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체협약, 휴지조각으로 만들겠다
    '노동자 노예, 자본가 천국'의 노동현장 만들겠다는 박근혜 정권
        2014년 03월 07일 10: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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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공화국에서 노동조합이 정권의 정책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이면 무조건 “불법파업”으로 내몰린다. 법률로서 파업의 목적이 “임금 및 기타 근로조건”만 정당한 파업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우리 노동조합 내부에도 “정치파업”은 무조건 반대하거나, 마치 정치파업을 조합원의 권리와 이익과 무관한 것으로 취급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불과 보름전(2/19)에 실시한 민주노총 2.25국민파업에 대한 조합원 총회를 앞두고 노골적으로 ‘반대’를 선동한 조직도 있었고, 총회 결과도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부결”되었다.

    노동조합 활동, 노동자들의 권리를 규정한 법과 제도를 정부에서 또는 정치권에서 개악시켜 버리면 개별 노동자의 권리도 그만큼 직격탄을 맞게 마련이다. 그런데 정치파업이 “불법”이고 “남의 일”처럼 취급되는 게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정치가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을 위협할 때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2월 25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하여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그러자 방송과 언론들은 침이 마르도록 찬양하며 소위 ‘박비어천가’를 부르고, 관계부처 장관들을 앞 다투어 실행 계획들을 쏟아낸다.

    고용노동부(장관 방하남)는 5일 “효율적인 인력 운용을 가로막는 노조 동의권(합의) 남용 등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통해 기업 경영의 유연성을 제고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세부 실행과제’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낡은 노동시장 제도와 관행 등 노사문화를 개혁하여 신고용노동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기업 내부 유연성 확보’ 및 ‘합리적 교섭 관행 정착’ 방안으로 이런 내용을 제시했다.

    박근혜 정권은 이를 위해 민간기업의 단체협약상 정부가 보기에 불합리한 규정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반영한 “임단협 교섭 지침”을 내놓을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앞세워 공공기업의 인사·경영 관련 단협 조항을 방만 경영의 원인으로 꼽으면서 개정을 요구한 것처럼 민간기업의 단협에도 사실상 개입하겠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권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고, 복수노조 교섭 창구를 단일화시키는 노동법 개악을 자행했다. 그에 따라서 곳곳의 개별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지부, 지회)의 전임자 축소와 노조 활동이 위축되었고, 곳곳에서 어용 복수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조를 말살하면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명시한 단체협약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이제 박근혜정권이 이를 이어받아 “개별 사업장의 단체협약을 자본의 입맛에 맞게 바꾸라”는 협박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내용 중 “효율적인 인력운영을 가로막는 노조 동의권 남용”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사 경영에 관한 불합리한 내용”이 무슨 뜻인가?

    발레오만도

    현대차 협력업체인 경주 발레오만도에 복수노조 ‘어용노조’가 들어선 후 중역이 조합원들을 ‘화랑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기압을 주고있는 장면이다. 민주노조가 무너지면 저 꼴을 당한다

    단체협약에서 회사 마음대로 정리해고나 배치전환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내용은 자본가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침해한 “불합리한 관행”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부분의 단협은 폐기하고, 자본가들이 마음대로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차 투입과 하도급 전환, 생산물량 조정 등 현재 우리가 단체협약으로 노사간 합의(심의 의결)하도록 되어있는 단협은 자본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관행”이기 때문에 모조리 없애고 자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박근혜가 주장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없을 때 선배 노동자들은 회사 측이 주면 주는 대로 임금과 복지혜택을 받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다가 어느 날 “너는 내일부터 회사에 나오지 마. 집에 가” 이 한 마디로 잘리는 신세였다.

    1987년, 그래서 선배 노동자들은 이러한 노예 같은 삶을 거부하고,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자도 인간답게 살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1998년 1만명의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회사 밖으로 쫓겨났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지난 27년 간, 조합원들의 고용안정과 적정 노동강도 유지, 노동환경 개선, 임금과 복지향상을 위해 수많은 파업투쟁과 단체교섭을 통해서 현재의 단체협약을 확보했다.

