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 회계 변조, 어떻게 했나
    3번에 걸친 변조, 법원도 몰랐다
        2014년 03월 19일 04: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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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이 2009년 쌍용차 회생절차 과정에서 작성된 회계 조작 여부를 놓고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리자, 구조조정 근거가 됐던 회계자료의 변조 의혹을 제기했다.

    즉 지금까지 안진측이 회계 조작이 아니라고 증거로 제출했던 감사조서들이 변조됐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는 금융감독원과 법원에 허위로 증빙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외부감사법 위반으로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들이 뒤짚혀질 수 있다.

     쌍용차지부 “안진회계감사 조서, 최소 3번 변조됐다”

    검찰이 회계 조작 혐의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쌍용차지부는 안진회계법인측이 과대계상과 그에 대한 감리 및 재판 과정에서 변조된 회계감사조서를 제출했다고 제기했다.

    19일 쌍용차지부와 민변 노동위, 금속노조 등은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며 안진측을 회계자료 변조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왜곡되고 은폐된 정보가 법원의 중요 증거로 활용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검찰은 감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 공시한 것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감사조서를 변조한 것은 외부감사법에서 별도로 다루기 때문에 새로운 범죄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감사조서 변조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우선 안진측은 지금까지 법원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손상차손 회계감사 조서 2개와 매각가치를 검토한 순매각가액산정 1개를 제출했다.

    2011년 11월 10일 해고무효확인소송 1심에서 안진측이 문서번호 5690번으로 손상차손 회계감사조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6일 뒤인 2011년 11월 16일 금융감독원 감리에서는 법원에 제출했던 5690번의 손상차손 회계감사조서와 순매각가액산정(문서번호 5690-1)을 제출했다.

    그로부터 보름뒤인 2011년 11월 30일 안진측은 금감원에 손상차손 회계감사조서를 ‘추가 제시 파일’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제출했다. 이때 문서번호는 5691번이다.

    그리고 2012년 해고무효확인소송 2심에서는 1심과 다르게 5691번의 손상차손 회계감사조서를 제출했다.

    쌍용차 회계조작 변조 의혹 기자회견(이창근님 페이스북)

    쌍용차 회계조작 변조 의혹 기자회견(이창근님 페이스북)

    1개일 수밖에 없는 손상차손 회계조서가 2개, 둘 중 하나는 변조
    동일한 문서인 순매각가액산정조서, 제출기관에 따라 숫자 달라

    동일한 회사의 동일한 유형자산에 대한 손상차손은, 당연하게도 1개의 손상차손 감사조서가 있어야하는데 5690번과 5691번으로 2개의 감사조서가 있다. 이 자체로도 의혹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쌍용차지부와 민변등은 5690조서가 원본으로 보고, 이를 변조해 만든 것이 5691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안진측은 변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5691조서를 금감원과 2심 법원에 제출했다.

    5691번이 변조된 것이 아니더라도 5690과 5691번의 하위조서인 5690-1의 순매각가액산정조서와 5690조서와 숫자상 불일치가 있기 때문에, 5690조서와 5690-1조서 중 하나는 변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학으로 치면 풀이과정에서 숫자를 틀리게 적었는데도 정답이 나온 꼴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5690-1조서는 금감원과 2심 법원에 제출했던 조서와의 숫자상 불일치가 있다. 같은 문서번호의 자료라면 내용도 같아야 하는데 제출기관에 따라 숫자가 틀리다는 것이다.

    결국 안진측은 1심 법원→금감원→2심 법원 등 총 3차례에 걸쳐 회계조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손상차손 회계조서 중 1개는 변조했고 △같은 문서(순매각가액산정)인데도 제출기관에 따라 1개도 변조했으며 △틀린 숫자를 근거를 회계조서를 작성했다.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회계조작 은폐에 가담

    안진측은 감사조서를 2차례에 걸쳐 제출했다. 2011년 11월 16일과, 11월 30일이다. 이는 감사보고서상 손상차손 계상액과 감사조서상 계상액이 불일치했기 때문에 금감원이 다시 제출하라고 한 것이다.

    안진측은 처음 5690번의 회계조서를 제출했다가 금감원이 다시 제출을 요구하자, 5691번의 새로운 회계조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금감원은 이 새로운 5691번을 토대로 그해 12월 8일 정식으로 쌍용차의 2008년 감사보고서에 대해 감리를 실시했다.

    금감원은 21012년 5월 4일 감리를 종결하면서 2008년 회계감사보고서에서 위반사항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이 때문에 쌍용차 해고자들이 안진측이 제출한 자료, 즉 금감원이 감리에 사용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금감원이 거부했었다.

