 유럽의 모델과 미국 모델을 놓고 저울질을 했는데, 미국과의 동맹관계와 전투기 제작 참여 등의 실익을 고려해서 미국 모델을 선택한 것이죠.

    하지만 이미 십 년 전에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직 완성되지도 않고, 시험 비행 과정에서 기체 결함이 끊이지 않고 발견되어 계속 결함을 제거하다가 아직 본격적인 생산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보니, 네덜란드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미 투자한 8억 유로(1조 2천억원)이 물려 있고, 미국과의 구매 약속을 어기자니 미국에게 밉보일 것 같아서 그러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더 웃긴 건 이 전투기의 최대 구매자인 미국의 국방부도 록히드 마틴사에게 불만이 아주 많다는 겁니다. 미국 국방부는 2,450 대의 JSF 전투기를 주문해 놓은 상황입니다. 전투기 구입비로 약 3,800억 달러(약 447조원)가 들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하지만 전투기 개발비 지원과 유지 보수비까지 포함하면 총 비용이 1조 5천억 달러(약 1,77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는 지난 4월 3일 보도한 것처럼,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게다가 경제가 안 좋아 국방비까지 줄이고 있는 마당에 비용이 늘어나니 좋아할 리가 없지요.

    6월 11일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에 따르면 JSF 한대 가격이 2000년대 초에는 3,500만 유로(525억원)로 추정했었는데, 지금은 6,100만 유로(915억원)으로 추정되어 처음보다 1.7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의회에서 국정조사를 하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JSF 사업은 문제가 많은 사업입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세계를 강타한 경제공황 때문에 미국이 역사상 최초로 국방비를 줄이고, JSF 제작에 파트너로 참여한 영국과 이태리, 네덜란드 등 대부분 나라들도 국방비를 줄여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전투기 주문이 줄고, 사업자인 록히드 마틴사와 전투기를 팔아 수입 적자를 메우려고 하는 오바마 대통령에겐 골치거리일 수 밖에 없습니다.

    구입비만 9조원이고 유지 보수비는 아예 산정도 안되는 이런 대규모 무기 구매 사업, 말썽도 많고 구매를 약속했던 나라들도 미국 눈치를 보며 슬슬 발을 빼는 이 마당에, 제대로 계산기도 두드려 보지 않고, 덜컥 사겠다고 큰 소리를 친 대한민국 대통령, 그 대통령에게 잘보여 폼 나는 최고급, 최고가의 전투기를 구입하려는 군부, 이런 꼴을 보면서 살아야 하는 한국 국민들 생각하면 정말 혀를 찰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마당에 진보정치하겠다고 하길래 뽑아 놨더니, 이석기, 김재연 논란으로 내부 정리하느라 바깥은 쳐다보지도 못하는 통합진보당 13명의 국회의원들이 원망스럽네요. 전투기 구매 사업에 국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제발 제대로 감시해주길 바랍니다.

     

    <참고 자료>

    위키피디아에는 F-35, 조인트 스트라이크 파이터 사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봐주시기 바랍니다.

    F-35, 조인트 스트라이크 파이터에 파트너나 구매자로 참여한 나라들에 속사정을 다룬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 기사 링크를 전합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네덜란드 통신원/ 개인 이메일 jjagal5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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