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궁금했던 '점'에 대한 얘기
    [타인의 삶] 아홉번째, 별자리 상담소의 '사마리아'씨
        2014년 03월 17일 01: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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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점’보러 간다는 말을 한다. 주로 부모님들이 자식들의 진로 문제 때문에 자주 간다. 사춘기가 와서 말을 안 들어도 부모와의 궁합이 어떤지 보러 가기도 하고, 좋은 대학에 갈까 싶어서도 가본다. 그러다 결혼할 때가 오면 좋은 배우자감인지 확인하기 위해 간다. 젊은 사람들도 자주 간다. 이직이나 진로, 애인과의 문제 등으로 주로 찾는다.

    어떤 사람들은 ‘점’을 미신이라며 우습게 생각하기도 한다. 억지로 끌려가는 날이라도 있다면 ‘한 번 맞춰봐’라는 심정으로 포커페이스로 일관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같은 날 한 시에 태어난 사람은 운명이 똑같은 거냐며 나름 타당한 이유를 들며 불신한다.

    나도 궁금했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를 알려주면 책을 뒤적뒤적 보다가 쭉 설명해주는걸 듣고 있노라니 영 신뢰가 안 간다. 따지고 보면 흔히 말하는 ‘점쟁이’라는 사람들은 공인된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믿어야 할 뿐이다. 그래서 찾아가봤다. ‘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람들의 운명을 논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장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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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에 위치한 ‘별자리 상담소’의 사마리아씨. 13년 전 친구의 권유로 점 보러 갔다가 “감히 내 인생에 대해 그렇게 함부로 말해?”라며 반발심으로 시작했던 점성학 공부가 알고 보니 운명이었다고 한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직접 점을 보기 위해 찾아갔을 때, 요란한(?) 화장에 기이한 분위기 속에 구슬을 굴리며 사주를 볼 것으로 기대했지만, 의외로 깔끔한 책상 위에서 특정 시점의 하늘에 떠 있던 별들을 보기 위해 복잡해 보이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었다. 한자투성이의 누런 책을 꺼내보지도 않았고, 역마살이니 하는 이른바 업계용어도 없었다.

    인터뷰를 끝내고 유물론자라는 이유로 또는 자기의 밑바닥을 누군가 훑어보는 게 싫다는 이유로 ‘점’을 등한시했던 사람들에게 한 번쯤은 가보라고 열렬히 전도하게 됐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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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 화면에 뜬 어느 누군가의 별자리

    점성학,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비윤리적인 이야기를 하는 ‘비의’의 세계

    장여진: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사마리아: 본업은 시를 ‘쓰던’ 사람이다. 완전히 마이너에서 활동했었고, 현재도 마이너 중에 마이너인 역학이라는 ‘비의(祕意)’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비밀에 감쳐져 있는 의미를 다룬다는 의미에서 비의이다.

    장여진: 별자리로 운명을 본다는 것, 점성학(占星學)이라고 하는 것인가?

    사마리아: 분명 점과 학은 다른 분야다. 점은 외부 환경이나 나에 대한 어떤 공격이 온다면 어떻게 대비할까를 보는 것이다. 즉 주도권이 외부환경에 있다. 학이라는 것은 내가 외부의 환경을 어떻게 해석할까의 문제이다. 즉 외부와 나와의 관계는 완전히 역방향으로 다른 의미인데, 점성학이라는 말을 써야할까 고민되기도 하지만 교과서적으로는 점성학이라고 하긴 한다. 아스트랄로지(astrology 점성술, 점성학 모두로 번역된다)라고 하는 것이 별자리로 보는 운명을 본다는 것이다.

    장여진: 그런데 상호명이 다른 곳처럼 ‘철학관’이라던가 ‘별자리 사주’와 같은 이름이 아니라 상담소라고 되어있다. 별자리 상담소는 어떤 걸 하는 곳인가?

