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적이며 유쾌한 가족판 '월든'
    [책소개] 『대지의 선물』(존 세이무어/ 청아람미디어)
        2014년 04월 05일 03: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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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 미국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 호숫가 근처에 오두막을 짓고 2년간 홀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보냈다. 그 삶은 <월든>을 집필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20세기 영국의 존 세이무어는 도시 외곽 농가에서 평생 가족들과 함께 자급자족하며 살았다. 그리고 그 경험은 <대지의 선물>을 집필하는 토대가 되었다.

    <대지의 선물>은 가족판 <월든>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존재 양식이 더 없이 완벽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총각일 때 그러하다고 말한다.

    자신은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가는 딸아이에게 하루 종일 콩만 먹자고 타이를 재능이 없다고. 그래서 <대지의 선물>의 존은 바쁘다. 딸아이들에게 우유와 고기, 채소, 과일 등을 먹이기 위해 소와 돼지, 닭과 거위 등 가축을 키워야 하고, 배추, 양파, 감자, 콩, 토마토 등 농작물을 길러야 하고, 사과나무, 호두나무, 뽕나무 등 과실수도 심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사색하는 총각 소로의 삶과 하루 열여섯 시간을 일해야 하는 아빠의 삶은 분명 다른 것이다.

    자급자족하는 가족을 위해 존은 현실적인 존재 양식이 어떠한지 보여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폭풍우가 심한 날, 얼어붙게 추운 겨울날에 아빠 존은 스패너나 끌 등 어려운 도구들을 들고 밖에서 씨름해야 한다.

    우물에 거꾸로 매달렸다가 바람이 몰아치는 지붕에 달라붙었다가 여기에 불을 붙였다가 저기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 즉, 배관공이 되었다가 목수가 되었다가 대장장이가 되었다가…… 푸주한, 칠공, 쓰레기 운반인도 되어야 한다. 존의 존재는 날씨와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해진다.

    그렇다고 존이 만날 일에 치여 사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그가 왜 자급자족을 고집했겠는가? 존의 가족은 한두 달씩 멀리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이웃들과 함께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 종일 잡초를 뽑아 땅을 일구고 농작물을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것, 젖소와 씨름하는 나날, 그 자체가 존에게는 즐거움이다. 그래서 존은 그 어떤 일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지 않는다. 자급자족하는 삶, 그 자체가 놀이이기 때문이다.

    대지의

    귀농귀촌, 그대 아직도 꿈만 꾸는가?

    한적한 시골로 내려가서 자연과 벗 삼아 사는 꿈! 그것은 매연과 소음으로 가득한 도심에서 숨 막히게 복잡한 출퇴근버스를 타고 내일이 불안한 오늘을 살아내는 도시인들이 한번쯤 그려봤을 꿈이다.

    실제로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 조사한 결과, 2013년 귀농귀촌 가구가 전년 대비 1.2배 증가한 3만2424가구(총5만6267명)나 된다고 한다. 특히, 귀촌가구의 수는 지난해 1년 동안 36.2%나 증가했다고. 그렇다면 이러한 삶을 마음속으로 꿈꾸는 이들은 얼마나 많을까?

    <대지의 선물>은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이나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싶은 이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오랫동안 항해하면서 떠돌이 생활을 즐겼던 존과 샐리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거침없이 자급자족 생활을 감행한다. 그해 여름을 다 투자하고 50여 채가 넘는 농가를 봤지만 마땅한 집을 구하지 못한다.

    갖은 노력 끝에 잉글랜드 서퍽 주 외딴곳에 정착하지만, 그들은 호미나 삽도 구경하지 못한 방랑객. 덤불과 잡초로 무성한 황무지, 침대는커녕 이불조차도 없는 빈약한 살림살이, 자급자족에 대한 무지함 등 그들이 넘어야할 산은 첩첩산중이었다.

    그러나 존은 앞마당에 우거진 덤불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잡초가 무성한 곳이라면 분명 농작물도 잘 자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낙천적인 사람이다.

    샐리는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여자다. 그녀는 당장 가족이 입을 옷을 만들고, 음식을 담을 그릇을 굽는다. 그런 식으로 하나씩 그들 앞에 놓인 산을 넘어가면서 존과 샐리는 멋진 자급자족 생활자가 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그 과정이 괴롭거나 고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함께 꿈꾸고 도전하고 실천하고 이뤄가는 과정이 여간 신나는 게 아니다. 저자는 이러한 삶이 자신에게 잘 맞는다며 독자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사느냐는 오롯이 자신이 판단할 것! 다만, 그간 생활에서 단 하나, ‘농부’이자 ‘장인’이 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가 마음속으로 한번쯤 꿈꾸었을 삶, 그런 삶을 살았던 한 가족의 모험담을 읽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 같은 희열을 준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나도 한번 이런 삶을 살아볼까 하는 용기와 긍정적 에너지까지 선사한다. 반면, 이미 이런 삶을 시작한 독자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살림 정보나 조언은 물론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덧붙여, 만약 당신이 자급자족 생활을 꿈꾸면서 돈이 조금 있는 은퇴한 노인이라면, 지식인이라면, 도시에서 잘 적응하고 있지만 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청년이나 중년이라면 이 책을 끝까지 읽기를 권한다. 존 세이무어의 작은 조언이 당신의 삶에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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