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삼성을 바꾸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외침, 이재용 부회장은 들어야
    2014년 04월 04일 09: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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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첫 임단협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에서 만든 대규모 노동조합의 첫 단협안 교섭인만큼 녹록치 않은 과정임이 사실이다. 지회 설립 이후 삼성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노동조합을 탄압해왔다. 표적 감사, 협박, 회유 등 지난해 폭로된 ‘S그룹 노사대책 문건’에 나온 노조 탄압 매뉴얼 그대로였다.

삼성은 처음에는 문건의 실체를 인정했다가 불과 일주일 후에는 자신들은 모르는 문건이라고 발뺌했다. 법적으로 유불리를 판단했겠지만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능욕적인 농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가슴을 찢는 일이 일어났다. 천안 두정센터에서 중수리 기사로 일해온 서른세살의 수리기사 최종범 열사는 그 극렬한 탄압 속에서 전태일 열사를 언급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잃었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민주노조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10월 31일,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 박상범 씨가 노동자 탄압, 위장도급 등의 문제로 국정감사에 출두한 마지막 날이었다.

간접고용 AS 기사들은 대부분 삼성전자서비스의 지시를 받고 있다. 임금지급 방식부터 AS 평가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동자 모두를 통제한다. 누가 봐도 삼성전자서비스가 사용자다. 그러나 물론 삼성은 지금까지 AS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끝까지 가 보자는 심산이다. 언제나 법 위에 군림했던 삼성다운 태도다.

이런 표면적인 무책임함과 내부적인 극렬 탄압 속에서도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지금껏 노동조합을 굳건히 지키며 도리어 조직력을 상승시키고 있다. 꽤 오래 지속된 투쟁과 여러 차례의 상경투쟁, 3개 센터에 대한 위장폐업이 있었음에도 되려 조합원이 늘어나는 것은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는 미조직 센터의 집단가입이 늘어나는 것이 한 몫 하고 있다. 해운대와 이천, 아산의 위장폐업 이후에도 마산, 창원, 구포, 서수원, 성북, 용인 등 규모가 작지 않은 6개 센터가 새로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이곳들은 모두 적게는 70여 명에서 많게는 120여 명이 일하는 사업장들이다.

삼성과 교섭권을 위임 받은 경총은 이제 새로운 시대를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낡은 방식의 탄압으로 노동조합을 짓밟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분리시키는 것, 그럼으로써 무노조 방침을 이어가는 시대는 이제 저물어 간다. 삼성이 정녕 ‘변화’에 능숙하고 새롭게 거듭나고자 한다면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하청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사진=삼성전자서비스노동조합)

(사진=삼성전자서비스노동조합)

그러나 이런 순방향으로의 사태 해결을 저해하는 강력한 기제가 하나 있다. 바로 선대의 ‘유고’다. 삼성가의 가훈처럼 내려져 오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노동조합은 절대 안된다.”는 고 이병철 회장과 그것을 성실하게 이어오려 했던 이건희 회장의 관성에서 노동조합을 받아들이는 것은 꽤나 큰 장벽일 것이다.

여기서 민주노조 운동과 개별 노동자 하나하나의 역할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지금껏 모든 걱정들을 무너뜨리고 투쟁을 이끌어온 것을 봤을 때 앞으로도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용기 백배 영리하게 싸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반대편의 키를 쥐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조만간 경영권을 물려받게 될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고객담당최고임원(CCO·Chief Customer Officer)이었다.

고객담당최고임원은 고객에 관한 모든 사항을 총괄하는 자리다. 그는 콜센터·영업·제품의 사용자 편의성, 애프터서비스 관리 등 다양한 형태의 고객만족도(CS)를 책임져왔다. 즉 1만 여명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동자들의 삶을 괴롭혀온 삼성전자 애프터서비스의 최고 책임자였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자신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 삼성전자서비스에 애프터서비스 전체를 위탁했고, 삼성전자서비스는 90% 이상의 업무를 100여개 도급업체에 이를 재위탁하지 않았는가.

