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배가압류는
    헌법상 파업권의 본질적 침해
    [기고]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의 법률적 문제
        2014년 03월 04일 09: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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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배가압류의 잔혹성과 반노동자성 그리고 민주노조 운동을 탄압하고 말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김상은 변호사가 그 법률적 문제점에 대해 기고해왔다. 한차례 더 기고글을 게재할 예정이다<편집자>

    “···내가 못 가진 것이 한이 된다.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악질자본. 박근혜가 대통령되고 5년을 또… 못하겠다. ···돈이 전부인 세상에서 없어서 더 힘들다.···”

    -전국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 故 최강서 동지의 유서 中

    1. 들어가며

    1990년대 이후 자본은 손해배상 및 가압류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노동조합의 파업을 진압했고, 민주노조를 파괴했다. 이에 대하여 노동자들은 자살이라는 최후의 수단으로 저항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노조 및 노조원에 대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가 지속되는 것은 상당부분 법원의 반노동자적인 태도에 근거한 것이다.

    따라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는 ‘위법한’ 쟁의행위의 책임주체 및 책임 한도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쟁의권의 법적 성격 및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에 대한 판례의 문제점에 대한 검토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2. 쟁의권의 법적 성격 : 집단적인 노무제공 거부를 위법한 것으로 보는 것은 헌법상 파업권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이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한다)제3조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민사면책조항의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은 “민사상 그 배상책임이 면제되는 손해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국한된다고 풀이하여야 할 것이고,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은 사용자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 대하여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1994. 3. 25. 93다32828,32835).

    노조법에는 단지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라고만 표현되어 있음에도 법원은 노조법에는 없는 정당성 요건을 면책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즉, 파업을 포함한 쟁의권이 헌법상 규정된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쟁의행위가 원칙적으로 업무방해의 불법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고, 단지 노조법이 정한 면책요건(주체, 목적, 절차, 수단의 정당성)을 갖춘 경우에만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쟁의권은 근원적으로 자유권적인 성격이 강하고 그 핵심적인 내용은 노동자가 자신이 지배하는 노동력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권리이며 노동력의 제공을 집단적으로 거절하는 파업은 이러한 자유의 가장 일반적인 표현 형식인 것이다. 따라서 집단적인 노무제공의 거절 그 자체를 위법한 행위로 파악하는 것은 자유의 본질적인 침해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며, 따라서 집단적인 노무제공의 거절 그 자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는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

    손배가압류 문제로 자결한 최강서 열사의 요구(금속노동자)

    손배가압류 문제로 자결한 최강서 열사의 요구(금속노동자)

    3.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

    현재 민주노총 사업장에서 정리해고반대 쟁의행위, 직접고용 요구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손해배상·가압류가 주로 문제된다. 그런데 아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법원은 쟁의행위의 목적의 정당성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인정하고 있고, 자본이 법원의 이와 같은 태도를 적극적으로 노동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가. 정리해고(구조조정) 반대 파업의 목적은 정당하지 않다?

    대법원은 정리해고 반대 목적 파업의 업무방해죄 성립여부와 관련하여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하여 하는 이른바 정리해고의 실시는 사용자의 경영상의 조치라고 할 것이므로, 정리해고에 관한 노동조합의 요구내용이 사용자는 정리해고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취지라면 이는 사용자의 경영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것이 되어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0242 판결 참조).

    또 단체교섭사항이 될 수 없는 사항을 달성하려는 쟁의행위는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4042 판결 참조)”고 판시하였고, 이를 민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논거로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최근 법원은 쌍용자동차 손해배상사건(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13.11.29. 선고 2010가합5252판결, 2009가합2325 판결),한진중공업 손해배상사건(부산지방법원 2014.1.17.선고 2011가합1647판결)에서도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법 제2조 제5호가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있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서 ‘해고’를 예시하고 있고, 그 ‘해고’에 근로기준법 제24조의 ‘정리해고’를 제외시킬 어떠한 근거로 찾아 볼 수 없음에도 대법원은 ‘정리해고’ 반대 목적의 쟁의행위가 위법하다고 판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이 “자본의 경영권 보장” 측면을 중요시 하면서 노조법 제2조 제5호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정리해고 반대 쟁의행위의 목적이 불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태도는 즉각 변경되어야 하며, 위 대법원 판례에 근거하여 정리해고(구조조정) 반대 파업의 목적이 불법이라는 전제하에 제기된 손해배상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나.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쟁의행위의 목적은 정당하지 않다?

