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곤 '무상버스 로드맵' 발표
    스스로 '무상' 함정에 빠지나?
        2014년 03월 20일 05: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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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곤 경기도지사 후보가 20일 출마공약으로 내걸었던 ‘무상버스’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중교통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무상’이라는 말의 함정에 스스로 빠져버려 오히려 일을 더 어렵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날 김 후보는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무상버스 공약에 우려를 갖는 시각에 대해 “해내는 사람은 길을 찾고, 못하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고 반박하며 야심차게 무상버스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가 발표한 안은 대상자별로 버스 이용요금을 ‘면제’ 내지는 ‘지원’하는 형태로, 도입 첫 해인 2015년에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무상으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단계적으로 2016년에는 고등학생 대상으로 확대하고, 2017년에는 비혼잡 시간에 버스 이용요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그가 추산한 예산은 도입 첫 해 956억원, 2016년에는 1천725억, 2017년은 2천686억원이다.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김 후보는 “세금은 더 내지 않아도 된다”고 단언하며 “경기도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살피고 법정 필수경비를 제외한 예산을 조정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신설노선이나 업체가 운영을 포기한 노선, 적자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누적된 노선을 우선적으로 공영제로 전화하겠다는 공영제로의 전환 방안도 냈다.

    김상곤 전 교육감의 경기도지사 출마 회견

    김상곤 전 교육감의 경기도지사 출마 회견

    ‘버스완전공영제’와 ‘무상버스’의 차이

    그러나 김 후보의 이같은 안은 현실성도 없을 뿐 아니라 스스로 ‘무상’이라는 단어의 함정에 빠져 오히려 기득권의 반발만 살 뿐이라는 지적이다.

    오랫동안 ‘무상교통’ 의제를 준비해왔던 노동당 입장에서는 복지 수혜의 대상자에게 직접적으로 금전을 지원하는 방식의 ‘무상’버스 정책은 오히려 일관되고 효과적인 대중교통 정책을 펼치는데 큰 장애요인이 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김 후보의 이같은 안에 대해 “원혜영 후보가 완전공영제를 제시했다면 후발주자인 김상곤 후보는 완전공영제+무상교통을 이야기한 것이라 다행이라 생각했었다”며 “하지만 오늘 발표된 내용은 무상교통이라는 의제를 왜곡한 것이다. 이 책임은 김상곤 후보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완전공영제와 무상버스, 무상교통은 서로 다른 의미들이다. 정책 입안에 있어 버스공영제를 도입한 뒤 무상버스로 전환하고 이후 전면적 무상대중교통으로 확대되는 방향이어야 한다. 버스가 경기도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대중교통이 버스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대중교통 정책은 자가용 이용율을 낮추고 대중교통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향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여전히 버스와 지하철, 경전철 등을 분리하여 사고하면서 자가용 이용률은 그대로 두고 각각 버스이용율이나 지하철 이용율만 높이려고 한다. 결국 대중교통간의 경쟁이 된다.

    버스완전공영제는 이러한 대중교통 정책의 일환 중 하나이다. 현재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시행하는 버스준공영제는 노선과 요금관리를 시도에서 맡고, 버스사업자들의 이윤을 시도에서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기존의 버스사업자들은 적자가 날 일이 없고, 자치단체는 버스회사의 이윤을 보전하기 위해 세금을 낭비하게 된다.

    이 때문에 기존 사업자들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것보다 차라리 폐지 노선이나 적자노선을 사들여 공영화해 재정낭비를 줄이고 공공성을 담보하자는 것이다. 무상버스는 그 뒤에 일이다.

    그러나 김상곤 후보의 안은 앞뒤가 바뀐 셈이다. 무상버스를 시행하면서 공영화를 한다는 것은 재원이 2~3배 나가는 비효율적 안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버스회사의 적자 보전을 해주면서도 무상요금을 지원해야 하고, 더구나 공영제로 가기 위해 틈만 나면 폐지노선이나 적자노선도 사들여야 한다.

    김상철 사무처장이 김 후보의 안을 두고 “대중교통 정책을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버스사업자들과의 갈등을 피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무상’이나 ‘공짜’ 강조하는 정책, 경제적 효용성 측면으로만 논의 축소될 우려

    복지정책과 관련해 ‘무상’이나 ‘공짜’를 남발하는 태도 역시 복지보다 ‘성장’을 중요시 여기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오히려 ‘경제적 효용성’ 측면만으로 논의를 축소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김상철 처장은 “무상급식이 급식을 먹는 아이들에게 직접 돈을 주는 게 아닌 것처럼, 무상교통도 역시 그 수단이 공익적이고 공익적 관리와 통제가 가능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이용 대상자별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은 너무나도 놀라운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김 처장은 “노동당이 지난해부터 무상교통 의제를 준비하면서, 김상곤 후보 역시 대중교통의 비용 문제보다 기득권 구조와 전체 대중교통 운영체계에 주목해주길 바랬다”며 “그러나 오늘 발표로 인해 이미 언론에서 부각되는 것은 ‘요금 보조’ 문제로 의제가 축소, 왜곡됐다. 진지하게 접근해왔던 노동당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상곤의 ‘무상버스’, 서울과 인천과의 ‘환승 시스템’은?
    2015년 가용 예산의 최소 1/5을 사용해야 가능

    김상곤 후보가 당 내 경선을 거치고 또 본선에서 승리해 ‘무상버스’ 공약을 당장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다.

    이미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지하철, 버스 등의 대중교통이 ‘환승’시스템을 공동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경기도만 특정 계층의 무임승차 정책을 펼친다면 기존의 환승 시스템 전체에 혼란이 오게 된다.

    특히 서울과 인천의 협조 없이는 ‘무상 환승’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경기도 내 버스를 이용하는 도민들에게만 지원되는 반쪽자리 정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게 김 처장의 전망이다.

    김 후보가 추가 세금 없이 가능하다고 밝힌 예산안 역시 현실성이 부족하다.

    김상철 처장은 “경기도의 가용 재원은 서울시와 비슷하게 3~5천억원 수준이다. 결국 2015년 한해에만 가용재원의 1/5를 사용하겠다는 셈인데 이만큼을 사용하는 것 치고는 효과가 너무 미약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무상교통 정책을 제대로 펼친다면 추가로 도로를 만들거나 버스사업자 이윤을 보장해주던 버스 보조금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재원의 구조조정 및 신규 재원 마련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요금 보조 방식으로 간다면 무조건 다른 예산에서 끌어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노동당이 추진해왔던 무상교통 의제는 그동안 사업자들이 갖고 있었던 버스노선 등에 대한 기득권을 해체하는 것과 관련 있다”며 “그러나 김상곤 후보의 방안은 싸워야 할 그 대상의 체급만 올려준 꼴이다. 오히려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는 싸움만 더 어렵게 만들게 했다”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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