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리법인약국 허용,
    자본의 이윤 창출을 위한 꼼수
    [민중건강과 사회] 의약품 유통 독점은 약값 상승 귀결
        2014년 03월 04일 02: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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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2월 발표된 <보건의료분야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이하 투자활성화대책)은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 부대사업 확대, 원격의료 활성화 등 의료상업화를 심화시킬 정책들의 종합 패키지이다.

    대부분 정책들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정책인 가운데, ‘영리법인약국 허용’ 조항이 포함되어 역시 의료민영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영리법인약국 허용’ 조항의 내용은 법인에 의한 약국 개설을 허용하는 동시에 1개의 법인이 여러 약국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이를 위해 정부는 ‘약사 한 명이 한 개의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는 약사법 조항의 개정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영리법인약국을 허용하면 약국간 경쟁을 통해 약제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직능단체인 약사회와 사회운동진영은 영리법인약국 허용이 기업형 체인약국의 등장을 초래할 것이며, 의약품 유통과정이 독점화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영리법인약국 허용 방안은 사실 오래전부터 추진되어온 정책이다. 2008년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2009년 ‘전문자격사 시장의 선진화 방안’에서 언급된 후 이번 투자활성화대책에서 구체화된 것이다.

    영리법인약국 = 기업형 체인약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 영리법인약국 허용은 단순히 약제서비스의 질 향상이라는 관점으로 볼 수 없다. 의약품 유통구조의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점에서 기업형 체인약국을 도입하려는 정책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영리법인약국

    약사 한 명이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기존 약사법이 개정되고 법인약국이 허용될 경우, 즉각적으로 하나의 법인이 여러 약국을 소유하는 체인 약국이 가능해진다. 현재 존재하는 온누리약국이나 메디팜과 같은 체인약국은 브랜드만 공유할 뿐 유통구조는 개별적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법인약국이 허용될 경우 실질적인 체인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투자활성화대책에서 법인약국의 형태는 ‘유한책임회사’라는 영리법인의 형태로 규정되어 있다. 정부는 약사면허 소지자만이 참여하는 유한책임회사의 형태로 허용할 경우 대자본의 개입이 불가능하므로 ‘기업형 체인약국’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한책임회사라는 형태는 회사 설립이 까다로운 주식회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몇 가지 규정을 완화한 것으로, 기본적으로 주식회사와 동일한 개념이다. 유한책임회사는 주식회사와 같이 직접적인 자본 투자가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얼마든지 자본 투자가 가능하다.

    극단적인 예로, 재벌 기업이 자본을 투자하여 법인을 설립하고 허수아비 사장을 세울 경우 현실적으로 이를 제재하기 힘들다. 또한 유한책임회사는 주식회사와 마찬가지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 있으므로 제3자를 업무집행자로 세울 수 있으며, 재벌 기업의 대리인이 업무집행자가 되는 것 역시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부는 안전장치를 통해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안전장치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이라 확신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자의적인 해석으로 영리약국을 허용하려는 정부의 꼼수

    정부는 2002년 내려진 ‘법인명의로 약국을 운영할 수 없게 한 약사법 규정 헌법 불합치 결정’을 근거로 영리법인약국 도입을 주장한다. 하지만 당시 판결 내용을 보면 ‘법인약국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을 뿐 그 법인의 형태가 영리법인이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판결문에서는 법인에 의한 약국 개설을 허용해야 한다는 근거로 의료법을 들고 있는데, 의료법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법인의 형태를 비영리법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의 건강과 관련한 공익성이 중요하기 때문임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법인약국을 허용하면서 그 형태를 영리법인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오히려 2002년 판결의 내용에 반하는 것이다.

