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5일 희망버스를 기다리며
    [기고] 민주노조 지키려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노동자들
        2014년 03월 03일 09: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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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들 하십니까? 가슴 뜨거웠던 대자보의 이름이었습니다. 저는 유성기업 아산공장 지회장 홍종인입니다. 경부고속도로 옥천 나들목 옆 광고탑에서 140일째 고공농성 중인 이정훈 영동공장 지회장을 생각하며 글을 써봅니다. 저 역시 그곳에 129일 동안 있다 우리의 문제를 좀 더 알려내기 위해 며칠 전 내려왔습니다.

    2011년 비가 많이 오던 그해 여름입니다. 아산 공장 근처 비닐하우스에서 먹고 자던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도로 하나 건너 회사 정문이 보이지만,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노동자들은 용역깡패가 던진 소화기에 두개골이 함몰되고, 광대뼈가 으스러져 병원으로 실려가야 했습니다.

    2011년 그날부터 오늘까지의 삶은 제 자신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성 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에 맞서 누군가는 쥐어야 하는 마이크를 잡고, 동분서주하다 보니 어느덧 수배자가 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 구속과 2번에 걸친 해고, 151일간의 굴다리 고공농성을 이어, 며칠 전 옥천IC 광고탑에서 다시 129일간 고공농성을 해야 했습니다.

    이미 2009년에 실시하기로 약속했던 심야노동 폐지, 주간연속 2교대제로 우리 노동자도 밤에 잠 좀 자자던 소박한 바람이었습니다.

    2009년 노사 합의는 간단했습니다. ‘2011년부터 주간2교대제를 실시하되, 노사 협의한다’ 였습니다. 그 약속에 따라 2011년 1월부터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예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유인책이자, 시나리오였던 것을 우리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전체 조합원 78%의 높은 지지로 가결된 그날로 기다렸다는 듯 사측은 직장폐쇄에 들어갔고, 엄청난 수의 용역깡패들을 투입했습니다. 그렇게 가혹한 유성기업 사측의 탄압이 시작된 2011년 5월 18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어버렸습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정신을 계승하는 그날……. 충청남도 아산시 둔포면 운용리 소재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는 민주노조를 파괴하려는 시나리오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며, 공격적 직장폐쇄로 용역깡패가 회사 정문을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검경은 수배와 구속을, 유성자본은 손해배상 청구와 징계를 통해 유성지회 노동자들을 분열시켜야 한다는 문건이 경찰서 보고 자료에서 나왔고, 현대자동차 총괄 구매이사 차량에서는 유성기업 노조파괴 전략집이 나왔습니다.

    2011년 7월 시행된 복수노조법을 악용한 유성자본의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십여 년 이상 한 가족 같았던 조합원 선후배를 갈라놓았습니다. 서로에게 씻을 수없는 상처에서 사람으로선 차마 맡을 수 없는 냄새의 피고름이 끊임없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유성

    2차 고공농성 돌입 회견(사진=금속노조 유성지회)

    회사 측과 정권이 총체적으로 계획한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2012년 9월 국회 용역폭력 청문회에서 처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국정원, 청와대, 노동부, 경찰서, 그리고 원청인 현대자동차 등 유관기관이 유기적으로 함께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에서 작성하고 유성자본이 실행에 옮깁니다. 이명박 정권하의 총체적인 민주노조 기반 파괴의 일환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우리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충청권 민주노조 운동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전국적으로 민주주의의 산실이 되는 민주노조 운동의 말살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국회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이런 부당노동행위는 전체 사회를 분노케 만들기도 했습니다. 노동부와 검찰이 서둘러 특별근로감독과 공장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에 나서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해체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불법적으로 직장폐쇄하고, 용역깡패를 사주한 살인적 폭력도 모자라서, 부당징계와 해고, 지속적인 현장 탄압에 나선 유성자본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유례없이 노동부와 경찰이 몇 번에 걸쳐 검찰에 구속기소 의견을 보냈지만 무슨 일인지 검찰은 세 번이나 자료 보완 요청 형식으로 2년여 동안을 끌더니 최근 불기소(혐의 없음) 증거불충분이라는 면죄부를 주고 말았습니다. 현재 대전고검에 항소를 해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최근 노동부에서는 관련 자료를 국회에 자료를 제출했는데, “기소 의견으로 송치 지휘를 건의하였으나, 검찰 지휘에 의거 불기소(혐의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다는 진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노동자들만 20여명이 병원으로 실려가야 했고, 16명이 구속되고, 27명이 해고되고, 60여명이 출근정지를 당하는 등 3년 가까이를 탄압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죄 지은 저들도 처벌해달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노동자를 위한 노동법은 사라졌고, 법은 노동자를 제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였습니다. 검찰 불기소 입장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특별검사제를 실시하여 진실을 밝히고,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불법성을 심판해야 합니다.

    2011년, ‘천 원짜리 피스톤링! 완성차 라인 중단!’, ‘고연봉 노동자 불법파업’, ‘국내 자동차업계의 경제적 손실’ 등 왜곡된 여론으로, 유성기업 노동자 투쟁을 불법화하고, 직장폐쇄 5일만에 4000여명에 달하는 공권력을 전격 투입해 530여명의 전체 조합원을 연행하며 제2의 쌍용차를 만들었던 이명박 정부를 이어 박근혜 정부는 지금도 이렇게 민주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묵인하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유성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수많은 민주노조 사업장이 같은 방식으로 무너져갔습니다. 이것은 단지 창조컨설팅 노조파괴 시나리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정권과 자본은 이 사회의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기반을 파괴하고자 한 것입니다. 최근 철도노조 민영화 저지 투쟁에서도 박근혜 정부와 코레일은 같은 방식으로 민주노조 탄압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2012년 10월 시작한 첫 번째 고공농성, 151일간의 굴다리 농성은 상처 입은 마음과 몸뚱이만을 남겨주었습니다. 1평 남짓도 안 되는 굴다리 밑 간이농성장은 일어설 수도 없고, 걷지도 못하는 감옥이었습니다.

