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틀 굶은
    암사자의 입냄새를 아는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중국 이야기] 샹차이와 깻잎
        2014년 04월 07일 10: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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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중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수년째 일하고 있는 주성치(필명)씨가 중국의 사회문화 등을 소개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중국 이야기’ 연재를 시작한다.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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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 중국에서 몇 십 년을 산 것도 아니고, 중국어에 능통한 이른바 ‘중국통’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국의 문화나 역사에 능통한 ‘전문가’ 역시 아니다. 중국은 아주 크고, 그 속에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존재하는 나라다. 동북의 일부 지역에서만 생활한 나의 경험이 중국 다른 지역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한국에서 30년 가까이 살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아직도 신기하다. 그런데 낯선 나라인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 겨우 4년 중국 생활을 하고 중국에 대해서 무언가를 ‘안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참 낯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이렇다’라는 말 보다 ‘중국과 한국을 비교해 보니 이렇더라’라는 이야기들을 주로 해보려고 한다.

    샹차이(香菜)의 향기(香)는 정말로 ‘이상한 것’일까?

    많은 한국 친구들이 나의 중국 생활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 중 하나가 음식에 관한 것이다. 그런대 그 질문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중국 사람들은 정말로 XX 먹어?’ 여기서 XX에 들어가는 것은 벌레, 내장, 뇌, 기묘한 발효식품 등 미디어를 통해서 소개된 이른바 ‘이상한 음식’들이다.

    그리고 그 음식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면 또 ‘어우~ 그런 걸 어떻게 먹어?’ 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고 보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에 대해서 ‘이상한 것을 먹는다.’는 편견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정말로 중국인들은 이상한 음식을 먹는 걸까?

    중국은 음식의 천국이다. ‘평생 매 끼니를 다른 음식을 먹어도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볼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음식의 종류가 다양한 나라가 중국이다.

    먹는 것을 인생 최고의 낙으로 생각하며, 처음 보는 음식 앞에선 언제나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섰던 나에게, 중국은 ‘윌리 윙카의 초콜렛 공장’처럼 놀라움과 즐거움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하지만 윙카의 초콜렛 공장을 방문한 방문객 모두에게 그 체험이 즐겁지는 않았던 것처럼, 내가 만났던 상당수의 한국인들은 중국의 음식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윙카 초콜릿 공장의 견학처럼, 중국의 음식문화가 모두에게 다 유쾌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우선, 익히 알려진 대로 중국 음식은 기름이 많다. 중국 음식은 한국 음식보다 기름을 많이 쓴다. 음식의 조리 방법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볶음 요리의 경우 접시에 기름이 한 가득 고일 정도로 기름을 아낌없이 사용하기 때문에 그 모습만으로도 식욕을 잃는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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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냄비에 기름이 가득 고여 있는 곱창볶음. 절대로 ‘탕’이나 ‘찌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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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량의 ‘가정용’ 식용유. 중국인들의 엄청난 기름 사용량을 짐작할 수 있다

    또 풍부한(?) 식재료 역시 누군가에게는 불만일 수 있다. 중국은 남한의 100배 가까운 넓은 땅을 가진 나라다. 그 땅에서 나오는 다양한 동식물들은 요리 재료가 되어 수 천 년 동안 중국인들의 밥상 위에 올라왔다.

    ‘나는 것은 비행기, 네 발 달린 것은 식탁, 헤엄치는 것은 잠수함 빼고 다 먹는다.’는 농담처럼 안 먹는 것도 없고 못 먹는 것도 없는 나라가 중국이다. 닭대가리나, 돼지 뇌, 거대한 번데기, 개구리, 불가사리 등 수 많은 새로운 식재료를 먹어보는 것이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들은 내가 그런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래도 요리의 이름이나 음식의 겉모양을 보고 피할 수 있는 것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진짜 사람들을 괴롭다고 말하는 것은 음식에서 풍기는 다양한 향신료의 향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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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아래 사진설명: 돼지 뇌와 마가 들어간 탕. 이런 경우 한자를 읽을 수만 있다면 먹을지 안 먹을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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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아래 사진설명: 대형마트의 수산물 코너에서 판매중인 번데기와 부화 직전의 병아리인 마오딴(毛蛋, 털 난 달걀) 꼬치구이. 이런 경우에도 모습을 보고 먹을지 안 먹을지를 스스로 선택하면 그만이다.

    중국에서 기본적으로 쓰이는 향신료로는 ‘오향’이라고 불리는 팔각, 정향, 산초, 계피, 진피가 있다. 이것들만 들어가도 벌써 냄새와 맛이 확 달라진다. 이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향신료들이 다양하게 쓰인다. 탕을 끓일 때도, 볶음 요리를 만들 때도, 소스를 만들 때도 다양한 향신료들이 사용된다.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은 먹기도 전에 거부감을 나타낸다.

    그래도 이 정도는 많이들 참고 먹는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의 대부분이 몸서리를 치며 싫어했던 냄새가 있다. 바로 ‘샹차이(香菜)’ 향기다.

    우리말로는 고수, 중국어로는 샹차이, 한자로 쓰면 향채, 동남아를 여행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팍치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고, 때로는 코리앤더나 실란트로라고 불리는 이 풀. 다양한 외국식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이 풀을 해외에서 처음 먹어보게 된다.