    또한 판결문에는 법인약국을 허용할 경우 기업형 체인약국의 등장 및 그로 인한 부작용의 확대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대체할 합헌적 법률을 입법할 때까지 법규정을 존속케 한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점에서 보더라도 현재 영리법인약국을 도입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대안이 나오기 전까지 보류한다’는 판결에 위배되는 성급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영리법인약국 허용으로 처방약 구비, 심야약국 운영 등 약제서비스의 질 향상이 이루어질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약국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이러한 개선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의약품의 효과보다는 수익이 많이 남는 약 위주로 판매할 가능성, 인건비 절약을 위해 심야약국 운영을 회피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보인다. 지금도 체인약국에서는 마진이 많이 남는 일부 상품을 강권하거나, 인건비 절감을 위해 무자격자를 고용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기업형 체인약국 허용 = 의약품 유통구조의 독점화

    기업형 체인약국이 일반화될 경우 의약품 유통구조가 독점화될 것이다. 우선, 영리법인약국이 허용될 경우 이미 존재하는 체인약국과 드러그스토어가 중심이 되어 기업형 체인약국이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체인약국들은 제약회사 혹은 의약품 유통업체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조아제약은 체인약국 메디팜을 자회사 형태로 가지고 있으며, 또 다른 체인약국인 리드팜과 마이팜은 의약품 도매유통업체에 의해 탄생한 체인들이다.

    기존의 법제도에서는 제약사-약국, 도매유통업체-약국 형식의 독점 유통이 불가능하지만, 영리법인약국이 허용될 경우 이러한 제한이 사라진다.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가 허용되면서 급속한 성장세를 타고 있는 드러그스토어들 역시 영리법인약국이 허용될 경우 기업형 체인약국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 의약품 도매유통업체인 지오영 역시 드러그스토어 사업으로의 진출을 앞두고 있는데, 영리법인약국이 허용될 경우 기업형 체인약국으로의 전환을 통해 의약품 유통과 판매를 아우르는 독점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다.

    이렇게 제약회사 또는 의약품 유통업체와 연계한 체인약국 및 드러그스토어는 자본과 시장 장악력을 가지고 개인약국의 체인화, 대형화를 주도할 것이며, 이는 의약품 유통시장의 독점화로 이어질 것이다. 거대 자본이 편의점, 마트 등을 통해 동네 상권을 장악한 것과 유비할 수 있을 것이다.

    영리법인약국이 허용되면서 의약품 유통시장이 독점화된 구체적인 사례로 노르웨이를 들 수 있다. 2001년 영리법인약국이 허용된 후 10년만에 노르웨이 약국의 85%를 단 3개의 법인이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각자 독점적인 유통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의약품 유통구조의 독점화는 국민의료비 상승을 야기할 것

    약국의 주 수입원은 조제료와 일반의약품 판매다. 약국 시장에 진출하는 자본의 입장에서 조제료는 국가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일반의약품의 경우 정부의 통제 수단이 거의 없고, 시장논리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으므로 초기에는 일반의약품 시장을 중심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형 체인약국의 독점적인 의약품 유통구조는 직접적으로 일반의약품 시장의 확대와 약가의 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기업형 체인약국이 독점하고 있는 유통구조의 영향으로 일반의약품 가격이 매우 높게 형성되어 있다. 약가가 높다는 미국에 비해서도 일반의약품 가격이 8~10배 정도 높아 국가적인 문제가 되었을 정도다. 칠레의 경우에도 3개의 대형 체인약국이 약국 시장을 독점한 탓에 일반의약품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독점적 유통구조의 영향은 약제비 상승으로 인한 건강보험의 재정악화와 국민의료비 상승으로 나타날 것이다. 일반의약품을 넘어서서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약제비 및 조제료에도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큰 문제다.

    기업형 체인약국은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마진이 적게 남는 값싼 제네릭 의약품 대신 마진이 많이 남는 고가 의약품을 선호할 것이다. 건강보험에 의해 보장되고 있는 전문의약품의 생산,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독점적인 시장 장악력을 무기로 조제료 인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초과 이윤은 기업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며, 그로 인한 부담은 직·간접적인 약가 인상을 통해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국민 약제비의 지속적인 상승은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와 국민의 의약품접근권의 약화를 초래 할 것이다.

    투자활성화대책이 의미하는 것

    정부의 주장대로 심야·휴일 약국 영업 활성화, 처방약 구비 등 약제서비스 개선이 목적이라면, 영리법인약국 허용이라는 뜬금없는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약제서비스에 어떤 문제가 있고 그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과 대책에 대한 연구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답을 정해놓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자의적인 근거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영리법인약국의 허용 방안은 투자활성화대책에 포함된 다른 의료민영화 정책과 마찬가지로 국민 건강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자본의 이윤 창출 방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 중 하나다. 우리가 투자활성화대책에, 의료민영화 정책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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