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26일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통합하여 창당한 가운데 노동당이 이를 진보정당의 “위기이자 기회”라며 “진보 제3세력화를 위한 진보정당들의 생산적 경쟁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6일 오후 2시 노동당의 제안으로 개최된 ‘2014년 지방선거, 진보정치의 선거연대를 묻다’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장석준 부대표는 “보수야당이 반박근혜 여론의 정치적 구심 역할을 하지 못한데다가 제3세력화를 표방했던 안철수 세력이 민주당과 통합하여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단일보수야당을 건설한 것은 진보정당들에게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석준 “진보정당, 새정치민주연합과 개별 교섭-연대 피해야”

장 부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왼쪽에 위치한 진보정당이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통합진보당 등 4개 정당으로 분립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이런 질서가 출현하기까지의 과정을 ‘우발적’ 사고나 ‘잘못된’ 선택의 누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과거 진보정당의 질서와 상황이 제대로 포용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들로 인해 현 질서가 출현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 측면을 냉정히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보정당의 분립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로 통합을 이야기하지만 그건 한쪽의 견해일 뿐”이라며 거리를 두었다. 또한 “과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같은 진보진영 안에서 일종의 땅 따먹기 식으로 한 쪽은 살고 한 쪽은 죽는 식의 경쟁을 해왔는데 이것이 대안이 될 수 없다”며 과거를 지양한 ‘선의의 경쟁’을 제안했다

‘선의의 경쟁’ 의미에 대해 장 부대표는 “각자 자신의 관점에서 진보정당 운동 제2기의 내용적 중심을 마련하는 일”이라며 또한 “경쟁이 건강한 방향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통과 연대가 필요하다”며 ‘정치적 연합전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러한 선의의 경쟁을 통한 정치적 연합전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양당 구도가 완전히 뿌리내리기 전에 진보정당 운동이 제3의 대안임을 부각해야 한다. 진보 제3세력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이것은 새정치연합 왼쪽의 모든 정치세력들의 공통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 부대표는 나머지 진보정당들과 민주노총에 “진보정당들의 분립으로 인해 새정치연합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과거와 같이 그저 반새누리당 연합에서 야당의 한 분파 정도로 진보정당들이 인식될 수는 없다”며 “현재 진보정당들은 새정치연합과의 개별적 교섭과 연대를 피하고 진보정당들 사이의 협력과 연대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는 6.4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도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진보정당의 공동 활동은 후보조정 및 단일화 중심의 선거연합이 중심이 되면서 정책연대는 요식행위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지방선거는 ‘정책연대’에서부터 진보정당들의 소통과 협력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장 부대표는 구체적인 정책연대의 3대 과제로 △지역사회의 공공성 및 지속가능성 확대 △사회양극화 해소 및 복지확대 △지방자치 혁신으로 제시했다.

다만 정책연합의 틀에 대해서는 “진보혁신회의가 준비모임 단계에 있는 현 상황에서는 지방선거의 정책연대는 일단 정당들의 공동행동으로 출발하는 게 현실적일 것”이라며 선관위에 등록된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중심으로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사진=장여진

권태홍 “진보의 제3세력화, 대중정당으로서의 확장성 고민이 선행돼야”

노동당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권태홍 정의당 사무총장은 “노동당의 정세에 대한 문제의식과 정의당의 문제의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현재는 안철수 현상에서 안철수가 도태된 상황으로, 안철수 현상(제3세력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누가 담아야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진보정치가 그걸 담으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진보의 재정립이 필요한 것”이라며 “각 진보정당 스스로 실력과 비전, 지향점을 분명하게 정립해가는 것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정의당은 이제 막 출발한 신생정당으로 진보적 대중정당의 길을 가겠다는 것을 내세운 바 있다”며 “국민적인 여러 소통 과정과 실천 행위를 축적해야 한다. 굉장히 힘들겠지만 이런 과정 없이는 진보정치를 정립하는 과정 자체에서 토대가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과거의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의 제3세력화에 대해서는 “진보정당들이 이 문제를 고민한다면 각 당의 내부 상황을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며 우리당이 과연 민주적인 질서를 갖고 있는지, 국민들이 참여할 유인책이 있는지와 성장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지, 전업 정치인의 자기 발전이 주어지는지에 대한 고민을 소극적으로 한다면 진보정당의 확장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진보혁신회의 토론에서 제안된 정파연합당은 패권적이지 않는 정파의 선의의 경쟁이 가능하다는 신뢰가 축적될 때 가능하다”며 “이런 것에 대해 당원, 조합원, 개별 국민 수준에서 이해가 없다. 앞으로 이런 부분들에 대한 응답과 비전이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연대에 대해서는 “앞서 노동당 사무총장과 출마자들을 공유했고, 몇 군데 빼고는 후보단일화 없이 충분히 서로 도울 수 있는 구조다”라며, 정책연대에 대해서는 “선거는 결국 후보들이 직접 하는 만큼 후보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일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를 섬세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원 “정책연대 넘어서는 투쟁연대로 선거활동 진행해야”

이근원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정책연대에서 더 나아가 함께 투쟁연대도 했으면 좋겠다“며 “민주노총에는 4대의 진보정당과 2개의 노동정치세력이 있는데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의 공약과 민주노총의 투쟁이 결합되는 선거운동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특히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정치방침을 세우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의 현 상황에 대해 “누누이 말해왔지만 민주노총은 단기간에 정치방침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지금 만들어봤자 소용이 없다. 오히려 올해는 내내 토론하다 내년 중 정치방침을 갖고 2017년 대선 정도에서 공동대응을 모색하는 방향을 그리고 있다”며 “그래서 지금의 선거연대도 당장 선거만이 아니라 이후 만들어져야 될 진보정당의 뿌리와 토양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선의의 경쟁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것이 가능할 것인지 물음표가 생긴다”며 “지금 토론회에 노동당과 정의당만 있는데 다른 정당 들어오면 결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그건 어떻게 형성해나갈 것인지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홍원표 노동당 정책위원은 이날 토론회에 녹색당과, 통합진보당이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 “녹색당측은 참여 여부를 알려주지 않았고, 통합진보당은 당초 제안하지 않았다”며 “토론회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냉정히 판단해 통합진보당에는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장석준 부대표 역시 “어느 정당까지 포함할 것이냐를 논의하다 첫걸음도 떼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처음부터 안 될 걸 예상하고 하느니, 솔직하게 2인3각을 할 수 있는 출발점을 만들어놨다가 시작된 레이스에 다른 정당들도 붙여나가는 형식으로, 일이 되게 하는 방향으로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노동당이 정의당에 제안한 ‘새정치연합과의 개별 교섭과 연대를 피할 것’이라는 요청사항에 대해 권태홍 사무총장은 “노동당도 마찬가지이지만 지역별로 상황은 다 다르다”며 “큰 기조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을 수 있지만 후보단일화나 조정 문제는 일관된 기준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