    그런데 이제 박근혜 정권이 직접 나서서 현대자동차 노사간에 체결한 단체협약 중 자본이 불리하고 노동자에게 유리한 내용들을 모조리 “불합리한 관행”이라는 이유로 없애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다.

    단체협약을 어떻게 정부가 바꾸냐고요?

    ​​나는 지금까지 2년이 넘도록 대구고등법원 경주지원에서 진행 중인 재판이 하나 있다.

    검찰 측은 나에게 “노동부의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거부했기 때문에 피고 박유기를 법에 따라 처벌하라”고 주장하고, 나는 “헌법 제33조에 기초하여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그 노동조합이 합법적인 지위로 회사 측과 단체교섭을 했고, 합법적인 단체행동을 통해서 노사간 자율적 교섭의 결과물로 문서화된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헌법의 하위법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으로 단체협약의 내용 중 일부를 시정하라는 명령은 헌법적 가치인 노동3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나는 무죄다” 이렇게 맞붙어 아직까지 법정 다툼을 하고 있다.

    이 사건은 이명박 정권이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노동법 개악 후 포항, 인천, 경주, 대전, 광주, 천안 등 전국의 노동부 지방청에서 금속노조 소속 시업장의 단체협약을 분석해서 “개악된 법률에 맞도록 단체협약을 시정하라”는 명령을 각 사업장 노사에게 내렸다.

    당시 내가 금속노조 위원장을 할 때인데 금속노조는 “단체협약 시정명령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부정하는 잘못된 명령이기 때문에 전면 거부하라”는 지침을 전국의 소속 사업장 노조(지부,지회)에 내렸다.

    따라서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노조(지부,지회)들이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일제히 거부하자, 노동부 산하 전국지청에서 위원장인 나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1조(단체협약의작성) “③행정관청은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93조(벌칙)에 의하면 “31조 3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을 위반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 박근혜 정권의 고용노동부가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보면 각 사업장에서 체결된 단체협약을 분석해서 자본가(사용자)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과 경영권을 제약하는 내용들을 모조리 찾아내어 “합의(심의의결)”조항을 모조리 없애라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의 임단협 교섭 지침을 먼저 내리고, 이를 노동조합(지부,지회)이 거부할 경우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진행된다면, 회사 측은 당연히 “정부기관인 고용노동부가 시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해당 단체협약 내용을 없애거나 “협의” 수준으로 바꾸자”는 요구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지부,지회)이 이를 거부 할 경우 노동부는 위원장(지부장,지회장)을 검찰에 고발할 것이고, 그러면 위원장(지부장,지회장)들은 줄줄이 법정에 서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지금 이런 엄청난 일을 추진하겠다고 만천하에 선언하고 있다.

    우리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노동기본권을 명시한 단체협약마저 박근혜 정권이 직접 나서서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노동자는 과거처럼 노예로, 자본가에게는 그들만의 천국을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어쩔 것인가?

    이런 상황까지 노동자의 눈으로 똑똑히 보면서도 ‘정치파업’은 불법이니 하지말자고 할 것인가? 이래도 현 정권에 맞서는 정치파업이 남의 일인가? 그래서 이대로 앉아서 죽은 뭐처럼 가만히 당하고 말 것인가? 아직도 금속노조,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이라는 구호가 헛소리로 들리는가?

    ​정신을 차리고, 전열을 정비하고,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자본가들에게 ‘인사권’과 ‘경영권’이 있다면 우리 노동자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게 ‘파업권’이 있는 것이다. 저들이 인사 경영권을 차지하려고 발악을 한다면 우리 노동자들은 파업권으로 그들에 대항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너무나 선명한 계급간의 갈 길이지 싶다.

    필자소개
    현대자동차노조 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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