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 정기대의원회 파행 유감
    [기고] 조직 발전전망 등 진정성 있는 대화와 토론 절실해
        2014년 03월 04일 11: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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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8일에 공공운수노조·연맹 정기대의원회가 있었다. 나는 공공운수연맹의 대의원으로 회의에 참석했고 의무금 인상(안)에 대한 토론이 끝나고 표결에 들어가기 직전에 퇴장했다. 내가 퇴장할 때 남아있던 공공연구노조의 대의원들도 모두 퇴장했다. 시간은 이미 오후 7시가 다 되었고 성원을 겨우 넘나들던 회의는 결국 유회되었다.

    회의가 끝나고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오랫동안 신뢰해온 활동가 동지였다. 결국 그렇게 의사 표현을 할 수밖에 없었냐고 내게 물었다. 현 집행부의 무성의와 오만함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의사 표현 방법이 따로 없었다고 답했다. 동지는 대의원회를 보면서 그 어떤 지혜도 신념도 발견하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동지의 원망어린 문자에도 가슴이 아팠지만 이번 정기대의원회의 처음부터 끝까지 나도 고통스러웠다. 돌이켜 본다. 내가 퇴장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집행부에서 다른 곳에 있던 대의원들까지 부랴부랴 불러왔으니 나를 비롯해서 공공연구노조 대의원들이 모두 자리를 지켰다면 성원은 간신히 되었을 것이다.

    연맹 의무금 500원 인상하는 안건은 표결 끝에 원안대로 통과되었을 것이고, 그 후로는 성원과 시간에 쫓겨 2014년 사업계획과 예산, 조직발전 방안, 가맹조직 제명까지 일사천리로 처리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면 정기대의원회는 무사히 끝났을지 모르지만 공공운수노조·연맹의 파행은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공공대대

    지난달 28일의 공공운수노조연맹 대대 모습

    공공 산별 전환, 사실상 제자리 걸음

    여기에서 산별 전환을 둘러싼 과정을 대략 정리해 보자. 2011년 6월 공공운수노조가 출범하면서 2012년 12월까지 공공운수연맹 해산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추가로 산별 전환을 하는 곳이 거의 없어서 실패했다. 2012년 하반기 내내 공공운수노조·연맹 조발특위에서는 향후 산별건설 경로를 놓고 공공운수노조가 유일한 경로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2013년 2월 정기대의원회에서 공공운수노조·연맹은 공공운수노조 뿐만 아니라 자생적으로 조직되는 소산별노조까지 인정하기로 기본 방침을 변경하고, 산별 전환(연맹 해산)에 대한 연차별 실행계획은 조직발전·조직진로 현장 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여 2013년 하반기 임시대의원회에 초안을 보고하고 2014년 정기대의원회에 상정하기로 하였다.

    2013년 정기대의원회에서 결정한 방침은 계획대로 집행되지 못했다. 이번 정기대의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정기대의원회에서 산별 전환의 동력을 새롭게 형성하기 위해 결정한 공공기관 사업 강화 등이 7월 이후 공공기관사업본부 출범, 민영화 저지 투쟁, 복수노조 대응 현안 등의 조건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되거나 제대로 시도되지 못하여 산별 전환(연맹 해산)을 연차별 실행 계획 수준으로 세우기 어렵다고 확인하여 하반기 임시대의원회를 소집하지 않았다고 했다.

