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형수로 30년 복역...'무죄' 석방
    배심원단은 전원 백인들로, 흑인 피고에 사형 선고
        2014년 03월 12일 04: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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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된 판결로 사형수 수감시설에서 30년 가까이 복역하다가 11일(현지시간) 석방된 사람이 있다. 글렌 포드(64)는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악명높은 앙골라 교도소에서 사형수의 누명을 쓰고 30년간 복역했다.

    포드는 미국 역사상 사형 판결이 번복된(면죄 판결을 받은) 이들 중 가장 오랜 기간을 사형수로 복역한 사람이 됐다.

    포드는 루이지애나 주의 검찰이 더 이상 그의 유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이후 판사의 명령으로 석방됐다. 작년 하반기에 주 정부는 포드의 변호인들에게 사건에 관련된 다른 인물이 범죄자라는 정보가 정보제공자에 의해 제시됐다고 통지했다.

    사형제도

    미국 사형제도의 희생자 바바라 그래험의 실화 다룬 영화 “나는 살고 싶다” (1958) 중 한 장면

    포드는 1983년 11월 보석과 시계 세공점을 운영하는 이사도어 로제먼(56)이라는 백인을 살해한 혐의로 1급 살인죄로 기소되었다. 85년 사형선고를 받고 88년부터 사형수 수감시설에서 복역을 해왔다.

    그는 석방된 이후 언론의 인터뷰에서 잘못된 판결로 오랜 시간 감옥에 있던 것에 대해 분노했다고 하며 “내가 하지 않았던 어떤 일로 거의 30년을 갇혀 있었다. 나는 과거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포드의 유죄 판결 과정은 면죄 판결이 나오는 과정에서 수없이 반복된 미국 재판 시스템의 모순과 부적절함의 특징들을 다 보여주고 있다.

    그의 유죄 판결에 대한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포드가 그렇게 오랜 기간 사형수로 복역했다는 것은 사형 반대 운동가들에게 그들의 운동에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의 재판에서 제기된 많은 문제 중 가장 중요한 점의 하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글렌 포드 재판의 배심원들이 전원 백인으로만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또 그의 법률 대리인들은 한심할 정도로 경험이 없는 이들이었다. 수석변호인은 석유와 가스 탐사문제 관련 법률 전문가였고 배심원 앞의 재판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이였다.

    재판에서 검찰은 범죄에 대한 목격자도, 범죄 무기도 제시하지 못했다. 대신 포드의 유죄 선고는 주로 객관적인 목격자라로 볼 수 없는, 법죄의 용의자로 의심받고 있는 사람의 여자친구였던 사람의 증언에 많은 부분을 의지했다. 이후 대질심문을 통해 그 증언자는 배심원들 앞에서 자신의 증언이 거짓이라는 걸 시인하기도 했다.

    또 소위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에 의해 제시된 가짜 과학적 증거들도 포드를 사형수로 내몬 요인들이었다.

    한 전문가는 증거들이 피고를 가리키고 있는데 그건 그가 왼손잡이이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다른 전문가는 탄환의 잔여물들이 그의 손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또 다른 전문가는 그와 관련된 지문이 증거라고 배심원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후 이 세 증언들은 기껏해야 결정적인 증거가 못되고, 최악의 경우는 잘못된 증거일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

    포드는 30년동안 자신의 결백과 무죄를 주장해왔으며, 오랜 기간 진행된 그의 청원 노력으로 2000년에 열린 재심 재판에서 증거가 확고하게 그의 유죄를 증명하지는 못하고 있으며, 기소과정에서 의혹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그의 무죄를 선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10일 루이지애나 연방지법의 이매뉴얼 판사는 포드가 아니라 초기 용의자로 떠올랐었던 다른 사람이 이 사건의 범죄자라는 걸 가리키는 새로운 정보가 나타났음을 확인하고, 이에 근거해 무혐의로 풀려난 것이다.

    포드는 미국에서 지난 40년 사이에 사형 판결이 번복되었던 144번째 사람이 됐다.

    루이지애나 주 법률에 따라 억울한 옥살이를 한 포드는 33만달러(약 3억5310만원)의 배상금을 받게 되지만 이 돈이 그의 잃어버린 30년을 결코 보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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