    사마리아: 자기가 태어난 시점에 떠 있었던 우주의 에너지가 나에게 바코드처럼 찍힌다. 이걸 나는 출생 차트라고 하는데, 이것을 매개로 정신과나 일반적인 심리상담소에서 할 수 없는 비윤리적, 비정상적인 것들에 대해 어떠한 기준 없이 이야기를 하는 곳이다.

    장여진: 찾아오는 이가 상담을 받는 것은 어떤 의미이간?

    사마리아: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삶의 해결 방식을 내가 대신해 리딩해주는 것이다. 리딩이라는 것도 내담자에게 확신을 주고 자기 주도적으로 도와준다는 의미이다. 천문학을 상담소와 접목해서 일종의 스토리텔링을 해준다. ‘너는 사주에 돈이 없어’, ‘너는 결혼하지 마라‘는 단편적인 설명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의 스토리와 주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점을 보러 왔던 사람들도 자기 인생의 어떤 스토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뿌듯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점성학이라는 것이 언어를 다루는 학문이 아닐까 싶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로 설명해주고, 학식이 높은 사람에게는 인문학적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사람에게는 주로 일생동한 사용하는 언어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그래서 ‘너 망했다’, ‘밤길 조심해라’와 같은 역학의 접근법은 부정적인 언어라고 생각한다. 나는 수사와 상징, 은유로 전달하고 싶었다. 역학에 ‘지금 네 인생에 금이 가고 있다’고 표현한다면 나는 ‘알이 깨지고 있다’고 사용한다. 내담자가 자기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게 돕는다.

    같은 생년월일에 태어난 사람의 삶은 똑같을까?

    장여진: 역학이나 신점 등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사마리아: 중국의 자미두수(중국의 고대 점성술)나 역학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글자로 되어있다. ‘도화’다, ‘상관’이다 이런 식으로. 책으로 딱 정해져있다.

    그러나 별자리는 차트의 목성이 떠 있다면, 그냥 ‘목성’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게 아니라 그 목성 자체가 하나의 기호와 상징이기 때문에 천차만별로 해석될 수 있다. 즉 글자라는 틀은 분석을 하는 것이지만 별자리는 상징에 대한 해석이다. 또한 이 상징에 대한 해석이라는 것은 아주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장여진: 같은 생년월일과 생시에 태어난 사람이라도 스토리텔링이 달라지는 것인가?

    사마리아: 만약 어떤 사람이 언어의 사용이 중요한 운명이 있다고 치자. 그래서 외국어를 많이 습득하면 더 좋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영어 한 가지만 하는지, 3~4개 국어를 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의 광주리가 완전히 달라진다. 자신이 언어의 운명에 관심을 갖고 더 노력한다면 달성할 수 있는 것들이 달라지고, 모국어 하나면 한다면 작아질 것이다.

    결국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때의 차이에 따라 같은 운명일지라도 삶의 크기와 패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모국어 하나 밖에 하지 못하는 언어의 운명이 있는 사람에게 ‘당신에게 언어에 재능이 있는 운명’이라고 설명하면, 그 사람은 ‘한국어밖에 못 하는데요’라고 하지만 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강사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준다.

    별자리는 그 사람의 운명에 무언가를 덧붙이기보다는 그 안의 잠재 가능성을 발견해 건드려주는 것이다. 그에 따라 노력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에 따라 같은 생시의 태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삶의 차이가 있다.

    장여진: 그렇다면 결국 내담자의 직업이나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이 스토리텔링에 중요하다는 것인가?

    사마리아: 누군가의 별자리 차트를 열면 ‘예쁘게 생긴 차트’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별의 구도가 정돈되어있고 별의 속도도 제 속도고 가고 있고, 소위 사회 성취가 높은 행의 별이 있는 차트가 그렇다. 그리고 실제로 대화를 하다보면 정말로 사회적 성취가 높다.

