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별정정, 가족 동의 필요하나
    가족 반대 이유로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신청 기각
        2014년 04월 04일 05:0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지난 2월 인천지방법원이 트랜스젠더 A(52)씨가 낸 등록부 정정 신청을 기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법원은 “A씨의 어머니와 아들 등 가족들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A씨는 부인과 이혼한 뒤 아들과 함께 지내면서 이미 성전환 수술을 했고, 아들 B씨도 아버지의 신체적 변화를 지켜봐 왔다. 그런데 법적으로 성별을 정정할 때에 이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B씨가 아버지의 성별이 바뀔 경우 가족관계등록부상 부모가 모두 여성으로 기재됨으로써 발생할 문제와 불이익을 걱정한 것이다.

    재판부 결과는 당사자의 행복보다는 부모로서의 책임과 자녀의 행복을 더 우선시한다는 판단이다. 지난 2011년도에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아내와 미성년 아들을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신청을 기각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에도 혼인 중 상태에 성별이 여성으로 바뀌면 동성혼을 인정한 셈이 되고 자녀에게도 정신적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이다.

    이같은 판결에 성소수자 단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당사자의 자기결정권보다 가족의 행복권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판단은 개인의 존엄과 자유를 무시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성소수자 인권 캠페인 자료사진(사진=무지개행동)

    성소수자 인권 캠페인 자료사진(사진=무지개행동)

    4일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은 논평을 통해 “이 사건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성소수자 부모를 둔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의 고통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판을 치고 차별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를 향한 비난과 낙인이 가족에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라며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존재 때문에 가족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가족이 든든한 지지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적대적인 반대자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인 아버지를 둔 자녀로서 그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성소수자들 본인도 스스로를 긍정하고 지지 받기 어려운 사회에서 하물며 성소수자의 자녀에 대한 배려나 이해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런 현실이 낳은 안타까운 개인사를 이유로 성소수자 개인의 권리와 삶을 부정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들 B씨가 부모가 모두 여성으로 표기돼 사회적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한 것에 대해서도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더불어 가족관계나 배경을 통해 개인을 판단하는 우리 사회 관행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그런데 법원은 이러한 사회적 편견과 그릇된 관행이 문제임에도 오히려 이를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함으로써 사회적 문제의 책임을 성소수자 개인에게 지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무지개행동은 “이번 결정으로 인해 성전환 수술까지 마친 A씨는 계속해서 외모와 불일치하는 신분으로 생활해야 한다. 결국 모두가 편견과 차별의 피해자로 남은 꼴”이라며 “법원은 성전환자 성별정정 요건을 성적 자기결정권의 원칙에 따라 현실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일본은 지난 2012년 성전환 여성에 ‘법적 모친’을 최초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성동일성장애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변경한 여성이 이후 남성과 결혼한 후 입양을 추진, 2012년 입양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즉 트랜스젠더 여성이 법적 모친이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도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은 여성에서 성별로 변경한 남성과 부인이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출산한 자녀와 적출관계(혼인 중 출생 관계)를 인정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