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무공천의 딜레마
무공천 강행이냐 국민 약속 깨느냐
    2014년 03월 31일 11: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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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기초선거 무공천을 핵심으로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이 통합신당을 창당했지만, 정작 당 내에서는 무공천 원칙을 폐기해야 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민 약속’ 지키려다 새누리당 ‘싹쓸이’가 눈 앞에 보이고, 입장을 번복하자니 통합신당의 창당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초선거 무공천은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강조해왔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이제와 무공천을 철회한다면 우스워지는 건 당연지사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내 혼란과 비판을 덮어두고 일단 국민에게 ‘약속을 지키는 정당’의 이미지를 고수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31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촉구 기초단체장 간담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손해를 감수하고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것을 택했다”며 “새정치를 바라는 국민들과 함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감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 46.5%, 민주당 기초의원-대의원 60.7% …”정당공천 해야”

앞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3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 이행을 위한 회담을 제안하며, 정당공천 폐지 입법화를 위한 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문제는 이 서명운동을 위한 홍보물에서 인용된 <MBC>의 여론조사 결과에서조차 정당공천 찬성 의견이 46.5%, 무공천 찬성이 35.4%로, 국민들이 정당공천을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8일 <리서치뷰>가 김창호 경기지사 예비후보의 의뢰로 민주당 소속 기초의원과 대의원 3천311명을 대상으로 한 무공천 관련 긴급 여론조사에서도 기초의원-대의원의 60.7%가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을 강행하므로 (새정치민주연합도) 정당공천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국민들이나 당 내 여론이나 모두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만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 41.0%에서 28%로 추락

그렇다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공천 원칙을 고수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높은 것도 아니다.

통합신당 창당이 발표됐을 때인 지난 3일 <팩트TV>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43.3%, 통합신당의 지지율은 41.0%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한국갤럽>의 주간정례조사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율은 42%로 크게 변동이 없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28%로 급락했다. 28일 주간정례조사에서도 새누리당은 1%p 상승한 43%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26일 창당 대회 효과에도 불구하고 전주와 동일한 28%에 머물렀다.

통합신당 창당 전인 지난 1월 29일 <리서치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16.9%, 안철수신당은 20.2%였던 것과 비교해 통합 효과가 미미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싹쓸이’를 우려하는 지지자들의 우려와, 당 지도부가 무공천 원칙을 고수하는데에 일종의 불신이 종합한 결과로 분석된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측은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을 약속대로 이행한다면 해소될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에 입장에서 정당지지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데다가 국민과 민주당 내에서조차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당공천폐지 원칙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무공천 공약을 이행할 이유가 없다는게 문제다.

기초 무공천 서명운동(왼쪽)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기초 무공천 서명운동(왼쪽)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약속 깨고 실리 챙긴 새누리, 명분만 챙긴 민주당…”정당의 목적은 정권 장악”

새누리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지난해 당내 수렴 과정을 거치는 ‘액션’을 취하긴 했지만 당 내 반발이 거세지자 일찌감치 접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무공천을 당론으로 정하면 당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고, 거기다 안철수신당측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이행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이를 매개로 통합신당까지 창당했다.

일관되게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반대해왔던 정청래 의원은 지난 2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당의 목적은 정권장악에 있다. 모든 정치행위는 2017년 정권장악에 맞춰져야 한다. 한쪽은 약속을 깨서 대승하고 한쪽은 명분으로만 약속을 지키며 대패하면 정권교체는 물 건너간다. 누구를 위한 약속이고 무엇을 위한 약속이냐”고 질타한 바 있다.

그는 결과적으로 “민주당 때 당론투표로 기초공천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지만, 이제 새정치연합으로 바뀌었으니 새롭게 전당원 당론투표로 최종결정하자”며 무공천 원칙 재검토를 요구했다.

진보정당 입장에서 한심스러운 일, 무공천에 사활 걸 때 아니야

새누리당의 무공천 공약 파기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진퇴양난을 바라보는 진보정당들은 ‘한심하다’는 입장이다.

기초선거 무공천이 정치개혁안으로 진일보됐다거나 혁신적이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잘못된 개혁안인데도, 이를 이행하냐 안하냐에만 사활을 거는 것은 민생정치를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31일 정의당의 천호선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의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분명히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백 번 천 번 사과하고 심판 받아 마땅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청와대는 제1야당 대표의 이런 제안을 거부하거나 아예 무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서도 “현명하고 책임있는 정당이라면 호흡을 가다듬고 현실을 냉정히 바라봐야 한다. 지금 이 시기에 야당이 열 일을 제쳐놓고 기초선거 공천 문제에 매달릴 것은 아니”라면서 “이 시기에 여야가 이를 가지고 사활을 건 공박을 벌이는 것도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새정치연합에 “기초공천 논란을 중단하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며 “지금은 점점 팍팍해지는 민생을 살피고 지방선거 정책경쟁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동당의 윤현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당공천 폐지를 위한 입법화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한 것에 대해 “새정치연합 일각에서 애초 무공천 약속이 새누리당과 쌍방 합의였던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대변인은 “남이 하면 따라하는 것이 정당의 공약일 수는 없다. 게다가 법은 원리원칙을 배제한 채 당리당략으로 뜯어 고쳐서는 안 된다. 당장 기초선거를 준비하던 수천 명의 당원이 탈당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내부단속을 위한 고육지책임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분식집에서 단무지를 제공하지 말라는 것을 법으로 정하려는 발상을 ‘새정치’라고 우기는 건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독재정권이 장발족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거나 야간통행금지를 강요했던 것”과 비교하며 “그러한 행위를 지칭하는 전문용어는 ‘새정치’가 아니라 ‘무지에 의한 폭력’임을 각성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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