    그러나 이런 차트의 내담자와의 대화 내용은 매우 제한적이다. 무언가 자기 자신을 개조하거나 바꾸려는 아무런 의지가 없다. 이미 운명이 잘 정돈되어 있기 때문에 정말 숨 쉬는 정도만 느끼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차트가 예쁘다고 해서 마냥 좋아하지도 않는다. 이미 잘 돼야겠다, 예쁘게만 살아야겠다는 압박감 때문에 과연 내가 그렇게 잘 될 수 있을까 하면서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야겠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반면 별들이 엉켜있고, 어떤 별은 역행도 하는 등의 드라마틱한 차트의 사람들은 이미 자기 운명에 여러 질곡이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화한다. 실제 삶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살면서 자기 차트(운명)을 역전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운명은 참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자신이 좋고, 잘 산다고 하더라도 상담을 하는 이 테이블에서는 부글거리는 자기 본능이 튀어나온다. 월터 바우만이라는 철학자가 인간에게 가장 큰 공포는 ‘결정 공포증’이라고 했다. 어떤 결정 앞에서 미래를 알고 싶은 예측 말이다.

    아무리 운명이 좋은 사람이라도 더 잘돼야겠다는 욕망이 있다. 오히려 사소한 문제에도 굉장히 탐욕적이라는 것을 목격한다. 그러나 오히려 완전히 절망한 사람들일수록 담담하다.

    “이상한 화장하고 앉아 사람들 인생을 규정하는 게 싫어서” 시작한 점의 세계

    장여진: 점이라는 비의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사마리아: 정말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었다. 나는 원래 지독한 해결주의자였다. 원론주의자, 원칙주의, 끝없는 절대자에 대한 욕망이 있던 사람이었다. 지금과는 상반된 삶이었다.

    형체도 없고 수능에도 나오지 않는 비의의 세계가 처음 생긴 건 먼 옛날 원시인이 천체 망원경이 없이 그저 밤하늘을 보다 목성을 보고 ‘저건 왠지 목성이라고 이름 붙여주고 싶다’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목성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아서 행운의 별이라 믿었다. 그렇게 원시인이 육안으로 관찰했던 목성은 먼 훗날 과학이 발달되고 정말로 그 자리에 있던 목성으로 관찰된 것이다. 원시인이 막연히 상상했던 것이 지금의 과학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원래 증거나 객관적인 것을 좋아하던 이성주의자였다. 실제 삶도 목적 지향적이었고 여러 직업을 거쳐 돈만 벌며 살다 어느 순간 몸도 망가지고 삶의 만족도가 없어졌다. 13년 전 일이다. 그때 별자리 상담을 받으면서 공부하게 됐다.

    그런데 그게 별자리가 좋아서 아니라 ‘이 역학의 세계가 헛된 것이라는 걸 한 번 밝혀보자’라고 해서 시작한 것이다.(웃음) 별을 직관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얼마든지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역학 하는 사람은 이상한 화장을 하고 앉아서 사람들의 인생을 함부로 규정하는지, 그런 걸 깨고 싶어서 공부했다.

    책으로 공부할 때도 비판적으로 째려보면서 공부했는데, 그러다 한두 명씩 별자리로 운명을 점쳐보니 정확히 일치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 결국 수능에 나오는 학문도 아닌데 점성학이라는 것이 몇 천년동안 이어져 온 이유가 있다는 것을 한 사람의 원시인으로서 바라보게 됐다.

    내가 처음 시를 쓴 것도 마찬가지이다. 시나 문학을 너무나 증오했기 때문이다. 시인은 왜 그렇게 현실적인 생계 문제에 따로 떨어졌는지, 직업을 갖고 시 쓰면 안 되나? 꼭 등단해야 시인인가? 이런 반감으로 했다. 그렇게 시작했다고 지금 완전히 나도 시의 세계에 빠졌다. 틀렸다고 아니라고 도전했다가 나중에 절대 긍정하게 됐다.(웃음)

    그래서 별자리 상담 세계에서 내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들을 비판한다면 그들 옆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시도 마찬가지이다. 아는 시인 한 명도 없다.(웃음) 그 사람들의 조직이나 체제에 들어가는 것 역시 긍정하는 거니깐. 나는 그저 직업적으로 먹고 사는 발판을 마련하고 우주의 아주 작은 점 하나로 세계를 바라보고 싶었다.

