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아베, 꼭 닮은 원전 정책
[에정칼럼]3.11후쿠시마 3주기와 박근혜 1년에 즈음하여
    2014년 03월 11일 03: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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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아베 정권은 국제사회에서는 대립하는 듯하지만, 시행하는 정책들은 사뭇 닮았다. 아니, 닮았기 때문에 서로 대립하는 것일 수 있다. 특히 원전 확대와 수출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꼭 닮았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다. 아직도 약 27만 명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방사능 오염수는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원전 해체와 복구에 수십 년, 최소 500억 달러(약 53조원)가 필요하다는 전망도 아베 정권의 원전 사랑을 막지 못한다.

일본 아베 정권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흔들림 없이 원전 재가동을 천명했다. 그리고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후쿠시마의 교훈을 망각한 일본 정부의 미래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도 원전 확대와 수출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23기인 원전을 2035년까지 최소한 39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그리고 원전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는 원전 수주 관련 기사가 뒤따른다.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도 원전 수주에 대한 의지가 드러난다. 산업부는 원전 발주가 가시화된 국가를 중심으로 신규 수주를 적극 추진하고, 금융·인력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역량을 확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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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교훈과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부품 비리와 뇌물 스캔들로 얼룩진 국내 원전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8월 뉴욕타임즈는 ‘원전마피아’를 언급하며 한국 정부가 국민의 안전보다 사업자의 이익에 더 급급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원전 규제 체계는 오히려 후쿠시마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산업부는 원전 진흥 정책과 함께 원전 비리에 관한 관리·감독권까지 맡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밝힌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정책이다.

일본 도쿄전력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최소 29건의 원전 결함을 은폐했다. 2009년에는 고노 다로 중의원이 일본 원전의 안전 불감증을 폭로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마저 강진 발생과 이로 인한 원전 사고를 경고했다. 하지만 일본은 경고를 무시했고,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재앙을 겪었다.

우리나라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국내 원전에서 발생한 고장 사고만 34건에 이른다. 은폐와 비리가 난무하고 이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원전 확대 정책에는 변함이 없고, 원전 규제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후쿠시마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원전 재가동과 수출을 부르짖는 일본과, 원전 확대와 수출 정책에 열을 올리는 한국. 여기에 우리나라 서해를 접하고 있는 지역에 다수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는 중국까지 더해지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초미세먼지의 습격’을 몸소 체험한 국민들에게 중국 원전의 위협은 한층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신채호 선생의 말을 되새겨야 한다. 이 말은 침략의 역사를 왜곡하고 외면하려는 일본 정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비단 ‘민족’과 ‘국가’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방사능은 국경과 민족을 초월한다. 후쿠시마의 교훈을 잊고 있는 일본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인들이 함께 협력해야만 ‘탈핵’을 이룰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정책이 원전 수주 비즈니스가 아닌 동아시아 탈핵 협력으로 전환할 수는 없을까. 그 답을 정부에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후쿠시마 3주기와 박근혜 정부 1년을 맞은 우리의 현실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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