    누군가는 이 냄새를 ‘이틀 굶은 암사자의 입 냄새’라는 시적인 표현으로 정리해냈다. 그리고 이런 시적인 언어를 구사할 수 없었던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세제 맛이 난다.’는 현실감 있는 표현(진짜 세제를 먹어 봤는지는 모르겠지만)으로 강한 거부감을 표시한다.

    샹차이를 중국 사람들은 참 많이 먹는다. 중국음식에서 샹차이가 필수 재료인 요리는 못 봤다. 하지만 안 들어가는 요리도 거의 본 적이 없다. 우리가 음식에 파나 마늘을 넣고 고춧가루를 뿌리듯이, 중국의 주방장들은 아무 음식에나 다진 샹차이를 뿌려준다.

    이것은 만약 당신이 샹차이가 싫다면 ‘샹차이가 들어간 요리’를 안 먹으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음식을 시킬 때마다 ‘샹차이를 빼 달라(부야오 샹차이 不要香菜)’는 말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나처럼 그 독특한 향이 좋아 즐겨 먹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부야오 샹차이’를 외치거나, 한국에 돌아가는 그 날까지 ‘그냥 참고 먹는’것을 선택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우리의 음식 중에서도 중국인들에게도 이렇게 거북하게 느껴지는 야채가 있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우리가 즐겨먹는 야채인 깻잎이다. 우리는 깻잎을 쌈, 장아찌, 튀김, 무침 등 다양한 요리로 만들어서 즐겨 먹는다. 심지어는 깻잎통조림까지 만들어서 먹는 것이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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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깻잎사랑이 낳은 발명품인 깻잎 통조림은 스티브 잡스에게도 큰 영감을 주어 아이폰의 디자인에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믿으면 큰일난다.)

    하지만 상당수의 중국인들은 깻잎을 싫어한다. 지역에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는 깻잎을 먹는 문화 자체가 없기 때문에 많은 중국인들이 깻잎을 먹을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

    중국인들이 깻잎을 먹지 않는 이유는 깻잎이 가지고 있는 강렬한 향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향기로운 깻잎 향이 중국인들에게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냄새로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 음식을 통해서 깻잎을 알게 된 많은 중국인들의 이런 말을 한다. ‘냄새가 너무 이상해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요.’ ‘먹을 수는 있지만 즐겨 먹고 싶지는 않네요.’ 중국 사람들도 못 먹는 음식이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깻잎에 대한 중국인의 반응과 샹차이에 대한 한국인의 반응은 신기하게도 정도로 닮아있다. 중국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먹는 음식도 충분히 이상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깻잎을 먹는 나라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한국을 제외하면 터키 등 극히 일부 국가에서 몇 가지 제한적인 방법으로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 기준으로 보면 우리는 ‘깻잎’이란 풀을 먹는 독특한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 된다. 깻잎을 빼고도 우리는 마늘, 고추, 생강 등 매우 강한 향신료를 수시로 먹는 민족이다. 한류 열풍이 불어 한식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수 십 년 동안 일본인들이 우리를 ‘마늘냄새 나는 민족’ 이라고 비하했던 것을 기억해보라.

    반대로 우리에게는 이상한 풀인 샹차이는 수많은 나라가 즐겨 먹는다. 당장 동아시아지역만 봐도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샹차이를 먹으며, 인도, 남미 등 수 많은 나라에서 샹차이를 애용한다. 샹차이를 먹는 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이 ‘이상한 것’을 먹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상하게도 안 먹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다른 나라의 음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참 모순적이다. 다른 나라의 음식은 너무나도 쉽게 ‘이상한 것’이라고 표현해 버린다. 그러면서 또 한식이 다른 나라로 퍼져나가는 것은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일처럼 여기며 한식에 대한 비하를 마치 자신에 대한 비하처럼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김윤옥 여사께서는 특별히 더 사랑하셨던) 한식 역시 중국인들에게 충분히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은 비슷해 보이지만 굉장히 다른 나라다. 그러니 음식 역시 당연히 다르다. 누군가는 샹차이(香菜)의 ‘향기’가 전혀 향기롭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마늘이나 깻잎이 ‘냄새’가 난다고 여길 수도 있다.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먹을 수는 없지 않는가?

    그러니 샹차이를 ‘이상한 냄새, 맛’이라고 부를 수는 있고 생각한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타 문화에 대한 배려를 망각하고 공공연히 그것을 드러내지는 말자. 또 더 나가서 ‘이상한 문화, 이상한 민족’ 또는 ‘괴상한 것,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절대 표현하지 말았으면 한다.

    나는 그 순간부터 그것이 자연스러운 거부반응을 넘어선 타 문화에 대한 비하와 혐오, 인종차별의 영역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음식문화가 자랑스럽다면 그들 역시 그들의 음식문화가 자랑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들의 음식이 이상하다면, 그들에게도 충분히 우리의 음식이 이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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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많은 음식들 중 무언가는 입에 맞고, 또 무언가는 맞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중국의 음식은 정말로 많다

     

    필자소개
    대륙에서 생활중인 이주노동자.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소개하지만 사실 사회주의가 뭔지는 잘 모른다. 평생 반백수로 사는 것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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