    사마리아씨

    사마리아씨

    장여진: 원래 전공이 무엇이었나?

    사마리아: 서양철학에서 헤겔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완벽한 샐러리맨으로 살았다. 헤겔의 끝없이 올라가는 합목적성에 완전 미쳤었다. 어떻게 보면 정말 그렇게 살고 있다. 완전 정반대의 삶을 왔다갔다 하면서 살고 있으니깐 그야말로 정반합의 삶이다.(웃음) 나도 내가 다음에는 뭐하고 살고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내 운명에는 문턱이 낮은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운명이 있다. 아주 작은 섬에서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와서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운명이다. 신기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나.

    장여진: 철학을 공부한 게 지금의 점성학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사마리아: 그렇다. 언어의 구조를 세우는 게 철학이다. 철학은 카테고리를 세워서 범주화하는 것이다. 다양한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나에게 철학은 정말 도움이 됐다.

    다만 처음부터 철학과를 가려했던 건 아니다. 9살인가, 광주민중항쟁이 터졌는데, 그 이후로 무조건 이과에 가서 폭탄을 제조해서 전두환 집에 던져야겠다고 다짐했었다.(웃음) 그런데 지원한 대학에서 낙방했다. 그러다 재수를 했는데 그때 또 공부를 너무 안 해서 그 때 당시로는 공부 못했던 애들이 가던 철학과에 지원하게 됐다.

    점성학의 임상실험 위해 10년 동안 3천명의 운명 들여다봐
    베이비시터, 부동산중개인, 서울역 청소용역까지…’현장 투신’

    장여진: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어떤 직업들을 갖고 있었나?

    사마리아: 처음에는 광고회사와 문구회사에서 기획 일을 했었다. 철학 관련 책은 완전히 담 쌓고 오로지 돈과 성공 승진에만 매몰되어 있었을 때다. 광고대회도 나가서 상도 타야지라는 야망도 있었고. 그때가 27~8세 때 정도인데 이상하게 일은 잘 됐지만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술도 많이 마셔야해서 간에 이상도 오고 우울증도 생겼고. 그래서 친구가 소개해줘서 별자리 상담을 받고 난 뒤 이걸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미용실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했다. 이것도 미용업계가 너무 싫어서이다. 사람 막 부려먹고 감정노동 시키고 그런 게 너무 싫어서 VIP고객들만 있는 곳에 마치 노동현장에 투신하듯 침투했었다.(웃음) 나중에는 바에서 칵테일도 만들었고, 베이비시터도 했다. 아주 부유한 집에 들어갔었다. 운동권들이 말하는 현장만이 현장이 아니다. 그 부유한 사람들의 생년월일을 알고 싶었기 때문에 직접 들어간 거다. 일종의 임상실험이었다.(웃음)

    그 뒤로도 독서지도사도 했고, 도슨트 자격증 따서 박물관에서도 일했다. 부동산중개 자격을 따서 중개 일을 한 것도 돈 많은 사람들을 욕망을 알고 싶었기 때문에다. 나중에는 서울역에서 청소용역도 했다. 그러면서 친해진 노숙자들에게 생년월일 물어봐서 점을 치고 그랬다. 그렇게 3천 명 정도를 상담했다.

