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버스와 버스공영제, 그 선후
기존 민영화와 준공영제 사례에서 답 찾아야
    2014년 03월 24일 10: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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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경기지사 예비후보의 ‘무상버스’ 공약이 포퓰리즘적인 공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당초 대중교통정책의 일환으로 버스공영제를 내세운 민주당 원혜영 예비후보나 지난해부터 무상교통 의제를 준비해왔던 노동당이나 답답한 심정일 것이다.

‘무상버스’ 폭탄으로 말미암아 그동안 차근차근 준비해왔던 버스공영제라는 중요한 의제가 ‘공짜버스’ 문제로 논점이 전환되면서 상황이 다소 꼬였기 때문이다.

버스운영체계는 크게 민영제, 준공영제, 공영제로 나뉘어진다. 여기서 ‘무상버스’는 운영체계와 상관없는 제도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복지’ 정책의 일환이긴 하지만 이 정책이 다른 복지정책과 우선시 되어야 하거나 버스운영체계를 개선하는 것보다 시급해 보이지는 않는다.

민영제와 공영제 중 어떤 것이 더 낫냐는 질문에 제 아무리 보수 성향의 사람일지라도 공영제가 낫다고 판단할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민영제였던 2003년때보다 준공영제를 시행한 현재가 훨씬 더 낫다.

준공영제를 시행한 지 이제 10여년. 긍정적인 효과와 그 한계와 문제점이 명확한 드러난 시점이다. 이 때문에 준공영제에서 더 나아가 완전공영제의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무상버스’를 도입하려면 바로 이러한 버스운영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버스 민영제와 준공영제, 그리고 공영제

버스운영체계는 크게 민영제, 준공영제, 공영제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민간 사업자에 의해 독립채산으로 운영하는 순수민영제 방식이었다. 그러다보니 민간사업자들은 적자 노선은 폐지하거나 배차 간격을 무분별하게 늘리면서 이용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공영제는 정부나 공사가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버스노선과 차량, 수입 등을 공공기관에서 공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버스요금 인상 억제와 전체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권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2004년 서울을 시작으로 6개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준공영제는 ‘수입금 관리형’으로 서울시가 수입금을 관리하고 노선별 운송실적가 원가를 정산해 적자노선에 대해서도 원가만큼 배분하고 있다

즉 미리 산정해둔 ‘표준운송원가’를 기준으로 실제 수입금이 그보다 적다면 적자를 보전해주는 형식으로, 버스회사는 절대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이다. ‘영생기업’이라는 원혜영 민주당 의원의 지적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적자보전 방식은 서울에 뒤이어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한, 부산, 대구, 광주 등 6개 지역 모두 유사하다.

한 경기도버스의 차고지 모습

한 경기도버스의 차고지 모습

버스준공영제가 민영제보다 나은 이유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하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순수민영제보다는 훨씬 나은 체계임은 분명하다. 교통분담율 등의 통계수치를 보면 분명해진다.

서울의 경우 시행 전인 2003년과 비교해 2011년 이용객이 15.2%p 증가했고, 대전시는 24.5%p나 증가했다. 반면 준공영제를 시행하지 않은 경기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수송인원이 오히려 7.9%p 감소했다. (경기도는 수도권 통합환승할인 효과 수혜지역이기 때문에 제외한다)

버스 한 대당 수송비율도 시행 전과 비교했을 때 6개 지역 평균 20.3%p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시행 지역은 8.3%p 감소했다.

1인당 연간 버스 이용횟수도 시행지역은 시행 전과 비교해 14.2%p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를 제외한 미시행 지역은 9.8%p가 줄어들었다.

버스준공영제, 비현실적 지급 기준으로 버스회사 이윤 과다 보장

하지만 버스준공영제도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다. 버스회사에 지원하는 보조금이 너무 과다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의 지원 방식은 버스회사는 절대로 망하지 않을 구조이기 떄문에 세금으로 ‘영생 기업’을 키워주는 꼴이다.

노동당 서울시당 정책보고서 <버스준공영제, ‘구조화된 비리’를 부른다>에 따르면 2012년 서울시 버스노선 중 81%가 적자로 운영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버스회사들은 서울시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가족을 직원으로 올려 매년 적자보전금액을 받는 등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

서울시가 버스업체들에게 매년 지급하는 지원금 규모는 2천~3천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매년 예산이 모자라 지원금을 부채로 남겨두고 있어, 실제 지원금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즉 서울시가 빚을 지고 있는 동안 버스회사는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재정지원 형태가 ‘수익 연동형’이 아니라 ‘원가 연동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버스회사들의 운송수익금이 늘어나도 재정지원금은 그와 상관없이 무조건 버스차량을 운행한 만큼 보조금을 주게 돼 있다.

이 때문에 2011년 서울 버스업체의 운송수익금은 1조122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00억원이 증가했지만, 서울시의 재정지원금도 전년도에 비해 300억원 가량이 늘어나는 기이한 구조를 갖게 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버스회사들의 주주 배당성향은 일반적인 공기업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서울시가 19개 버스업체를 실사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업체 과반 이상이 공기업 평균 배당성향 15%보다 높았고, 5개 업체는 60%이상을 배당했다.

특히 버스업체들은 임원 인건비를 올리기 위해 보험료, 관리직 인건비, 관리비 등의 예산을 전용하고 있고, 2011년 기준 버스업체 대표이사들의 평균 연봉은 2억원이다. 1억원 이상을 받는 대표이사는 전체 66개 회사 111명 중 47개 회사 62명에 달한다.

말만 준공영제, 민간버스업자들에게 생선 맡길 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또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준공영제를 시행할 때부터 첫 단추를 잘 못 끼웠기 때문이다. 처음 준공영제 협약을 체결할 때부터 이미 버스업체에게 매우 유리한 구조였다.

