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진당, 정당 해산 대응책 고심
    정의-노동당 등, 독자적 생존 부심
    [지방선거와 진보] 해산되면, 전면 투쟁 vs 무소속 출마 ?
        2014년 03월 05일 11: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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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 창당 선언으로 인해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변수가 생겼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야권 분산으로 인한 어부지리 효과를 단념해야 하고 정당지지율이 새누리당에 근접하는 제1야당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또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서 통합신당이 무공천을 선언함에 따라 기초선거에서의 지형 변화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진보정당들의 모습은 서로 상이한 전략을 갖고 각개약진하고 있는 양상이다.

    통합진보당

    통합진보당(통진당)의 경우 지방선거 1천여명 출마 선언 등 내부 결의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면서 이석기 의원 재판과 정당해산 심판 청구에 맞서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통진당 내부적으로는 정당해산 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진당과 전략적인 관계의 인터넷매체 <민중의 소리> 기사에 따르면 통진당은 정당해산 심판 청구에 대해 3가지 경우를 예상하고 있다. 첫째 정당해산 심판 본안 선고와 가처분 결정이 지방선거 이전에 나오지 않는 경우, 둘째 5월경 정당해산 심판 본안 결정이 내려질 경우, 셋째 본안 선고는 나오지 않지만 가처분 결정이 지방선거 이전에 나올 경우이다.

    통진당은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경우가 첫째라고 보고 있으며 지방선거 이전에 본안 선고나 가처분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고 그 내용에서도 통진당 정당해산 결정이 나오거나 가처분 결정만 나오더라도 지방선거에 통진당 이름으로 출마하는 것이 봉쇄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민중의 소리> 기사를 보면 통진당으로서는 가장 곤혹스러운 결과가 본안 선고는 내려지지 않고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고, 가처분 결정의 내용이 사실상 통진당의 선거 출마를 봉쇄하면서도 ‘탈당 금지’ 결정의 실행에 유예기간을 두어 그 유예기간 사이에 통진당 내부에서 탈당 등 논란과 분열이 발생하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통진당 내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 등에 따르면 헌재 판결이 지방선거 전에 내려질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두고 일정한 의견 차이가 당 내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당해산 결정이나 가처분 신청이 내려지면 선거 출마는 전면 포기하고 통진당 탄압 규탄과 박근혜 퇴진 등을 내걸고 전면적인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입장과 합법정당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선거 무대응은 적절하지 않고, 정당해산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을 경우 출마자를 중심으로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입장의 차이가 그것이다.

    하지만 <민중의 소리> 기사에서 보듯이 “유예기간 중에 탈당을 하거나 탈당서를 선관위에 제출하는 행위는 사실상 ‘전향서’ 또는 ‘준법서약서’를 제출하는 행동”이라고 규정하여 후자의 입장에 대해서 사전봉쇄하려는 태도가 통진당 당권파와 주류의 입장인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그 관계자에 의하면 최악의 경우 정당해산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결의를 다지는 의미에서 통진당 당원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행동 통일을 하고 함께 실천을 한다는 일종의 결의문을 조직하고 있다고 한다.

    즉 통진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1,000여명의 후보를 출마시키고, 종북몰이 공세에 공세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도 ‘정당해산 심판’ 관련한 선고가 지방선거 전에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지방선거 출마가 봉쇄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통진당의 지방의원 및 단체장은 100여명이 넘는다.

    진보4당

    정의당

    정의당의 경우는 다소 이중적이다. 통합신당 창당 선언으로 그동안 정의당 일각에서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안철수 세력과의 연대와 재편을 모색하려는 흐름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천호선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 노회찬 전 대표들이 통합신당과 거리를 두고 통합신당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며 진보의 독자적인 길을 걷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는 상황에서 합류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으로서는 통합신당과의 선거연대 등에 대해서 문을 열어 놓고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자체 역량으로 독자 생존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새누리당-통합신당의 양당 체제가 가동할 것으로 예상되고, 또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서울-경기의 의미 있는 후보 카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지방선거가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정의당의 인지도 자체가 낮은 것도 내부적으로 큰 걱정이다.

    그래서 정의당의 선거 방침은 광역단체장 선거에 적극 참여하여 낮은 정당 인지도를 높이고, 현재 45여명이 현역으로 있는 기초의원 선거에 집중하여 실리를 확보하는 것을 기조로 하고 있다.

    기초선거에서는 일정한 변수들이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즉 통합신당이 기초선거에 무공천을 하기 때문에 2번 후보는 없어진다. 무소속으로 후순위의 기호를 받기 때문이다. 또한 통진당이 지방선거 이전에 정당해산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럴 경우 기초의회 선거의 후보 구도는 ‘새누리당-정의당(또는 노동당, 녹색당)-무소속’으로 짜여진다.

    노동당과 녹색당

    반면 노동당은 정의당과 약간 다른 전략을 설정하고 있다. 단체장 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거나 못하는 상황이고, 광역의원 후보 중심으로 선거전략을 짜고 있다.

    70여명의 지역구 광역의원 후보를 출마시켜 당 지지율 2% 이상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초의회에는 당선 가능한 사람을 중심으로 출마시킨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후보의 숫자와 무게 중심은 광역의회 선거로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노동당의 지방의원 수는 14명 가량이다.

    하지만 2인 이상을 뽑는 기초의회 선거와 달리 광역의회 선거는 1인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이고 또 모든 정당들이 후보를 공천하는 정당선거이다. 새누리당-통합신당의 양당 구조가 강하게 작동하고 1인 선출의 소선거구제 시스템에서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어렵게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의 경우도 자체 역량 등에서 매우 제한적인 지방선거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민 구미시의원이 재선에 도전하고, 서형원 과천시의원이 과천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과천시장에서는 서형원 녹색당 의원과 황순식 정의당 의원이 경선 등의 과정을 거쳐 단일화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밀양송전탑 반대 투쟁 등 녹색 의제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지역에서 당 후보를 출마시키는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보혁신회의 준비모임(정의당, 노동당, 노동정치연대, 진보교연, 민주노총)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들의 통합 논의와 선거공조 체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들의 소모적이고 자해적인 경쟁 구도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통진당의 지방선거 출마 봉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또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의 경우는 전략적으로 집중하는 선거의 단위가 서로 다르거나 또는 출마자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겹치는 곳에 별로 없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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