    점성학이라는 걸 책으로도 공부했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현장에 침투해서 직접 임상실험으로도 경험을 쌓은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사람들이 나에게 꼭 자기 신세한탄을 한다. 미용실에 일할 때도 ‘예쁘게 해주세요’가 아니라 ‘언니 저 요새 우울해요’ 이런 식으로 자기 이야기를 막 꺼내더라. 내가 이 일을 할 운명이 있었던 거다. (웃음)

    그리고 이 시절에 느낀 것이 있다면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내가 신뢰를 줄 수 없다면, 사람들이 결코 자기 생년월일을 말해주지 않는다. 나에게 신뢰가 없다면 자기 정보를 말해주지 않고, 나도 그 사람의 운명을 알 수가 없다. 나 역시 내가 저 사람의 운명이나 비밀을 알아도 되는 것일까 두렵기도 했지만 그걸 극복하기 위해 내가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상대의 운명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여진: 아니 도대체 13년 전 점 보러 갔을 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까지 살아왔던 것인가?

    사마리아: 처음 점 보고 기분이 나빠져서 집에 와서 사주와 관련된 온갖 책을 미친 듯이 팠다. 그런데 이걸 또 보다보니 너무 마녀사냥식이더라. 중세의 크리스천 점성술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남편을 배신하면 화형을 당할 것이라는 둥, 주 그리스도를 믿지 않으면 추방당할 운명이라는 둥 무시무시한 언어로 장식되어 있었다. 왜 이렇게 선악, 응징, 처벌, 처형, 분쇄, 개조, 혁명, 이런 식으로 몰아갈까 싶었다. 그래서 이걸 재밌고 철학적인 언어로 표현하면 얼마나 멋진 글이 될까라는 상상을 했다.

    그래서 별자리를 여러 가지로 해석하기 위해 임상실험을 해야겠다고 판단했고, 그때부터 모든 걸 관두고 미용실부터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장여진: 그러한 임상 경험의 기간이 얼마나 되나?

    사마리아: 13년이다. 본격적으로 상담소를 운영한 것은 3년이다. 그 전에는 다 무료상담이었다. 공부 중인 상태였으니깐.

    역술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잣거리의 정서’…꼰대는 절대 못할 일

    장여진: 어떻게 보면 역술인들은 인증된 학위나 자격증이 없다. 얼마만큼 공부했고 자격이 있는지를 우리는 알 방법이 없다.

    사마리아: 맞다, 자격증도 인증된 학위도 없는 직업이다. 그래서 좋다. (웃음)

    점성학이라는 게 인증된 학문도 아니고 이걸 한다고 서울시에서 상 주는 것도 아닌데, 그저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주고받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일이다.

    나에게 별자리 상담소를 차리고 싶다, 역학을 하고 싶다면서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답이란 건 없다. 내가 스킬은 가르쳐줄 수 있지만 중요한 자질은 언어를 잘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책 많이 읽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도 아무런 편견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훌륭한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너 어제 별그대 봤니?’ ‘무한도전 봤니?’ 라고 물어보면 뭘 그런 걸 보냐며 멸시하기도 한다. 김연아가 은메달 따서 억울하다는데 지금 정치가 이런 상황인데 그게 중요하냐고 꼰대처럼 구는 그런 사람들은 절대로 이 일을 못한다. 저잣거리나 시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 일상에서 개방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자기 운명과 상관없이 영화감독이 되고자 한다고 하면 ‘너 못해’ 라고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해!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되잖아? 꼭 대종상 받아야 영화감독이야?’라고 말해준다. 그 사람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수많은 방법들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삶의 유형이 고작 12가지의 별자리로 분류하는 게 말이 될까?

    장여진: 어떻게 인간이 몇 가지의 유형으로 분류되느냐고 점을 믿지 않는 사람도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마리아: 범주를 나누는 것은 인간이 발명한 것 중에 가장 중요한 발명이다. 어떤 사람은 이러한 운명이 있어서 이러저러한 성향이라는 분류가 없었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유형이 있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무례하게 함부로 다가가지 않도록 하나의 필터를 끼고 본다는 것이다.

    카테고리 중심으로 보면 직접 다가가지 않아도 상대방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꼭 섹스해야 상대방을 알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그래서 하나의 베일이나 필터를 갖고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건 이 적막한 세상에서 자기 방어막과 보호막이 될 수 있다.

