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미사일 발사와 남 3.1절 기념사
    3월초 동아시아와 남북관계 상황을 보며
        2014년 03월 04일 10: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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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 지속과 반응들

    북한이 연이어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27일 사거리 200여km의 단거리미사일 4기를 발사한 데 이어, 3월 3일 새벽에는 사거리 500여km 2기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27일 발사에 대해서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으나 3일 발사에는 강경해진 분위기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 고위 당국자가 3일 “북한의 오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면서 “(후속 조치는) 관련국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등에서는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놓고 안보리에서 제재 방안을 논의한 전례가 없어 실익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국 국방부는 27일 발사에 대해 “의도된 도발”이라고 밝혔으며 3일 발사에 대해서도 “비정상적 군사행동이자 무모한 도발행위”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미국 국방부는 27일 발사에 대해서는  “도발 행위로는 보지 않는다.” “북한은 흔히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해 왔으며 이번 발사 역시 그 일환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3일 발사에 대해서는  3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 대변인 젠 샤키가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비판의 톤을 높였다. 하지만 북한을 안보리에 회부할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2월 27일 발사와 3월 3일 발사에 대한 반응 차이의 원인은 가장 직접적으로는 사거리를 늘린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사거리를 늘려가는 것에 대한 엄포용 혹은 관리용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는 판단이다. 200여km든, 500km든 단거리미사일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500km로 늘어나면 미국과 지역 내 최대 동맹인 일본에 실질적 위협이 되므로 미국의 반응이 달라진다고 하나, 설사 500km라고 할지라도 일본을 사정권에 둘 수는 없다.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했지만, 당장 안보리에 회부할 것 같지는 않다. 유엔 안보리 결의가 북한에 대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추가 발사도 금하고 있지만, 단거리미사일에 대해서는 지금껏 결의 위반으로 회부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 등 때문에 안보리가 이에 신경 쓰고 결의를 모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사거리가 더 연장되어 일본을 사정권에 둘 수 있는 미사일을 발사하게 될 경우, 안보리 회부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지고 북한은 또 그에 반발해 한반도 상황이 급냉각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중국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비핵화 회담 재개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국내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다시 냉각시키는 것을 감수할지, 아니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다소 일방적이나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려던 자세를 지속할지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판단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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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3.1절 기념사 주요 내용

    한편 박 대통령은 1일 제95주년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의 과거사 부정 행태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태도를 보였다.

    일본이 군위안부 동원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 재검토팀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점을 겨냥해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으면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고 강조하고 그 책임이 아베 정권에게 있음을 적시했다.

    동시에 일본 국민 전체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그동안 쌓아온 한국과 일본, 양국 국민들의 우정과 신뢰를 정치가 막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그러나 아베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각의(국무회의) 결정으로 졸속 추진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아픈 과거사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관계를 발전시켜 올 수 있었던 것은 평화헌법을 토대로 주변국과 선린우호 관계를 증진~” 이라는 정도의 언급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일본변호사협회, ‘9조회’ 등 일본 내 양심적 세력과의 움직임과도 동떨어진 것으로, 너무 미국 눈치 등을 보고 있다고 판단되는 대목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날선 비판을 하지 않고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을 제안했으나, 여전히 북의 핵포기 등 정책변화를 강조하며 남북관계의 진전에 대해서는 소극적 입장을 드러냈다.

    자신이 대통령 직속의 통일준비위원회를 둔 데에 대해 ‘평화통일’을 위한 준비를 시작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는 통일대박론이나 통일준비위 발족 등이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목소리와 북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외에 그 제안에 대해서 북이 호응해 관계발전을 성사시켜 갈 구체적 제안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평화·협력의 새 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북한이 핵을 내려놓고 남북 공동발전과 평화의 길을 선택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해 작년 3.1절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도발을 중지할 때에만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수 있고, 남북한 공동 발전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밝힌 것에 비해 표현은 부드러워졌지만, 북의 핵포기만을 강조하고 우리의 상응하는 조치 등에 대해서는 천명하지 않았다.

    중국이 중심이 되어 비핵화 회담 재개와 관련한 미-중, 북-중, 중-한의 연속 회동 국면이 진행 중인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추구나 북의 호응을 이끌어낼 포괄적 타결 등에 대해 너무 소극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고민과 대응방향은?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맞물려 북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이에 대응하는 한미 당국의 “안보리결의 위반” 운운이 아직까지는 엄포용에 불과할 수 있으나, 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리거나 할 경우 실제로 안보리에 회부할 수도 있다. 실효성은 없다고 할지라도 말의 공방, 외교적 공방은 치열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한반도 상황은 실제로 급냉각돼버릴 수도 있다.

    평화를 강조하며 북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더 이상의 행동은 자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되, 정부 관계자 등이 안보리 결의 관련 발언을 선도하는 등의 언행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상황 관리를 넘어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일본의 우경화는 과거사 합리화-군사대국화 움직임이 수레의 양바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사 비판에 머물러서는 일본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힘들다.

    케리 국무장관 등 미국 측이 한-일간에 미래를 위한 협력을 강조하나, 제국주의-군국주의 행태로 얼룩진 과거사의 교훈은 힘을 통한 패권 추구는 결국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결코 선택할 수 없으며 평화와 공동 번영의 추구만이 선택할 수 있는 미래임을 강조해야 한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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