바로 어제 경남의 한 삼성전자서비스 센터에는 자신을 조직 폭력배라 말하는 한 남자가 나타나 새로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을 시작하고 있으며, 당시 업무 중이었던 조합원에게 위협을 가했다고 한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2014년을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국방부가 아니라 삼성의 시계는 거꾸로 가는가? 우리는 삼성 자본이 가하는 이 지독한 반노동의 시대를 끝장내려 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다시 즐겁게, ‘희망’을 상상하며, 가난 속에서도 여유롭게 싸워나가자는 것이 조합원들의 분위기다.

이 과정 속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용인 에버랜드에 들어가 놀며 “재용씨, 노조 몰라요?”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또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운영하다가 온갖 비자금의 블랙홀로 지목된 바 있었던 미술관 플라토에 들어가 “고장난 삼성을 AS하자”라는 조끼를 입고 로뎅의 작품을 관람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즐기고 역동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이런 투쟁들은 저 낡고 지저분한 탄압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수년 내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보이는 이재용 부회장은 앞으로도 계속 전근대적인 통제와 탄압으로 무노조 정책을 고수할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삼성이 한국에서 가장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영역이 노사관계다. ‘S그룹 노사관계 전략’에서도 드러나듯이 삼성은 지금까지도 무노조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해고하며, 현장에서 갖가지 방식으로 탄압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해외 삼성공장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해외에서도 비슷한 부당노동행위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비리·비자금 비리 등 이건희 회장은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 온갖 불법을 저질렀다. 이재용 씨는 자신의 경영능력을 증명하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IT 벤쳐사업에서 실패했고, 지금까지도 공개적으로 별다른 경영 실적을 만든 것이 없다.

국가적 지원 속에서 성장했고, 한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의 차기 경영권 승계가 아무런 검증 없이 장자 상속 원칙으로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한국 사회 전체가 불안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4월 1일 만우절 오후. 레디앙에 해프닝 아닌 해프닝 기사가 올라왔다. <news3>이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언론의 이름을 걸고 올라온 ‘거짓말 기사’(“무노조 경영 폐해 커. 심적 고충 겪은 근로자들께 죄송” 삼성 이재용 부회장, 전격 기자회견 관련 글 링크)가 그것이었다. 그 기사가 너무 ‘진지’하고 기교가 부족해 오히려 일부 독자들을 기분 나쁘게 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일리있는 비판이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유쾌하게 받아 넘긴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만우절 거짓말’이지만, 우리의 투쟁이 곧 이 ‘거짓말’을 ‘현실’로 만들어내자는 것이었다.

노동자의 자살, 몽매한 자본가의 납득하기 어려운 탄압, 고입 시험의 부활, 세계 곳곳의 테러와 사건사고들. 매일 올라오는 뉴스들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세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그 ‘거짓말’들에 익숙해지고 있다. 마치 삼성이 헌법마저 부정하는 ‘무노조 경영’을 ‘신화’처럼 떠벌리는 ‘비정상성’을 있음직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듯 말이다.

성경에 대해 잘 모르지만 ‘복음’이란 말을 종종 떠올릴 때가 있다. 오늘 삼성전자서비스 AS노동자들은 우리 사회 곳곳의 노동자들, 아직 노동조합도, 저항과 단결의 권리도 느껴보지 못한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투쟁을 하고 싶다. ‘기쁜 소식’, 즉 세상의 불합리하고 잘못된 일들이 고쳐지고 변혁되어가는 소식을 전하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일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절망과 거짓말로 가득한 세상에서 개인의 발호가 아닌 집단적인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 이 강요된 침묵의 세계에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들을 일으키는 것이 오늘날의 ‘복음’이 아닐까? 노동자운동, 민주노조운동이 그것을 자임해야 한다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도 응당 그렇게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삼바!(삼성을 바꾸자)

필자소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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