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경 넘나드는
    월경성 환경문제, 누구의 책임?
    [에정칼럼] 중국발 미세먼저, 중국만의 몫인가?
        2014년 03월 20일 09: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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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경성 환경 문제 – 국경 없는 오염물질들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다가오면서 벚꽃이 만발한 거리가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이맘때면 벚꽃 개화시기를 알려주는 게 기상청의 일거리가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올해는 벚꽃보다 더 기상청을 바쁘게 하는 일이 생겼다. 바로 중국발 미세먼지다. 매년 듣던 황사도 아니고 갑자기 왜 미세먼지인가 싶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농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귀가 미세먼지에 대한 뉴스에 쏠리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 위험에 대한 모든 비난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고소하면 안 되냐?” “국제법으로 제지할 수는 없느냐?” 등의 질문들도 쏟아진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중국의 미세먼지는 중국이 만든 문제인가? 과연 한국은 온전히 피해자인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 미세먼지의 해결은 중국 정부만의 몫인 걸까?

    심각한 미세먼지(방송화면)

    심각한 미세먼지(방송화면)

    미세먼지는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중국의 환경 문제가 한국, 일본에 걸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듯, 한 국가의 환경오염이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월경성 환경오염 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

    체르노빌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대표적인 월경성 환경 문제의 사례이다. 또 21세기 가장 큰 난제로 꼽히는 기후변화 문제도 월경성 환경 문제이자 그 피해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보다는 기후변화 대응이 취약한 저개발 국가에 영향을 더 많이 주는 환경 부정의 사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핵발전소, 핵폐기물, 온실가스에 대한 마땅한 국제적 대책 전략을 세우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있다. 이는 환경문제에 경제적, 정치적, 외교적인 문제가 결부되면서 더욱 복잡한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선택의 기로에 선 중국? 선택의 기로에 선 세계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늘어난 석탄 사용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중국은 에너지의 70%를 석탄에서 얻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석탄 사용이 많은 국가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맞물려 석탄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실제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2013년 1월과 10월 각각 최고 993㎍/㎥, 407㎍/㎥에 달해 WHO 권고기준 일일 25㎍/㎥에 20~40배에 달하는 수치를 나타냈다. 이런 높은 미세먼지 농도로 인해 중국 현지 주민들의 피해도 상당하다. 심지어 미세먼지로 이민을 고려할 정도라고 하니 인간다운 삶을 영유하기 어려운 지경의 도시를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아주 단순히 보면 중국이 석탄 사용을 자제하고 더 청정한 에너지원으로 대체한다면 지금의 환경문제는 충분히 풀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의 경제, 산업의 결과물을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저가 소비재들은 전 세계로 팔려나가고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중국의 상대적으로 낮은 환경 기준이 만들어준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의 공장들이 중국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에는 한국 기업들도 있다. 값싼 에너지원인 석탄을 사용해서 저가 제품을 생산하여 지구촌 세계인들의 지속적인 소비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중국이다. 값싸고 더러운 화석연료가 없다면 불가능한 지금의 ‘화석자본주의’ 시스템을 우리가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지금의 환경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에너지 문제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핵발전 카드를 꺼내 든다는 것이다. 세계원자력협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20개의 원전을 가동 중이고, 28개가 건설 중이다.

    한국이 그러했듯 원자력발전소는 늘어나는 에너지를 충당하면서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한 에너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세먼지보다 더 큰 월경성 환경 문제를 안고 있는 핵발전이 석탄 화력발전을 대체하는 것은 단지 당장 눈에 보이는 위험이냐,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이냐의 차이일 뿐 위험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미세먼지로 시작한 이야기는 화석연료 시스템을 거쳐 환경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갈림길에 서있는 중국의 문제에서 이제는 초국적인 문제로 확장된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미세먼지는 단순히 중국만의 문제이고 중국 혼자 해결해야 할 숙제인 걸까? 지구의 지속가능성과 미래세대를 위한 온전한 환경의 갈림길에 서있는 세계의 문제이고 화석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시스템 전환만이 근본적인 해결책

    월경성 환경 문제는 일찍이 산업화를 경험한 유럽에서 주로 대두되었고 많은 조약과 협약을 통해 이를 제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예를 들어 1979년 체결된 장거리 월경 대기오염조약(Convention on Long-range Transboundary Air Pollution), 일명 ‘빈 조약’은 국가를 넘어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는 산성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체결되었다. 이 조약을 바탕으로 산성비의 원인 물질인 황산화물 배출을 삭감하기 위한 헬싱키 의정서와 질소산화물을 삭감하기 위한 소피아 의정서가 맺어졌다.

    뒤늦게 경제발전이 시작된 동남아 메콩강 유역국들 또한 메콩강에 지어지는 댐, 광범위한 채굴, 화전 등 다양한 이유로 월경성 환경문제를 경험해 왔다. 유럽 국가들처럼 협약이나 조약을 통한 해결방안 보다는 아세안이나 메콩지역 정부 간 협의체를 중심으로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메콩 유역국 간 논의와 공조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연구나 각자의 현장을 방문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환경 문제 뿐 아니라 에너지 전환이나 대안 사회 등의 논의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다양한 월경성 환경 문제를 경험하고, 해결하기 위해 국가부터 시민사회까지 다양한 활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사회 시스템은 지속적인 자원의 착취와 그에 따른 광범위한 환경오염을 불러오고 있다.

    이제는 환경문제에 대한 답을 시스템 전환에서 찾을 때다. 한 국가의 환경 문제가 곧 전세계의 경제문제와 직접 연계되어 있는 지금의 사회경제 시스템을 전환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이제 환경진영을 비롯한 한국의 시민사회들도 지속가능한 미래, 지속가능한 어머니 지구를 위해 시스템 전환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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