    장여진: 마치 애니어그램이나 MBTI 같은 성격이나 성향의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사마리아: 그렇다. 사람은 유형으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자신이 어떤 유형이라는 걸 알게 될 때 안도감을 갖게 된다. 다른 유형이 나오지 않으면 왜 자신은 그 유형이 아닐까라고 고민도 하고.

    그런데 어떠한 유형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면, 유형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면 인간은 전부 다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창의적이기도 하고 지도자적이기도 해야 하고, 활동적이면서도 내성적이어야 하고. 그러면 너무나도 불명확하기 때문에 자기 삶의 불안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성격 유형을 분류하는 학문이 나오는 것에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별자리 차트를 보면 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별과 별 사이를 잇는 수많은 선이 있다. 별은 내가 태어날 때 각인된 내 운명이지만, 그 운명으로 내가 가질 수 있는 삶의 가능성은 25억 개가 있다.

    또한 별은 가만히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끊임없이 운동한다. 우주는 우직하게 그냥 간다. 그래서 자기 운명은 있지만 별들이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어떠한 사람은 운명대로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그 운명조차 별들의 움직임과 속도에 따라 계속 바뀐다. 내 몸의 문신이 내 체격이 커지면 문신도 커지듯이 말이다.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각인된 것이지만, 삶의 운전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장여진: 운명은 고정되어 있는 개념이라면, 운세는 무엇인가?

    사마리아: 운명은 카르마 같은 것이다. 내가 하필 그날 태어난 것이다. 운세는 다르마이다.

    누군가 범죄자의 운명이 있다 하더라도 누군가 직접 살해하기도 하지만 누구는 볍씨를 뿌린다든지 스포츠를 통해 그걸 풀어내기도 한다. 즉 카르마는 운명이고 다르마(운세)는 내가 해결해야 하는 숙제와 같은 것이다.

    또한 다르마는 내 운명을 어떻게 운전해 나갈지, 어떤 속도로 갈 것인지 온전히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라 달라진다. 내게 주어진 운명을 운전해나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아침에 알람 소리를 듣고 바로 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못 일어나는 사람도 있고, 알람이 울리기 전 미리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마찬가지로 자기 운명 앞에서 미리 준비하는 사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여러 운전 방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미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운명은 바꿀 수 없지만 운전 방법으로 달라질 수 있다. 그 사람이 전혀 상상할 수 없던 방법도 아니지만 내가 그저 이런 방법도 있다고 건드려 줌으로써 그 사람이 자기에게 맞는 운전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별자리에는 Moira라는 것이다. ‘몫’이다. 지구가 계속 돌듯이 사람도 한 가지의 단면만으로 살아지지 않는다. 별자리에는 돈, 결혼, 가족, 사회적 성취, 직업 등 12가지의 몫이 있다. 그리고 사람은 12가지를 다 살게 되어 있다.

    단지 자기가 하고자하는 욕망들 중 어떤 게 비중이 더 높은지의 차이인 것이지 결국에는 균형을 맞춰지게 된다. ‘나는 3가지의 욕망만 할래’라고 한다고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12가지의 영역의 삶에서 어떤 영역은 자기가 하고 싶었던 거나 자기 전공 영역이지만 자기가 가고 싶지 않은 영역도 두루두루 살게 된다.

    그래서 삶은 균형을 잡아갈 뿐이다. 내가 정말로 하기 싫은데 그렇게 해야 하는 운명이라면 그 운명을 내 삶의 영역에서 줄이는 식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가령 이혼하고 싶지 않은데도 이혼해야 할 운명이라면 다른 사람은 운명대로 ‘이혼해!’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간접 이혼을 권유한다. 잠시 떨어져 지내보고 주말부부만 해보고 이런 식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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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행운의 별’은 온다. 3살에 올 수도 있는 게 문제

    장여진: 내 점을 봤을 때 (인터뷰하기 일주일전에 했다) 행운의 별이 오고 있다고 했다.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라고 했는데, 이러한 운명은 누구에게나 다 오는 것인가?

