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 저농약 그리고 GAP 인증
    [농업과 농촌] 친환경 농업 강화 방향 진지하게 논의해야
        2014년 04월 02일 02: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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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명칭이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친환경이 들어가면 안전한 농산물이라는 이미지가 소비자들 사이에 형성됐다. 하지만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시장에서 그만큼의 가격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는다. 대신 학교급식 납품 등에 있어 친환경 인증은 필수가 됐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농약은 과학이다’ 등 뻘짓을 했지만 학교 납품에 있어 농수축산물 모두 안전성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고 농산물에서는 친환경 인증이 그 기준을 대신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하나의 기득권이 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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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화된 친환경 농산물이 제도가 바뀐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저농약’ 인증이 2015년까지만 유지된다. 저농약 인증이 없어지면 기존의 학교급식 납품 등에 대해 불이익을 보는 농가들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갭(GAP) 제도이다. 정부는 친환경저농약 인증을 폐지하고 유기농과 무농약만을 친환경 농산물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제 저농약 농가들의 선택은 당연히 갭이 될 수밖에 없다.

    3.

    친환경 인증에서 저농약 인증을 폐지하는 것은 바른 방향이다. 2000년 친환경 농산물 표시 인증제도 도입을 놓고 두가지 쟁점이 생겼다. 하나는 ‘친환경’이라는 명칭이었고 또 하나는 ‘저농약’ 농산물 인증의 도입이었다. 당시 환경농업을 하던 농민단체 입장은 친환경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 되기 때문에 환경농업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저농약 인증 역시 농약 사용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에 반대했다. 하지만 정부는 더 많은 농가들이 무농약, 유기농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저농약이라는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고, 저농약 인증을 받은 농가들이 점차 무농약, 유기농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여 이를 관철시켰다.

    4.

    무농약과 유기농으로의 전환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저농약 인증을 받은 농가들 대다수가 단계적 전환을 하지 않고 저농약 인증에 머물렀다. 특히 과수분야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저농약보다 더 힘들게 무농약이나 유기농으로 한다고 한들, 소요되는 비용이 포함된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라는 판단이 단계적 전환을 하지 않게 된 요인 중의 하나였다. 정부 역시 단계적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서 막연히 단계적 전환을 할 것이라고 손을 놓은 것도 농가들의 호응을 받지 못한 원인이기도 했다.

    5.

    지금 갭과 친환경 농산물을 두고 상당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적대적 대립관계로 이 두 제도를 상정하게 되면 해결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일단 저농약 인증이 없어지는 것이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갭(GAP) 제도를 개선해 저농약 농가를 흡수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급식에서도 강화된 갭(GAP) 기준을 적용시켜야 한다.

    6.

    결론적으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그리고 저농약 인증이 2016년부터는 폐지되는 이 시점이 한국의 친환경 농업에 대한 전반적인 성찰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다 되어가지만 친환경 농산물이 전체 농산물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아직 약 9%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농업(무농약, 유기농)을 확대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지금까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하고 정책적 방향을 세우는 것이 지금 제일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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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갭(GAP)이나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 등이 자꾸 생기는 것은 농가들에게는 번거로운 일이겠지만 소비자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일이다. 꾸러미와 같은 CSA(공동체지원농업)에서는 농가와 소비자의 연결로 인해 정부의 인증제도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대량 유통체제에서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8.

    덧붙여 말하면 GAP 인증을 받을 때 농민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점이 바로 농산물 선별장이다. 선별장에 까다로운 위생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개별 농가 또는 영농조합법인 단위에서 가지고 있는 선별장은 GAP 인증을 받기가 어렵다. 따라서 규모화된 선별장인 농협의 APC에서 선별하고 출하하는 조건으로 GAP 인증을 받는다.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하다. 공동선별 공동출하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출하의 규모화를 이루고 대형마트와 교섭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부분에 있어서도 개별 지역농협은 불가능하고 연합 마케팅을 해야 한다. 나는 농가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동선별 공동출하가 기본으로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GAP 인증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소개
    농업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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