    5690번과 5691번의 회계조서 중 바뀐 것은 4,313억원의 현금지출 고정비가 과다계상되어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5690번과 5691번에서 상당한 숫자의 차이가 있는데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6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금감원이 회계조작을 묵인했다고 제기했었다. 그러나 당시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감사조서가 2가지 버젼이 있다고 하지만 버젼이 다른 게 아니라 2008년에 대한 재무재표 감사조서 자체가 만들어진 목적과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즉 2011년 11월 1심 법원과 금감원에 제출한 5690번의 조서는 2009년 1월에 작성된 것으로, ‘대략적으로 유형자산 감액손실을 산출’한 것이지 최종 조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1심 법원이 제출하라고 했던 것은 ‘최종 감사보고서의 적정성’을 위해 손상차손 회계조서를 제출하라고 했던 것이다. 과거 회계법인이 회사와 함께 상의하기 위해 ‘대략적으로’ 추정했던 조서를 제출하라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민변 등과 함께 안진회계법인이 금감원 제출한 2건의 회계조서를 재분석한 결과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회계조작에 가담한 것이라고 결론지은바 있다.

    현금지출고정비 과다계상 부분에서 안진측이 제출한 자료에는 손상차손을 증가시키면서도 현금지출고정비 총액을 계상하지 않았고, 차종별 현금지출고정비에 대한 계상 근거도 존재하지 않았는데 금감원이 이를 ‘스스로’ 숫자를 만들어 배부해 감리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결국 안진측이 당초 1심 법원과 금감원에 제출한 자료 자체의 문제를 금감원이 ‘맛사지’ 해줬고, 이것이 2심 법원에 제출된 것이다.

    새롭게 드러난 5690-1번의 문서와 변조 의혹

    해고무효확인소송 1심은 2012년 1월 해고노동자들의 청구를 기각했고, 2심이 진행하면서 쌍용차 회계조작 의혹이 중점적으로 제기됐다.

    법원은 손상차손 계상액의 적정성을 감정하기 위해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를 특별감정인으로 선임했고, 여기에 쌍용차측과 안진측이 1심과 다르게 5691 손상차손 조서와 5690-1를 제출했고, 최 교수는 이를 토대로 적정성을 감정했다.

    그러나 5690-1번의 존재 자체를 쌍용차지부와 해고노동자들이 알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에서야 안진측이 5690-1조서를 제출했다는 것을 알게됐고, 5690-1이 5690번의 손상차손 조서와 숫자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됐다.

    즉 특별감정인조차 알 수 없었던 숫자가 다른 감사조서를 근거로 감정했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공통자산 장부가액 누락과 유형자산 장부가액 초과해 손상차손 계상, 감사보고서와 감사조서간의 금액 불일치 등 총체국 난국

    뒤늦게 회계조서 변조를 알게 된 쌍용차지부측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통자산 장부가액 누락과 감사보고서와 감사조서간의 금액 불일치 등의 문제들을 발견했다.

    우선 5690조서에서 공통자산 장부가액에 1,357억원을 누락했다.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계상할 때에는 장부가액을 초과한 부분도 있다.

    로디우스 차량의 장부가액은 735억원 정도인데, 계상된 손상차손은 863억원 가량으로 장부가액을 초과하는 황당한 숫자도 있다. 이는 액티언스포츠 차량도 동일한 것으로 총 142억원이 초과됐다.

    치명적인 결함도 있다. 5690조서에서 손상차손 금액의 합계는 4,618억원인데, 감사보고서의 합계는 5,176억원이다. 약 559억원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쌍용차지부측은 이를 근거로 원본조서로 추정되는 5690조서가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과장하기 위해 전차종 공통자산 가액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명백한 오류가 있는 있는 조서를 통해 회계감사가 종료되고 감사보고서가 발행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5691번의 새로운 회계조서는 금감원이 감리 시 발견하자 안진측이 이를 은폐하기 위해 다시 만들어 제출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2600여명의 해고와 수많은 억울한 죽음, 회계변조에서 시작

    쌍용차지부측은 고발장을 통해 “쌍용차가 2008 회계연도에 계상한 유형자산 손상차손 5,177억 원에 근거하여 2,646명의 구조조정 방안이 도출됐고, 그 결과 많은 노동자, 노동자 가족들의 억울한 죽음과 그 외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진측이) 그렇게 조서를 변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발인들은 위 5,177억 원의 유형자산 손상차손 금액을 맞춰내지 못했다”고 꼬집으며 “더구나 서울고등법원 2014. 2. 7. 선고 2012나14427 판결로 그 유형자산 손상차손 계상액이 매우 과다계상됐음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도의 직업윤리를 요하는 국내 대형 회계법인과 소속 회계사들인 피고발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단순한 위법행위가 아닌 중대한 역사적 범죄이자 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로서, 기필코 그 진실이 명백히 밝혀지고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회계조서 변조 사건의 고발인은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 김득중 쌍용차지부 지부장,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이대순, 장화식, 유팔무 대표, 쌍용차 해고자 김정우, 양형근, 송치호 등이다.

    피고발인은 안진회계법인 이재술 대표자와, 이상근, 최상권, 엄성호, 박주철 회계사 등이다.

    고발인의 대리인은 민변 노동위의 권영국 변호사와 법률사무소 새날의 김상은, 김차곤, 법무법인 여는의 권두섭, 김태욱, 법무법인 시민의 김선수, 최용근, 장석우 변호사 등이 담당한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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