    사마리아: 그렇다. 다만 어떤 운명은 20년이 걸려 도달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이 있는 운명이고, 어떤 사람은 3단계만 올라가도 중요한 사람이 되는 운명도 있다. 그런데 이 나라는 모든 중요한 직업은 20년을 공부해야 하는 게 문제다. (웃음)

    어쨌든 별자리에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소위 말하는 대박 나는 절호의 시점이 있다. 다만 누구는 3살에 올 때가 있다. 어떤 엄마가 애가 우유를 예쁘게 먹지 않는다, 땡깡 부린다, 과잉행동을 부린다고 주의력결핍장애라고 생각할 텐데, 알고 보니 그 아이가 3살에 자기의 절호의 기회인 별이 온 거다. 걔는 얼마나 답답하겠냐. 3살인데 절호의 기회가 왔으니.(웃음)

    어떤 사람은 양로원 갈 나이에 기회가 오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절호의 기회가 10대 후반에 온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나이 때 무조건 수능을 봐야하지 않나. 그래서 수능 공부하다 놓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내가 별자리 공부하면서 불만인 게 10때 수능공부를 하고 20대 되면 대학가서 20대 초중반에 자기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인생의 중요한 기회가 오는 시점은 제각각인데도 말이다.

    어떤 사람은 하필 태어나는 날 목성이 역행해서 30세가 될 때까지 자기 재능을 모른다. 그런데 부모님들은 취업을 못하고 있으니 옆에서 난리이고. 그래서 내가 보니 곧 기회가 오길래 ‘이제 역행이 풀려서 죽을 때까지 일한다’고 말해줬다.

    어떤 사람은 스무 살에 음악도 잘하고, 글도 쓰고, 컴퓨터 프로그램도 개발하는 등 재능이 많아서 자신만만하게 유학갈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보니 이 사람의 별은 너무 빨리 움직여서 일찍 이룬 것뿐이었다. 서른에는 일을 안 할 운명이었다. 그래서 공평한 것이다. 단지 자기 재능을 발휘하는 시점이 언제인지 알려주는 것뿐이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는 ‘당신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게 아니라 행운의 별이 일찍 왔었던 것뿐이었으니 유학보다는 지금까지 이뤄낸 걸 관리하고 사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줬다. ‘서른에 너 백수된다’는 식이 아니라.

    다만 그 절호의 기회라는 행운의 별은 단지 직업이나 진로로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정치인으로서의 성공을 의미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결혼을 하는 걸 수도 있다. 심지어 뜨개질하는 것조차 자신의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는 것이지 반드시 우리가 알 만한 직업적 성공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공인된 학문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 느끼기도

    장여진: 남들의 사주를 봐주면서 힘들었던 일도 있었을 텐데.

    사마리아: ‘아닌데’, ‘그렇지 않아’ 라며 내가 하는 모든 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부정하는 사람은 자기 안에 정말 그게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멍하거나 ‘그런가요?’라는 반응인데, 자기 자신도 자기 운명이나 그런 게 그렇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부정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내가 어떤 언어를 사용해도 먹히지 않기 때문에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만약 정신과 의사였어도 그렇게까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비의’ 체계의 한계를 느낀다.

    또 어떤 사람은 설령 자기가 세운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다 할지라도 조언해주는 걸 원치 않는다. 망하더라도 자기 결정대로 하는 자기 주도권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이런 차트의 사람은 주도권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조언해줘야 한다. 반면 어떤 사람은 너무 수동적이어서 내가 마음을 막 풀어 헤쳐주길 바란다.