지자체가 버스업체에 지급하는 보조금의 산출근거인 표준운송원가 산정 기준을 정할 때에는 서울시와 버스업체, 전문가들이 모인 ‘수익금공동관리협의회’에서 확정한다. 그런데 이 기구가 서울시가 아닌 서울시버스운송사업자 조합 내 설치되어있다. 공적 기구인데 공적 통제를 벗어나는 것이다. 이는 다른 지역도 대부분 마찬가지이다.

표준운송원가 산정표와 보조금 규모를 심의하는 ‘서울시 버스정책시민위원회’ 역시 버스업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개연성이 높은 위원들이 다수 차지하고 있다. 회의 내용도 심의 의결을 위한 정례적 수준이라는 것이 노동당의 설명이다.

이같은 문제들 때문에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낸 <서울시 버스준공영제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도 표준운송원가 산정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준운송원가 항목별로 고정비와 변동비 특성을 구분해 업체규모별 비용변화를 반영, 전체 운송원가를 절감하자는 것이다. 특히 일부 원가 항목을 표준한도 내 실비 정산방식으로 변경해 실제 발생원가를 추적 및 관리해 업체들의 운송원가 절감 노력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이윤지급 기준을 현행 자산 기준에서 자기자본 기준(버스회사들의 부채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으로 변경하고 이윤율을 현행 9.27%에서 7% 수준으로 조정해 이윤금액을 감소시키자고 했다.

이렇게만 해도 연간 500억원 정도의 절감 효과를 가진다. 여기에 버스업체들의 부당이득 문제를 사후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을 가진다면 절감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민간버스업체에 간헐적으로 보조금 주는 경기도의 사례

경기도의 경우 버스준공영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지 않지만 파주, 남양주시 등처럼 공익적 목적을 위한 적자노선을 운행할 경우 손실 보전금을 지원하는 곳이 있다.

원혜영 의원이 17일 발표한 버스공영제 공약 기자회견 내용에 따르면 경기도와 시군에서 이런 방식으로 버스회사들에게 지원하는 금액은 연간 4천억원이다.

그러나 경기도 버스회사들의 자산대비 부채비율은 무려 500%가 넘고, 절반의 버스회사들은 자본잠식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일 파주시의 한 버스회사는 파주시로부터 매년 100억원의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기존에 운행하던 10개 노선의 운행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2011년 남양주시의 한 버스회사는 6대의 버스운행을 조건으로 연간 3억원의 손실보전금을 받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3대만 운행하다 들통이 나기도 했다.

버스정책 첫 발 내딛는 경기도, 완전공영제 방안으로 가야

서울시는 가장 오랫동안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완전공영제가 아니라 현재의 준공영제를 조금 손 보는 형식을 갖추고 있을 뿐이다.

특히 이 방법은 버스회사의 이윤을 삭감하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버스업체들의 반발도 예상되는 가운데, 차기 서울시장에 따라 이정도의 개선도 하지 못한 채 오히려 후퇴될 가능성도 높다.

박원순 시장 재임기간의 제도 개선안 자체도 완전공영제를 지향하기 보다는 버스회사의 대형화를 유도하고, 버스 감차를 유도하는 등 승용차 비율을 낮추기 위한 궁극적인 대중교통정책과 거리가 멀다.

박 시장이 추진하는 경전철 사업이 바로 버스 감차 효과와 맞물려 있다. 승용차 이용률은 그대로 두고 버스이용률을 경전철 이용률로 맞바꾸자는 맥락이다. 그러나 버스는 이미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도로 위에서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지만, 경전철은 수백, 수천억원이 드는 토건산업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버스정책보다 다른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훨씬 더 많다.

반면 경기도는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한다. 서울시보다 면적이 훨씬 더 넓고 도시와 농촌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서울과 인천을 경유해야 하는 등 다른 그 어떤 지역보다 복잡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그림을 그려 넣을 수 있는 도화지이다.

경기도의 대중교통정책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핵심은 서울로 출퇴근시의 최악의 교통난이다. 경기도민들이 원하는 대중교통정책의 핵심도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버스운영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무상버스를 도입하는 것은 버스회사의 이윤만 철저히 보장해주는 모양새가 된다. 출퇴근 교통난이나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서서 가야 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해소하는 데에도 전혀 관련이 없다.

그러나 김 후보는 24일 MBC라디오에서 무상버스 공약의 이유로 “버스를 무상화하는 것은 도민들의 버스이용률을 높여 승용차 인구를 흡수함으로써 혼잡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버스준공영제 모델을 수용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당장은 개선 효과를 갖게 되겠지만 서울보다 더 상황이 나쁜 버스업체들의 도덕적 해이에만 불을 지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원 의원이 “버스준공영제는 버스공영제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기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이 바로 서울시의 사례 때문이다. 공적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다는 것이다.

노동당은 21일 버스공영제의 방안으로 “현행 독점화된 버스운영구조에 공세적으로 공영노선을 확대하고 마을버스와 공동체버스부터 완전무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원 의원도 당장 완전공영제를 시행하는 것은 수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솔직히 밝히면서 그보다 현실 가능성 있는 ‘공영 노선’을 만들자고 제시한 바 있다.

공영 노선이란 출퇴근 전용버스, 심야버스, 좌석예약제버스, 대학생 등교버스 등 ‘다품종’ 버스를 지자체에서 만들어 다른 민간노선과 경쟁하자는 것이다.

노동당안이나 원 의원 안은 완전공영제로 가는 첫걸음이다. 민간노선은 이용객들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적 노선과 경쟁하다보면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지자체의 손실 보전금에만 의존하던 버스회사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지자체가 해당 노선이나 회사를 인수한다면 점차 공영노선이 확대될 수 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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