    강제로 끌어내리지 못하게 어쩔 수 없이 목에 스스로 목줄을 메고 있어야 했습니다. 자면서도 그 목줄을 벗을 수 없는 내가 어떤 땐 줄에 묶인 무슨 개나 소보다 못한 것 같은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정말 무슨 큰 죄를 진 것인가 서글플 때가 많았습니다. 정말 하루하루가 사형대 위에 선 것 같은 긴장감이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다시 내려왔을 때 땅위에 내딛은 발은 걸음조차 걸을 수 없는 앙상한 다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재활치료와 휠체어, 목발, 지팡이를 거치며 겨우 다시 직립을 유지해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이내 다시 옥천 나들목 광고탑에 올라 129일을 다시 보내야 했습니다.

    그래도 대답없는 사측에 맞서 더 강고하고, 넓은 사회적 연대를 호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정훈 지회장만을 저 하늘에 남겨두고 피눈물을 삼키며 내려와야 했습니다. 내려오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다시 한번 안아 보고 손을 잡아 보았지만, 홀로 남은 이정훈 지회장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막막하고 저립니다. 둘이 있다 혼자 남아야 하는 공허함과 자신과의 싸움이 얼마나 힘든지 저는 알고 있습니다.

    조합원분들 역시 힘겨워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얼마전 실시한 심리치유 분석 결과 자료를 보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조합원이 다수이고, 폭력적 행동을 하고도 자각하지 못하는 시한폭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3년의 핍박과 탄압이 남긴 상처입니다. 밤에는 잠 좀 자자라는 단순하고, 소박하며, 가장 인간적인 외침에 돌아온 건 이렇게 불법과 폭력으로 얼룩진 민주노조 파괴 시나리오였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이젠 함께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너무도 고맙게 3월 15일 희망버스가 광고탑 고공농성장으로, 영동공장으로, 아산공장으로 달려준다고 합니다. 너무나 힘겨웠던 3년 만에 마침내 듣게 된 희망의 소리였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희망버스 승객 분들의 힘으로 이정훈 지회장이 김진숙 지도위원이 그랬듯 무사히 땅 위로 내려 왔으면 좋겠습니다. 청와대와 국정원, 검경, 노동부, 원청인 현대차가 합세했지만 저희 유성기업 조합원들은 지금까지 민주노조를 힘차게 지키고 있습니다.

    ‘힘내라, 민주노조’ 수고했다고 손 한번만 잡아주십시오. 제 청춘의 꿈과 삶이 담겨있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서 먼저 당일 전국의 민주노총 확대간부가 희망의 버스를 타자고 결의해 주었습니다. 너무나 벅차고 소중한 결의입니다. 각 지역과 현장에서 확대간부 동지들이 몇 분씩의 조합원들만 함께 가자고 손잡고 나서주시면 정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이번 3.15 희망버스가 민주노조들의 기운과 연대를 높이는 정말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사회 노동자들의 연대의 정신이, 투쟁의 정신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대반격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성만을 넘어 3월 15일 다시 달리는 희망버스가 강정에서, 밀양에서, 쌍용자동차에서, 이루 다 헤아리기도 힘든 수많은 노동 현장, 삶의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힘과 기운이 되는 희망버스가 되기를 바래 봅니다. 다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힘찬 엔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3월 15일, 뵙겠습니다.

    3.15 ‘힘내라, 민주노조’ 유성기업 희망버스

    ☆ 전국 154대! 희망버스의 기적을 만들어요!

    ☆ 지역별로, 부문별로, 단체별로, 모임별로 각각의 이름과 주체가 있는 희망버스를 함께 만들어요.

    – ‘힘내라, 이정훈!’ 옥천나들목 광고탑! 작년 10월 13일부터 고공농성 154일차

    – ‘유시영을 구속하라!, 민주노조파괴 특검을 실시하라!’

    – ‘힘내라, 민주노조!, 힘내라 민주주의!’

    일시 : 2014년 3월 15일(토) ∼ 16일(일)

    ◎ 일정 및 내용

    – 3월 15일 오전 10시 : 전국 희망버스 출발

    – 3월 15일 오전 11시 : 유성기업 영동공장(충청권 희망버스 승객 결의대회)

    – 3월 15일 오후 1시 : 옥천나들목 광고탑 고공농성장 <힘내라, 이정훈! 힘내라, 민주노조> 연대마당

    – 3월 15일 오후 5시 : 유성기업 본사(아산공장) 도착/ 순배가압류 없는 세상, 노동탄압 없는 세상(가칭) 힘다지기 마당

    – 3월 15일 오후 7시 이후 : 전국 희망버스 연대마당

    – 3월 16일 오전 8시 :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상징탑 쌓기

    – 3월 16일 오전 9시 : 약속의 마당

    * 유성기업지회 전국순회 : 3월 4일∼8일

    * 당일 ‘전국해고노동자 연대의 날’이 함께 열립니다.(전해투)

    * 당일 민주노총 산하 전체 확대간부들이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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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1201-04-157125 국민은행(김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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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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