    그리고 애정운으로 오는 여성분들은 다소 피곤하다.(웃음) 남성분에게 여성은 상승의 운이고 남성은 하강의 운이라 서로 시기가 맞지 않다고 말하면, 남성은 ‘네’하고 끝나지만 여성분들은 그게 아니다. 끊임없이 ‘그 사람이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라고 확인하려 한다. 문 열고 나가다가도 물어본다.(웃음)

    점, 그것은 삶의 방향에 조언해주는 스토리텔링

    장여진: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상담자: 어떤 염소자리의 별을 갖고 있는 분이 오셨다. 굉장히 권력 지향적이고 리더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권력을 획득할 수 있을까가 궁금했다. 그런데 이 사람 사주를 보니 그저 성 안에 앉아서 백성들이 자기를 쳐다보지 않는다고 자기 좀 봐달라고 막 파괴적으로 혼자 벽 부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이야기해주면서 햇볕정책을 써보라고 했더니 눈물을 흘리더라. 동화 같은 이야기로 간단히 해준 말들로 알 수 있었던 자신의 잘못된 권력획득 방법을 너무 몰랐다고.

    이렇게 내가 사람들이 원하는 삶의 접근방식에 도움을 줄때 보람을 느낀다.

    장여진: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인가?

    사마리아: 돈에 컴플렉스가 있던 남성분이 왔었다. 그 분은 태어날 때부터 붐님의 채무를 갚아야 했다 사진작가가 꿈이지만 대학도 갈 수 없었고, 용접공으로 일했다. 그러다 다쳐서 한쪽 눈을 실명하고 다른 한쪽 눈도 색채 구분을 못하게 됐다. 그 사람이 친구 권유로 나에게 왔을 때 자기 미래에 대해 묻지 않고 그저 신세 한탄을 했다. 왜 나는 돈 때문에 인생이 이렇게 망가져야 하느냐고, 자기 인생에 부모의 채무로 인한 올가미가 씌워져 있는지를 물어보더라.

    그런데 이분이 채무를 다 갚았더라. 그런데 채무를 다 갚고 보니 그렇게 지키려고 했던 부모님이 이혼해서 각자 재혼을 하셨더라. 그러니 이분이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기 삶에서 돈이 어떤 것이 물으려 한 것이다.

    그래서 차트를 열어보니 실제로 돈의 컴플렉스가 있더라. 그래서 이렇게 설명해줬다. ‘아주 늘씬한 여배우가 있는데 사실 허벅지가 굉장히 굵어서 늘 치마로 가리고 다닌다. 당신에게 돈이 그 허벅지’라고. 그러면서 돈은 당신에게 저주가 아니라 단지 컴플렉스일 뿐이라고. 허벅지 굵은 여배우가 그냥 성형수술을 해서 괜찮아 질 수 있듯이 당신도 이제 그 치마를 벗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사업가의 운도 있길래, 이제 채무도 다 갚았으니 컴플렉스를 극복한 것이고, 그 많은 돈을 다 갚았다는 것은 돈에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라고 해줬다. 이제 돈의 능력을 증명해냈으니 이제 자기 자신을 위해 돈 벌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내 의견을 전적으로 받아들여서 대학로에 술집을 차렸는데 대박이 났다. 고작 보증금 2천만 원에 월세 70만 원짜리 아주 작은 칵테일 바를 차렸는데 대박 났다고 고맙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내가 술집에 자기가 찍은 사진들을 걸면 되지 않겠냐, 꼭 사진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또 정말 그렇게 했더라. 그런데 또 희한하게도 그 술집에 예술가들이 많이 찾아가더니 그 사람이 찍은 사진이 한 잡지에 실리게 되기도 했다.

    결국 그 사람은 돈을 저주가 아니라 자신의 재능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잘 된 것이다. 그 사람이 대단하게 칵테일을 잘 만들어서 술집이 잘된 게 아니라 상권을 보는 능력과 고객을 유치하는 능력 때문이다.

    어쩌면 성공이란 게 어렵지 않는 것 같다. 그저 담담하게 자기 형편을 받아들이면서 삶이 아주 쉬워지는 것 같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 보면 어렵게 간 사람이 없다. <끝>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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