    최근 현대자동차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회사인 현대자동차 등을 상대로 직접고용쟁취, 정규직과의 근로조건의 차별철폐를 주장하며 쟁의행위를 전개하고 있다. 이 경우 손해배상청구와 관련하여 원청회사를 상대로 한 직접고용 요구를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가 정당한가가 문제된다.

    울산지방법원은 관련 형사사건에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조 소속 근로자들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취지의 요구는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에 관한 요구가 될 수 없고, 피해자 회사는 아직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조 소속 근로자들의 사용자라고 볼 수 없으며, 공장을 점거하여 생산을 중단시키는 방식으로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 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가 종료되기 전에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울산지방법원 2012. 10. 25.선고 2011고정2123판결)고 판시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쟁취을 위한 쟁의행위의 목적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반면에 울산지방법원은 관련 민사사건에서 “피고 노조 조합원들은 원고 회사 울산공장 내의 사내하청업체 소속의 근로자로서 원고 회사에 2년 이상 파견되어 근무하였다면 원고 회사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원고 회사에 대한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러나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있다 하더라도 쟁의행위는 그 방법과 태양에 있어서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는 등의 반사회성을 띠지 않아야만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다”(울산지방법원 2013. 12. 19.선고 2010가합8156 판결)고 판시하여 앞선 형사판결의 취지와 달리 쟁의행위 방법 및 태양의 위법성을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노조는 현대자동차 등 원청회사가 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더라도 의견의 합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원청회사를 상대로 “임금 등 근로조건” 쟁취를 위하여 쟁의행위를 전개하게 된다. 이 쟁의행위는 노조법 제2조 5호의 “근로조건의 결정”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정당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직접고용쟁취를 위한 쟁의행위의 목적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다.

    만약 그 쟁의행위 과정에서 수단・방법상의 불법으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한다하더라도 원청회사가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교섭” 자체를 해태함으로써 노조의 쟁의행위를 유발된 측면이 과실상계의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

    4. 영업이익 손실의 문제 :노무제공거부로 인한 영업이익 손실을 노동자가 배상해야 한다?

    자본이 주장하는 손해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을 차지하는 것은 조업중단으로 인한 영업이익의 손실이다. 대법원은 영업이익의 보호법익성 유무를 거의 따져보지 않고 인정하는 태도를 유지해 왔다(대법원 2006. 10. 27. 2004다12240 등). 하지만 쟁의권 행사의 요체가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인데 이러한 행위 자체가 위법성을 띤다고 보는 것은 무리이다.

    직접 갈등관계에 있는 노사당사자 간의 기업내부적인 측면에서 볼 때 영업활동이라는 것은 근로계약이라는 법적인 매개수단을 통하여 자본과 노동의 결합, 즉 사용자와 노동자의 상호 협력에 의하여 이루는 것이고 거기에 노동자가 집단적으로 협력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위법한 침해의 가해행위로까지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의 영업이익은 파업과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 객관적으로 존중해야할 보호법익이 될 수 없다. 즉 집단적인 노무제공의 거절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는 원칙적으로 파업의 목적 자체가 위법하여 도저히 쟁의권의 행사로 볼 수 없는 경우가 아닌 한 배상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②

    5. 나오며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청구 문제는 쟁의권의 법적 성격에 대한 재조명과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에 대한 문제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집단적인 노무제공의 거절 그 자체를 위법한 행위로 파악하는 것은 파업의 자유의 본질적인 침해에 해당한다. 정리해고 반대 파업의 정당성과 관련하여 판례가 목적의 정당성을 부인한 것은 노조법제2조5호의 해석에 어긋나는 것으로 즉각 변경되어야 한다. 원청 회사를 상대로 한 직접고용 목적의 쟁의행위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쟁의권 행사의 본질이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인데 이러한 행위 자체가 위법성을 띤다고 보는 것은 무리이다. 따라서 집단적인 노무제공의 거절로 인한 손해는 원칙적으로 배상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

    헌법상 노조의 파업권을 사실상 무의미하게 하는 자본의 손해배상・가압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궁극적으로는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근거되는 현행 법령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참조>

    ① 조경배,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해석론 및 입법론의 재검토”,민주법학제51호(민주주의법학연구회.2013), 379~384쪽

    ② 조경배, 앞의 글, 385~386쪽

    필자소개
    새날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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