    2015년 정기대의원회에 공공운수 산별 전환(연맹 해산) 실행계획 수립을 목표로 해서 2014년 정기대의원회에는 공공운수 산별 전환(연맹 해산) 추진계획을 제출한다고 했다. 결국 2011년 6월 이후 2013년 12월까지 2년 6개월이 지나는 동안 집행부는 산별 전환을 위한 아무런 성과도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공공운수노조·연맹의 지도력과 구심력은 약화일로에 있다. 새로 가입하는 공공기관노조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만 환경관리공단, 국민건강공단(사회보험) 등은 탈퇴했거나 탈퇴 결정을 해놓은 상태이고 탈퇴를 고민하는 지부들이 한두 곳이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산별 전환에 이미 실패했던 철도노조(운수노조 철도본부), 공공연구노조 등이 새로 산별 전환에 시도하거나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철도노조의 경우 2012년 하반기에 공공운수노조 전환 투표가 부결된 이후 수서발 KTX 민영화 저지 투쟁 현안으로 조직 진로 논의를 못하고 있다. 공공부문 연대투쟁의 발전이나 철도자회사 분할 관철 정도가 향후 논의의 수준과 내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공공운수노조·연맹 집행부는 진단하고 있지만 새롭게 산별 전환을 밀어붙일 동력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서울지하철노조, 도시철도노조 등을 포함하는 지하철노조들은 복수 노조에 대응하느라 산별 전환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상황이다. 철도노조는 거액의 손배 가압류로 인하여 상급단체 의무금을 전액 납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고, 지하철노조의 경우에도 복수노조의 조합비 인하 공세로 말미암아 의무금을 감당할 재정 여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설령 의무금 인상안이 통과되더라도 재정 적자의 해소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4년 정기대의원회는 의무금 인상보다 앞서서 알맹이 없이 진행되고 있는 산별 전환 추진계획을 면밀히 점검하고 공공운수노조·연맹의 조직발전 전망을 명확하게 세우는 자리가 되어야 했다.

    의무금 문제는 조직 발전 전망과 연결될 수밖에 없어

    집행부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회순 처리 순서에서 나는 의무금 인상(안)을 조직발전 전망과 묶어서 2014년 사업계획 및 예산보다 앞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것은 상식적인 제안이었고 집행부가 표결까지 이끌어갈 문제는 아니었다.

    의무금 인상 안건의 의결 주문을 보더라도 조합원 1인당 500원을 인상하고 2014년 정기대의원회에 2017년까지 산별전환 조직과의 의무 격차 해소 방안을 제출한다고 제시했는데 구태여 500원 인상안만을 따로 다룰 이유는 없었다. 그것이 표결로 가는 순간 나는 산별전환과 조직발전 전망에 관한 심도깊은 논의는 유야무야되고 말 것이라고 직감했다.

    결국은 그렇게 되고 말았다. 정기대의원회는 임시선관위를 구성해서 당장 필요한 선거를 진행하고, 규약 개정과 2013년 사업평가와 결산을 승인한 후에 의무금 인상(안)에 대한 표결 과정에서 성원 미달로 유회되었다.

    조직발전 전망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가운데 의무금 인상(안)만을 별도로 다루는 것에 대해서 반대했기에 퇴장했지만 공공연구노조는 지금껏 상급단체 의무금도 내면서 단 1명도 빼놓지 않고 납부했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연맹의 조직발전 전망에 대한 논의가 계속해서 이렇게 지지부진하다면 공공연구노조는 별도의 조직발전 전망을 세워야 할지도 모른다.

    이번 정기대의원회의 파행에 대해서 덧붙여 말할 것이 있다. 파행은 진작 예고되었고, 그것은 공공운수노조·연맹 집행부가 자초한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에서 벌어진 부정선거를 조사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서 상집위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통보한 것이 시작이다.

    그것은 명백히 선관위 활동에 대한 침해라고, 지난 19일에 열린 중앙위원회에서도 지적했지만 집행부는 그것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집행부가 자신들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과 동시에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철회했다면 중앙선관위원들은 사퇴를 번복했을 것이며 임시선관위를 구성할 일도 없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상무 위원장과 김애란 사무처장은 정기대의원회에 와서도 중앙선관위원들의 사퇴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와 중앙선관위 사이의 조직 갈등이며 심지어 상집위에서 중앙선관위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것이 규약과 규정에 근거가 있는 것처럼 호도했다. 그것이 정기대의원회 시작부터 격렬한 논쟁을 야기했고 필요 이상 시간을 지연하게 했다. 결과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정기대의원회를 다시 개최하고 조직발전 전망에 대해서 끝장토론이라도 해서 명확한 결론을 내는 일이다. 그것을 피해가려고 하면 파행은 계속되고 공공운수노조·연맹의 산별 전환은 끝없이 표류할 것이다. 지혜와 신념 뿐만 아니라 아집과 독선을 버리는 참된 소통, 진정성 있는 대화와 토론이 절실한 때이다.

    필자소개
    이성우
    전 공공연맹 사무처장이었고 현재는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이다. 노동운동뿐 아니라 요리를 통해서도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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