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내부 성차별 사건에 공개 사과
        2014년 03월 10일 06: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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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이 이례적으로 조직 바깥으로 알려지지 않은 내부의 성차별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해당 사건의 진상조사 결과를 먼저 공개했다.

    10일 민주노총은 ‘나이 차별, 성 차별 사건에 관한 민주노총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6월 후원주점에서 있었던 사건을 ‘나이 차별과 성 차별적 폭력행위’로 규정했다며 앞으로 이를 지양하기 위한 방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술자리에서 민주노총의 남성 고위 간부가 젊은 여성 활동가에게 반말로 “나이가 어린 데 대단하다”는 발언을 반복적으로 하는 등 나이와 성 차별 발언을 지속했던 사건이다.

    피해 당사자는 그 자리에서 나이와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며 직접 문제제기를 했으나 가해자가 오히려 “성폭력 사건으로 문제제기 하는 것 아니냐”며 희화화하면서 피해자가 공식적으로 민주노총에 해당 사건을 제기했었다.

    민주노총은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한 즉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두 차례에 걸쳐 조사를 벌였으며 피해자와 피해자 대리인 측의 요구에 따라 가해자는 △중앙집행위원회에 사과문 제출 △반성폭력 교육 3회 이수 및 소감문 여성위원회 제출과 더불어 민주노총은 △사건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 공개 △3회에 걸쳐 기관지 <노동과 세계>에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운동 등에 대한 기고문 게재 등의 후속 조치를 합의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에 대해 “사건 발생 이후 긴 기간 동안 끊임없이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고, 신상의 공개, 이후 활동의 방향, 타인의 시선까지 모든 것들을 점검 해본 후, 민주노총에 신고했다”고 설명하며 “피해자의 용기 있는 신고에 감사를 표하며, 우리 조직이 좀 더 구체적인 평등을 실천하고 차별받는 사회적 소수자들과 연대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약속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민주노총은 강령과 기본과제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천명했지만, 현실은 나이, 성별 및 성정체성, 인종, 장애/비장애 여부에 따라 우리 스스로를 구분 짓고 차별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하며 “나이가 적다고 무조건 반말로 하대하는 행위, 청소년 활동가를 무책임하거나 미성숙한 존재로 무시하는 행위에 대해 ‘유교 문화의 예의범절’로 포장하지 않고 동지적 관계, 평등사회 만들기에 걸림돌이 되는 행위로 규정하고 일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의 고통들을 줄 세우고 사건의 경중을 따지던 조직의 악습을 답습하지 않겠다”며 “성폭력이냐 아니냐 라는 소모적인 논쟁을 넘어 ‘문제가 되는 상황’을 여성주의적 언어로 해석하고 민주노총이, 그리고 우리 조합원이 변화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또한 사건 당시 가해자의 발언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피해자 동지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가해자는 사건이 민주노총에 접수된 직후 잘못을 인정하며 자숙의 의미로 스스로 직무정지를 통해 반성의 시간을 보냈으며, 지난해 연말 중집에 사과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진상조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이상진 부위원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앞으로도 민주노총은 이러한 사건이 벌어질 때 사건을 감추거나 축소하지 않고 결단력있게 해결해 나갈 것”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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